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맨 끝자락에 겨레의 기상인 양 장엄하게 서 있는 민족의 영산

백두대간의 맨 끝자락에 민족의 기상인 양 장엄하게 서있는 지리산(智異山 1915m)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두류산, 방장산이라 부르기도 하였으며 능선의 먼 서쪽에는 노고단(1507m)이 위치하고 노고단을 한시간 거리에 두고 있는 지리산 서부의 맹주 반야봉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여신의 산으로 탐스러운 여인의 가슴을 닮은 듯한 또는 날아가는 갈매기의 형상으로 다정하게 다가선다.
동에서 서쪽으로 34.2km에 이르는 1500고지에 달하는 13개 봉우리는 누군가 배열해놓은 듯이 적당한 거리와 간격을 두고 솟아있으니 구름 위에 떠있는 듯한 등산로라 할 수 있다. 철쭉꽃이 만연한 5월이면 그 여느 등산로보다도 장쾌하고 환상적인 꽃의 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지리산은 수많은 세월동안 우리 겨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인자하면서도 한없는 포근함을 주는 어머니의 모습과 같은 산이다.
산이 높으니 물줄기 또한 낙동강과 섬진강 수계를 이룬다. 지리산은 2도 5시군에 거쳐있으며 노고단은 박혁거세의 어머니 성도 성모를 모시는 곳이다. 지리산은 1967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었으며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지혜로운 산이란 뜻에서 지이산이라 명명하였던 것이 지금의 지리산이 되었다.
민족의 영산인 이 산을 많은 선인들이 예찬하지만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대사는 중국의 기산, 곡부, 지리산의 청학을 천하의 3대 명지라 하였으며 지리산을 사랑하는 많은 기인들이 이곳 어딘가에서 시차의 공간으로 자취 없이 사라졌다 한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천왕일출과 반야낙조, 직전단풍, 연하선경을 비롯한 지리 십경의 비경이 있어 이 산을 더욱 아름답게 하였으며 또한 화엄사, 쌍계사, 연곡사, 실상사를 비롯하여 유서 깊은 고찰만도 여섯 개가 되며 근대사의 6.25란 뼈아픈 시련과 무한한 추억을 간직한 산이기도 하다.
흔히 처음에는 명산이라는 생각 때문에 한두 번 산행에 접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신비스러울 만큼 그 매혹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는 산이며 여인의 치마폭 같은 넓고 깊은 심오함을 간직한 골짜기들은 저마다 천년태고의 신비를 자랑하며 골골마다 흐르는 시원스러운 물줄기는 기석을 타고 흐르다 은빛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대장관을 이룬다.
꽃이 온 능선을 핑크빛 물결로 물들일 때 지리산은 한없는 유혹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서며 그 순간을 놓칠세라 많은 사람들은 종주를 떠나곤 한다. 그러나 아직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깊은 협곡들이 여러 곳 있으니 이 산은 무명의 작은 골짜기라도 여느 산들의 대형 골짜기에 버금가는 깊이와 길이를 보이니 초심자들은 섣부른 산행을 삼가해야 하며 사람의 발길이 많은 길을 따라 치밀한 계획과 경험자와 함께 동반 산행하여야 한다.
평생을 두고 밟아야할 지리산은 주 능선과 지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 능선은 높고 방대하며 혹시 넘어질세라 기둥처럼 받쳐주고 있는 왕시리봉과 불무장 그리고 삼신봉 능선은 그 규모 면에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만만치 않은 험준한 산행길이다.
산행경력 열 손가락을 꼽을 만한 사람이라면 지리산 종주 서너번 해보지 않는 사람 없을 정도며, 종주는 1박2일이나 2박3일의 산행계획이 적당하다. 지금은 등산인구가 많으므로 산악단체와 합류하는 것이 안전과 경제적으로 편리한 산행이 되리라 믿는다.
지리산은 봄 꽃 필 무렵과 가을 단풍이 아름답지만 애석하게 이 시기에 산불예방 때문에 제한된다. 매년 3월1일부터 5월30일까지 그리고 11월15일부터 12월15일까지 통제되며 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산행시 공원관리사무소로 연락을 취한 후 산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리산이 가진 특성은 우선 산장이 많고 식수를 2시간 간격으로 넉넉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뿐이며 겨울에는 또다른 면모의 산으로 다가서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장대한 능선에 철쭉이 만연한 화창한 봄날 지리산 종주 중 명월의 명성을 찾아 벽소령에서 일박한 후 시간을 알맞게 잡아 세석평전의 탁트인 전망과 푸른 화지에 흰 물감을 뿌린 듯한 철쭉을 바라보며 연하선경을 구경하고, 제석봉의 새하얀 벼를 드러낸 듯한 고사목 군락지를 지나 천왕봉에 이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저녁노을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색의 조화는 자연이 빚어놓은 오묘함의 극치이며 세상에 무슨 글이 있어 저 아름다움을 필설로 표현할까라는 탄성과 감탄의 대장관을 이룬다.
지금까지 걸어온 종주의 대장정이 새삼 장대하고 아득하게 느껴지며 언제 보아도 포근하고 한없는 인자함을 간직한 산 지리산! 그 장대한 능선 위에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등산로가 아스라히 이내 속으로 굽이치며 다가설 때 누구라도 대간의 멀고 먼 고난의 여정에 가슴이 뭉클해져오며 갑자기 눈가에 이슬 맺힌 듯한 야릇한 종주의 환희를 느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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