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협회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회장

새해를 맞은 지난 3일 밤 10시 15분쯤 충남 아산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긴급한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겨울철 화재신고에 훈련된 소방관들이 바로 출동하면서 그들의 얼굴엔 항상 반복되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1분1초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소방차 한 대가 나타나 화재신고가 들어온 주택가 골목으로 진입하려는데 결국 피하고 싶었던 난관에 봉착한다. 좁은 골목 사이에 역시나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그 차들을 피하느라 속도가 급격히 감소했다.

겨우 지나가나 싶더니 멈춰서고 마는 소방차, 소방관들도 안타깝고 지켜보는 주민들도 안타까워 애간장이 탄다. 금새 몰려든 주민들 중엔 빨리 자동차를 치워야 한다는 목소리, 차를 부수고라도 소방차가 나가야 한다는 거친 목소리도 귀를 울렸다.

온갖 다급한 목소리에다 소방차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와 확성기소리까지 혼합되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그 잠깐의 초침이 열 번 스무 번 재깍거리는 순간에도 불길과 연기가 맹렬히 불난 집을 삼키려고 화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 순간 산소통을 맨 구조대원들이 차에서 뛰어내려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불난 집과는 150미터 정도의 거리, 구조장비로 완전무장한 소방관들이 견뎌내야 하는 무게는 30킬로그램이 넘는다는데 초등학생 하나 정도는 엎고 뛰는 그들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땅을 울리고 발걸음은 힘차게 들려왔다.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골목길을 내달린 소방관들은 결국 화재현장에 도착했고 긴급하게 진화를 시작했다. 그 결과 22살 전모 씨가 화상을 입었고 소방서 추산 3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지만 값진 생명을 구하는 큰 성과를 올렸다.

이날 출동한 아산소방서 대원들에 의하면 구조대원들과 진압대원들이 차에서 내려서 소화기하고 호스를 들고 1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화재 주택까지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일은 종종 벌어지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황당한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29명이 목숨을 잃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현실이다. 소방 당국에 의하면 불법 주정차 때문에 진압이 어려웠던 화재는 지난해 7월까지 전국 103건, 최근 5년 동안 평균 112건이나 된다.

결국 엄청난 희생을 치루고 나서야 소방청은 6월부터 현행법을 개정해 긴급출동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를 강제로 치우고 보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새해를 맞아 이제는 시민의식이 성축해져야할 때이다. 제천화재사고처럼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언제든지 참담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방도로를 침범하지 않는 노력을 함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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