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장을 찾아보았습니다. 축제장을 가려는 차량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 채 늘어서 있습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차에 앉아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황금들판을 옆에 두고 걷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아예 멀찌감치 주차를 해 놓고 아이와 손을 잡고 걷습니다. 우리랑 같은 생각을 한 어느 집 가장이 한손에는 다리가 불편한 아내의 손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어린 아들 손을 잡고 위험한 길을 천천히 걷는데 예쁘디 예쁜 하늘아래 그 모습마저도 낭만입니다.

그렇게 십여 분을 걸어 도착한 읍성 둘레 잔디밭에서 처음 만난 시식코너. 서산우리한우의 우수한 맛을 알리려고 마련된 코너에 길게 줄을 선 관광객들도, 마음처럼 빨리 익어주지 않는 고기를 뒤적이면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봉사자들의 모습도 고맙습니다.

종이컵에 담긴 한우를 이쑤시개로 건져 올려 입안 가득 넣고 말도 못하는 아들놈 손을 잡고 천천히 읍성을 향하는데 에너지절약체험관, 심폐소생술체험 등 즐비하게 늘어선 홍보 체험관들이 발목을 붙듭니다. 읍성입구에 다다르자 유모차와 휠체어들이 넉넉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배려한 것 같아 고맙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읍성 정문은 좌우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과 일찌감치 오전부터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관광객들과 뒤섞여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뤄 장관입니다. 이 모습을 사진에 담는데 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가 해가 갈수록 인기를 더해 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입구 왼편으로 마련된 빵집에 눈이 갑니다. 서산6쪽마늘빵집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어렵게 구입한 6쪽마늘빵을 한 입 물고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말합니다.

“이 빵 만드신 분, 제법인데요!”

“그렇게 맛있어?”

냉큼 한 입 먹어보니 그렇습니다. 제법입니다.^^

초등학생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이 서산6쪽마늘빵, 잘 될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파란 하늘에 날아오른 연들이 꽹가리 북소리에 맞춰 하늘 하늘 춤을 잘도 춥니다.

대장장이도 되어보고 전통팽이놀이, 미니활쏘기, 달걀꾸러미만들기 등 등 참 다양한 체험들이 마련돼 관광객들은 시종일관 즐겁습니다. 감옥체험에서는 ‘잘못했다’ ‘살려달라’며 우는 연기까지 해대는 아이의 넉살에 눈시울이 젖었다가, 몸을 날려 온몸으로 쳐대는 북소리가 흥겨워 어깨가 들썩입니다.

한 남자아이가 굿거리장단에 맞춰 장구를 제법 잘 쳐 시선이 쏠립니다. 매번 올 때마다 실패했던 굴렁쇠는 오늘따라 잘도 굴러갑니다.

가마솥 뚜껑에는 지짐이가 지글지글대고 그렇게 차근차근 체험을 하면서 이동하는데 한 곳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듭니다. 역시 예쁘고 볼일입니다. 각 나라 미녀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행진을 하니 남녀노소 몰려들어 사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흐미! 똑같은 사람인디 우찌 저리 얼굴이 주먹만 허댜!”

“자기야, 다 이쁜데 저기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진짜 이쁘다!”

“누나, 저랑 우유 한 잔 하실래요?”

내 아들 내 남편이 짱구, 짱구아빠 같은 본능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도 인정합니다. 아내도 정말 아름다운 그녀들의 매력에 푹 빠져 한참을 서서 봅니다. 그것도 돌벤치에 올라서서.

서산생강한과 시식코너에서 받은 한과 입 안 가득 물고 이동하는데 참 정겨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낡은 밀짚모자 쓰고 인자한 미소를 품은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마주 앉은 소의 고삐를 잡아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는 소를 보고 만지고 타볼 수 있게 해줍니다. 아이들의 손길이 귀찮을 법도 한데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있는 소가 할아버지 성품을 꼭 닮았습니다. 소 등에 아이 손 내 손 함께 얹어 봅니다.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우앙, 따뜻해!”

때로는 흥겨움을, 때로는 마음 따뜻한 감동을 준 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장을 나오면서 벌써부터 내년이 또 기대가 되어집니다. 우리고장을 찾아 준 관광객들이 고맙고, 모두가 알차고 행복한 축제를 만들려고 고심하고 또 고심했을 축제 관계자들에게 고맙습니다.

그렇게 서산에 해는 지고 또 다시 집을 향하는 차량행렬이 기분 좋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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