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지인들과 모처럼 시간을 맞춰 당진의 명산 아미산 등반을 약속 했습니다.

전날 미리 채비를 하며 등산화를 챙기는데 얼마 전에 꼼꼼히 세탁해 놓아 깨끗하게 잘 말랐습니다.

다음날 아침, ‘운동으로 단련한 이 몸, 폼 나게 산을 오르리라’하며 평상시 신던 운동화 대신 오늘은 특별히 깨끗한 등산화를 신고 기분 좋게 집을 나섰습니다.

우리 가운데 자타가 공인하는, 제일 산을 못타는 분이 복장은 제대로 갖추고 나왔습니다. 복장으로 봐서는 저만치 앞서 갈 것 만 같습니다.

일행은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이 왜 아미산인줄 알으유?”

서산에서 온 일행들에게 당진사람이 잘난 척 아는 척을 해봅니다.

“미인 눈썹같이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유. 알고나 올라가유.”

“글구만요. 우와~ 이 오솔길, 낭만적이유! 저 새소리 들려유?”

“들리다마다유~ 흐미, 좋은거! 이 상큼한 숲 냄새! 음이온이 팡팡 나와불구마요.”

그렇게 음이온을 최대한 많이 마셔야 한다며 콧구멍을 크게 벌리고 15분쯤 올랐을 때 올 것이 왔습니다. 등산화 오른쪽 밑창이 뚝 떨어집니다.

“옴마, 요고 메이커라고 돈도 겁나게 주고 사서 두 번 신었는디 왜 이려?”

“혹시 세제로 빨았슈?”

“그랬쥬. 당연하쥬. 신발 빠는디 당연히 세제 팍팍 풀어 빨아야쥬.”

“등산화는 절대로 세제로 빠는 거 아뉴. 세제가 스며들어서 문제가 생긴거구만요.”

“흐미, 몰랐쥬!”

간만에 오르는 산, 정상에 올라 ‘야호’도 해보고 흐르는 땀을 멋지게 닦아내며 준비한 간식도 맛있게 먹으리라’상상했던 것은 말 그대로 상상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의리 넘치는 일행들과 그대로 뒤로돌아 양 발이 높이가 달라 본의 아니게 절뚝거리며 산을 내려옵니다.

그러니 무지한 것이 얼마나 한탄스럽던지요. 등산화를 빨기 전에 ‘등산화관리요령’을 검색이라도 해봤더라면 이런 낭패는 없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서해안 밀물처럼 훅 밀려옵니다.

늦었지만 집에 돌아와 ‘등산화관리요령’을 네이버에서 찾아봅니다.

[우선 등산을 하고 나면 등산화에 흙과 먼지가 많이 묻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등산을 마치고 나면 그대로 방치해두시지 마시고 바로 솔을 사용하여 흙먼지를 제거해주고 등산화에 박혀있는 돌이나 기타 이물질들을 빼내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청소를 해주고 난 뒤에는 크리닝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마른 헝겊으로 닦아주면 더욱 좋다고 합니다.

등산화는 대부분 가죽으로 된 제품이기 때문에 함부로 세제를 사용해 세탁한다면 가죽이 탈색 되거나 등산화가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등산화를 깨끗하게 세척했으면 통풍이 잘되는 서늘하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 말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발 깔창은 따로 빼내어서 햇볕에 말려주고 신발 안쪽에 신문지를 구겨서 넣어주면 신발 안쪽의 제습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죽은 물이나 땀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면 점점 딱딱해지게 됩니다. 왁스를 이용해 주기적인 영양공급 및 발수 복원은 꼭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천연유지를 이용하여 만든 왁스를 손가락으로 적당량을 덜어 신발에 회전시켜 골고루 바른 다음 부드러운 천으로 문질러 닦아줍니다].

무지한 주인을 만나 제 역할을 못하고 일찌감치 쓰레기통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신발을 보니 미안합니다. 속마음은 쓰리디 쓰립니다.

스마트한 우리 독자님들은 저처럼 무식하게 세재 팍팍 풀어 등산화를 빠는 일이 없으시길, 그리하여 등산도중 하차하는 낭패를 범하지 않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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