국민적 기대를 크게 받으며 총리로 지명되었던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고 야당의 거센 반대를 받으면서도 국회의 동의를 거쳐 결국 총리에 임명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결국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임명이야 되었지만 이라는 뜻이다. 즉 어찌 할 수 없어 임명이야 되겠지만 제 구실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그동안 그가 지녀왔던 이미지와 실상이 사뭇 다르다고 많은 실망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그를 식물총리가 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을 하거나 또는 그렇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별러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시각이나 사고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호적인 시각으로 오히려 격려를 보내주어야 한다.

그리해야 스스로가 가진 역량을 그 이상으로 발휘할 수 있겠기 때문이고, 그 길이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통하여 우리는 바르게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편하자고 들면, 또 조금만 내 이득을 챙기자고 들면 숱한 옆길과 곁길과 지름길 등이 널려 있으니, 뻔히 보이는 쉽고 편한 길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을 터이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 경계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자각하며 살아야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이제는 더 이상 흠이 있는 자가 공직에 나서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국민의 실망뿐 아니라 소모적 정쟁은 국민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려 그만큼 국민적 에너지를 감소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정총리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총리 임명이 자신의 능력이 탁월하거나 인격이 훌륭하고 고매해서가 아님을 자각하고, 실망하고 분노했던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성찰해야 한다.

공직의 엄중함을 깊이 깨닫고, 국민과 국가 이익 외에는 어느 것에도 코드를 맞추거나 편승하거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사보국의 자세로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내야 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고, 국민에게도 요구할 것은 하겠다고 했다.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자세로 어둡고 그늘진 곳부터 챙기겠다고 했다. 세종시 문제 해결에 자신의 명예를 걸겠다고도 했다. 말을 앞세우지 말고 행동을 앞세워야 한다. 말의 성찬이 되지 않기를, 그래서 기필코 성공한 총리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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