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서산에서 당진으로 나들이 온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저렴한 커피타임을 즐기고자 물색하다가 당진시청을 찾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주차장이 유난히 빼곡하다 느끼며 1층에 오르니 왁자지껄 그야말로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한 점원을 붙들고 물으니 오전 10시 30분부터 나눔장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당진맘에서 주최하고 당진시와 관내 기업체들이 함께 마련한 이 잔치에서 얻은 수익금 일체는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되어진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매년 한 번 크게 여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했습니다.

“팝콘이 한 봉지에 단돈 500원이요!”

“이렇게 깨끗하고 예쁜 스커트가 천원!”

“요고 원피스 한 번 입어보세요. 살랑살랑 끝내줍니다. 사서 얼마 못 입었어요. 살이 찌는 바람에...가져가셔서 예쁘게 입으세요.”

당진시청 직원들이 집에서 안 입는 옷부터 각종 살림도구, 도서, 장난감 등 안 쓰는 물건들 모아 판매하며 마음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커피 마시는 일은 제쳐두고 여기 저기 두루두루 둘러보았습니다. 꼭 필요했던 검정 스커트가 천원이라니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봉지 가득 담은 팝콘이 500원이라니 막둥이를 위해 두봉지 담았습니다.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는 일명 빽 바지가 2천원이라니 얼씨구나 집어듭니다.

현대제철 직원들이 ‘제품 판매수익금 전액은 당진시에 기부합니다’라는 팻말을 붙이고 그릇이며 책이랑 신발이랑 여행 가방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함께 온 서산댁들도 여기 저기를 누비며 입이 헤벌쭉 벌어집니다.

“행남자기가 한 세트에 만 오천원!”

“두 세트 주시고 깎아주세요.”

“워낙 저렴해서 깎아드리긴 어렵구요, 수세미 끼워 넣어드리께요.”

누군가가 수익금 좋은 일에 쓴다니 기꺼이 내놓은 도자기를, 인심 좋은 현대제철 직원 덕분에 서산에서 온 지인이 값싸게 얻어갑니다.

“이 멋있는 신발을 새 것인디 3천원 밖에 안 줬슈~. 아주 수지 맞었다니께유~.”

“요런 필통 하나 살라믄 3천원 이상 줘야는디요, 500원 줬슈. 우리 딸이 겁나 좋아할 것 같으유~.”

“메이커 미치코런던 장지갑이 500원이라니! 요고 선물이유.” 하고 냉큼 건네는 지갑을 받아들었습니다.

한쪽에 마련된 도로명주소 홍보 부스에서는 도로명 주소를 쓰면 일회용 비닐장갑을 주고, 폐건지 부스에서는 새 건전지로 교환해줘 오신 분들에게 보탬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당진 엄마들이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려고 직접 만든 악세사리부터 향초,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 커 이제 필요 없게 된 곰인형도 깨끗하게 단장을 하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데도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세상모르고 잘도 잡니다. 유모차에 실린 아이들이 엄마 의미 있는 쇼핑 하시라고 나란히 줄지어 낮잠을 자주며 나눔에 일조합니다.

스커트랑 빽바지랑 팝콘이랑 검정 봉지에 넣어 달랑달랑 들고 돌아오는 길, 환경도 살리고 불우이웃도 도울 수 있는 이러한 나눔장터가 1년에 한 번 열린다고 해서 아쉬웠습니다. 더 자주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지겨워져서 못 입는 옷, 다 읽어 버리게 될 책들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사용 안하고 구석에 박혀 있는 값비싼 장난감도 어느 집 아이에게는 소원일지도 모릅니다. 살이 쪄서 더 이상 못 입게 된 옷들을 버리면 쓰레기지만 나누면 아주 유용하게 입을 분들이 있습니다.

있는 돈 뭉탱이로 기부해서 나누는 방법도 있지만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참 좋은 방법입니다.

집에 돌아와 안 입는 옷, 안 쓰는 장난감을 정리해서 한 곳에 모아 담았습니다. 바자회가 열리면 함께 가져가려고 아파트 친구에게 받아 두었던 옷까지 함께 챙겨 넣었습니다. 마침 이달 말일에 서산본향교회에서 바자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교회, 기관, 시민, 누구랄 것도 없이 주가 되어 이러한 의미 있는 나눔장터가 연례행사가 아닌, 어느 때든지 여기저기서 수시로 열려 온 시민이 나눔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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