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가족과 함께 찾아 본 해미읍성. 한옥촌 측편으로 난 동문을 들어서자마자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꽃길이 제일 먼저 반겨줍니다. 관광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성벽을 따라 조성된 꽃길을 걷다 말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파란 하늘 조명이 알록달록 분홍빛 꽃잎에 반사되어 모델들 웃는 얼굴을 더욱 화사하게 합니다.

초가지붕에는 박넝쿨이 늘어지고 조롱박과 수세미 열매 주렁주렁 열린 터널을 지날 때는 자동으로 ‘이렇게 찍어라’ ‘저렇게 찍어라’ 포즈를 마구 마구 취하게 됩니다.

잔디밭에 돗자리 하나 깔고 엄마, 아빠, 아들이 나란히 배를 깔고 누워 턱을 괴고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며 연출하는 풍경을 관찰하듯 바라봅니다.

이곳에서 빠질 수 없는 풍경이 있으니 할아버지 손자 손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연날리기. 푸른 창공을 나는 독수리연은 언제 보아도 멋집니다.

네 살 박이 아들과 아내 앞에서 이제 막 연을 멋지게 한번 날려보려는 아빠. 그런데 하필 바람이 멈추었습니다. 날아오르려다 그만 땅에 내동댕이칩니다.

“으앙~ 연이 안 날잖아. 빨리 날게 해줘.”

“아가야, 잠시만 기다려. 연은 바람이 불어야 뜰 수 있거든.”

때마침 불어주는 바람 덕분에 아빠 체면은 살고 앙증맞던 아가의 울음소리도 멈췄습니다. 아들과 아빠 목이 빠져라 하늘을 쳐다봐야 할 만큼 연은 높이 높이 날아올라갑니다. 아기 볼에 흘렀던 눈물이 까르르 웃는 입 속으로 한 방울 쏙 들어갑니다.

한 가족이 나란히 그네에 앉아 발을 맞춰 굴려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포토존으로 마련해 놓은 기린조각은 이리 매달리고 저리 매달리며 아이들의 참 좋은 친구가 됩니다.

손님을 실은 마차가 따그닥 따그락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리고, 추억의 엿장수 아저씨 가위소리 리듬 타기 시작하니 그 또한 예술입니다. 사물놀이패의 구성진 가락은 일제히 모두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는 마력을 가졌습니다.

천국이 있다면 흡사 이곳의 풍경과 같지 않겠는가 싶을 만큼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여유와 평안이 있습니다. 언제 보고 가보아도 참 자랑스러운 우리 지역 명소입니다.

이곳을 나와 덕산을 향합니다. 명절 끝 찌뿌등 한 몸 풀기에는 덕산온천이 그만입니다. 지역민 할인 받아 단돈 5천원에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아이고 시원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아담하게 마련된, 숲과 하늘이 보이는 야외 온천은 일본 온천이 절대 부럽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고, 씻고 이제 먹을 일 만 남았습니다.

바닷바람에 자연 건조시킨 후 통보리 항아리에 속에서 보관, 숙성시킨 보리굴비 한 점을 얼음 담긴 녹차물에 밥 한 숟가락과 함께 풍덩 담가 먹는 그 맛이란. 궁금하시다면 덕산 ‘보해맛동산‘을 들려보시길^^.

해미읍성, 덕산온천, 보리굴비. 서해바다에서는 대하와 꽃게가. 임금님 부럽지 않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대할 수 있는 충남에 사는 것은 작지만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말, 가족과 함께 이 행복을 찾아 충남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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