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염색 장인 옛골 박순진 작가 당진 강연

“약을 살 때는 효능도 봐야 하지만 그 부작용도 반드시 살펴야 해요. 우리 살에 닻는 옷감을 염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4일 당진시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2층에서는 우리 전통 염색의 장인으로 인정받는 옛골 박순진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이번 강연은 앞선 2일에 이은 당진에서의 두 번째 강연이다.

박순진 작가는 “염색의 원료는 자연에서 가지고 오지만 결국은 사람의 손길을 타는 것이잖아요. 천연 그대로라는 말이 맞지 않을 수도 있죠. 전통염색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 날 당진에서의 두 번째 강연에서 박 작가는 비단 재질의 옷감으로 스카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날 강연에서 3가지 천연재료를 통해 12가지 색을 낼 수 있는 전통염색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박 작가는 이 날 강연 중간중간 염색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도덕성에 대해 자주 강조했다. 박 작가는 “옷감을 염색하는 천연재료와 매염제를 선택할 때도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살결로도 숨을 쉬고 있어요. 그런 살결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신경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직접 염색을 하지 않느니만 못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박 작가는 “약의 부작용도 살펴야 하는 것처럼 염색할 재료를 선택하고 염색 작업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 문제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전통염색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박순진 작가는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전통염색의 매력이에요. 작업은 인간이 하지만 인간의 의도대로 염색의 무늬가 나오는 건 아니에요. 일종의 아이러니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순진 작가는 TV 프로그램에도 제법 자주 출연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박 작가의 명성을 한층 더 올려 준 것은 바로 ‘역적’이라는 드라마다. 당시 제작진들이 검은색의 전통의상을 구하지 못하다가 애들 먹었다고 한다. 그 때 흑단 염색이 가능한 박순진 작가와 연락이 되어 당시 의상 제작을 도맡아 했다.

이에 앞서서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의상 제작을 맡기도 했다. 당시에도 박 작가가 제작한 박보검의 의상은 퍼붓는 빗속에서도 염료가 전혀 빠져나가지 않아 화제가 된 적도 있다고 한다. 

최근 전통염색이 각광을 받으며 많은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염려스러운 점도 있다고 한다. 박 작가는 “전통문화의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고무적인 일이죠. 하지만 경험에 의존하는 강사 역시 늘어나면서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는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라고 우려했다.

염색이란 느낌이나 경험으로 설명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철저한 개념과 이론, 옛 선인들의 삶과 문화, 다양한 실험과 실습을 통해 채득되어야 하는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주장하는 옛골 박순진 작가.

도시 속에서 사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진 현대인의 삶 속에서 보다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염색의 세계를 살짝 엿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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