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하면 병원을 안가고 버텨보는 스타일인데 도무지 좋아지질 않는 무릎통증 때문에 지난 주 날 잡고, 마음 먹고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처음 찾는 이 병원이 낯설어 촌스럽게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일러주십니다.

“여그 요고 번호패를 뽑아서 지달라야 허는거유.”

“아, 글구만유.”

그렇게 어르신이 말씀하신 번호패{표}를 뽑아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앉았는데 그 어르신이 옆에 오셔서 앉으십니다.

“워디가 아파서 왔슈?”

“무릎이 아파서요.”

“옴마, 아직은 아플 때가 안되았는디? 그새 물팍이 아프믄 어찐댜? 나가 그 만 헐 때는 날라댕ㅤㄱㅣㅆ어. 그새 그러믄 큰일이네. 양쪽이 다 아퍼? 한쪽이 그려?”

병원을 자주 찾으시는듯한 이 어르신이 반 의사입니다.

“운동하다가 삐끗한 것 같아요. 한쪽 무릎이 그러네요.”

“아이고, 무릎은 한번 다치믄 소용없댜. 조심허제 그ㅤㄹㅣㅆ소.”

“어르신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우덜은 워디 한 간디만 아프간? 안 아픈디가 없제. 폴뚝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혈압 있제, 당뇨 있제, 콜레스티롤인가 뭐인가가 또 높다고 허제. 만날 약으로 살아. 콜레스티롤인가 뭐인가가 높은게 많이 걸으랴. 많이 걸으란디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픈게 걸을 수가 있시야제. 워디다 장단을 맞춰야 허는겨..”

그렇게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순서가 왔습니다.

정형외과로 가라는 안내를 받고 가 기다리면서 쭈욱 둘러보니 무릎에 붕대를 감고 울어 보채는 어린 아기부터 핸썸한 청년, 노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들이 앉아 있습니다. 다리에 온통 깁스로 휘감은 어르신이 아내 분의 도움을 받아 진료실로 들어갑니다.

차례를 기다리며 한참을 앉아 있는데 간호사가 대기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해줍니다.

“어쩌지요? 교수님께서 수술을 들어가셔서 30분 이상 걸린답니다. 죄송합니다.”

“헉!” 모두 말은 안 했지만 황당한 표정입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럴 때는 신속하게 긍정모드로 전환합니다.

‘잘됐다! 배 고팠는데, 빵이라도 먹을 시간을 주시는구만.’

그렇게 흥얼거리며 찾은 편의점에 앉아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를 먹는 그 낭만에 무릎통증 따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찾은 대기실. 시간을 잘도 맞췄습니다. 바로 이름을 부릅니다.

“이 자세로 운동하면서 이 부분이 찌리릿 했는데 그 뒤로 걸을 때마다 무릎 여기 바깥쪽이 아프다가 안쪽이 아프다가 동시에 아플 때도 있고 불편해요.”

정확한 진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실제로 운동했던 자세까지 보여줘 가며 설명합니다.

“엑스레이상 뼈에는 문제가 없으니 운동은 일주일 동안 하지 마시고, 약을 먹고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추가 검사를 해야 합니다. 운동은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구요,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적당히 하세요.”

돌아오는 길에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대충 배워 정확한 자세를 취하지 않고 따라 하다가 생긴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무릎이 아픈데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아파트를 휘돌아 걸었던 것도 무리가 되었겠다 싶습니다. 이번에 교훈을 얻습니다.

‘좋다는 운동도 정확한 자세로 적당히 하지 않으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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