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여 국장을 치른 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격동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파란만장한 85년간의 삶을 마감하고 영면하였다. 그의 85년간의 삶 속에는 대한민국의 고난과 격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가 2번에 걸쳐 투옥된 기간은 6년이나 되었고, 10년 동안에 걸쳐 가택연금을 당한 회수도 55회에 달한다. 또한 상당기간 망명생활을 하였고, 일본에서 납치되어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수장을 당할 뻔하기도 하고,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는 등 죽을 고비를 다섯 차례나 넘기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민의원 포함) 선거에 아홉 번 출마하여 여섯 번 당선되었고, 대통령 선거에는 네 번 출마하여 마지막에 당선이 되었다.


우리나라 역사의 한 장(場)에는 그가 일생동안 겪은 영욕의 세월이 그대로 새겨져 있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이 애도를 표한다.


그의 서거는 전 세계인이 함께 애도하였다. 각국의 정치지도자나 사회 지도층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깊이 애도하였다. 그는 거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큰 정치 지도자를 잃었다”며, “민주화와 민족화해를 향한 고인의 열망과 업적은 국민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뜻이 남북 화해와 국민 통합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추도했다고 전한다. 이후 이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나라의 큰 거목이 쓰러졌다. 아쉽고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야당시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가 죽었을 때 제일 슬피 울 사람이 김영삼 총재이고, 김영삼 총재가 돌아가실 때 가장 슬피 울 사람은 이 김대중이다”라고 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가장 먼저 빈소에 조문을 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오랜 동지이자 경쟁자가 돌아가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양 김 전 대통령은 경쟁하고 서로 반목해온 시간도 길지만, 민주화를 위해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협력하고 함께 걸어온 시간도 못지않게 긴 세월이다. 그들 사이에는 보통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특별한 애증이 쌓여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공과는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가의 방법이나 시기에 따라 부각되는 공과 과의 양이 다를 수도 있다.
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건국의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자로서의 과가 부각되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도 전에 먼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쿠데타에 이은 개발독재를 해온 과가 있으나 산업화를 이룬 공으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국민적 추앙을 받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많은 공과 함께 과도 가지고 있다.


인동초로 비유되는 그의 평탄치 못한 역경 속에서도 민주화에 몸 바쳐서 이 땅에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한 축으로써의 공이 있다. 외환위기의 와중에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IMF를 극복해냈다.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남북한의 교류를 이끌어내어 한반도에 해빙무드를 조성하였다. 그리고 그런 노력의 공적을 높이 인정 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로서 받은 최초의 노벨상이다.


물론 과도 있다. 도덕성을 앞세운 그에게 아들들과 측근들이 연루된 부패 사건들이 있었고, 모모 인사들이 저지른 권력형 비리사건이 있었다. 대북 비밀송금 의혹 등으로 퍼주기 논란을 빚던 햇볕정책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핵개발 자금을 대준 꼴이 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예로 몇 가지를 들었지만 열거하자면 훨씬 많은 공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과를 따질 때가 아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가 가지는 의미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살펴서 우리가 나아갈 바를 바로잡고 굳건히 다져야 한다.


지금은 국론분열이 심각하다. 양극화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고 있고 계층 간의 반목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그의 서거가 주는 메시지는 화해와 화합, 단결이다.


그의 투병 중에 이어진 문병의 발길에서도 화해의 장이 펼쳐졌고, 국장의 영결식장에서도 전·현직 대통령들이 나란히 참석을 하였다.


특히, 이제야말로 동서화합을 함으로써 아직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혹시라도 고 김대중 대통령 이후의 맹주를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런 인사는 시대를 역행한다는 국민적 지탄을 집중포화로 맞고서 도태될 것이 자명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상도동으로 지칭되는 영남그룹을 스스로 해체하는 용단을 보여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어록에 “행동하는 양심”이 있다. 이것은 침묵하는 다수를 경계하는 뜻이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고 할 때의 악도 분별을 잘 하여야 한다. 이것을 선동으로만 여기고 그렇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정치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큰 한 별이 진 것이다.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간 그가 지나간 그 역사의 현장에서 더욱 밝은 빛을 발하기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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