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선수가 전국 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때의 기분을 다시 냈다. ⓒ지나영
이재경 선수가 전국 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때의 기분을 다시 냈다.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송산초 이재경(5학년) 선수는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다. 이재경 선수는 당진시 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17회 전국 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자유형 100m 금메달을, 그리고 배영 50m와 100m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이재경 학생의 어머니 강향선 씨는 “7살 때 처음 수영을 시작한 이후 8살 때 대회에 참가했을 때에는 팔만 휘젓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경기에서는 지난해보다 19초 앞당긴 기록을 세웠고, 꾸준한 노력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경이가 수영을 처음 시작했던 때는 2018년 7살 때였다. 지적장애 3급에 ADHD도 겪던 재경이는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에 어머니 강향선 씨는 재경이의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정신함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영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경이의 에너지를 빼기 위해 시작했던 수영이지만, 물속에서 재경이는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인내심을 배워나갔다.

어머니 강향선 씨와 이재경 선수. ⓒ지나영
어머니 강향선 씨와 이재경 선수. ⓒ지나영

강향선 씨는 “재경이는 물속에서 수영을 즐기며 성장했다.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던 수영을 통해 재경이가 체력도 키워나갔고, 인내심을 배우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엄마로서 뿌듯함을 느꼈다”며 “특히,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경기에서 금메달을 놓쳤다고 한참 울다가,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축하해’라고 말하는데, 재경이가 수영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저 역시 삶에 희망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장애아를 둔 엄마’라는 틀에 박혀 초라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났던 이전과 달리 요즘에는 재경이와 함께하는 시간에서 더욱 예쁘고, 멋진 엄마로 남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사회적 지원은 재경이의 성장만큼 따라주지는 않았다. 비장애인이 아닌 재경이에게 전문으로 수영을 가르쳐 줄 코치는 없었고, 장애인 선수가 연습할 적절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엄마 강향선 씨는 직접 코치와 수영장을 찾아다니며 재경이를 이끌었다.

왼쪽부터 박진모 코치, 이재경 선수, 구지혜 코치. ⓒ지나영
왼쪽부터 박진모 코치, 이재경 선수, 구지혜 코치. ⓒ지나영

강향선 씨는 “장애인 체육 지원은 사실 저조한 상태다. 지원금이 거의 없는 탓에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재경이의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 포기할 수 없었다”며 “경제적인 부분도 어렵지만, 사실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는 것도 힘들었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수영장을 사용하는데 제한적인 것도 있었고,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경이의 꿈이 좌절될 뻔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해 재경이를 맡았던 코치가 그만두면서 한 동안 코치를 만나지 못해 연습을 할 수 없었기 때문. 수소문 끝에 강향선 씨는 재경이의 수영 모습을 찍은 영상을 현대제철 문화센터 구지혜, 박진모 코치에게 보냈지만, 구지혜 코치는 재경이를 맡는 것을 망설였다.

현대제철 문화센터 구지혜 코치는 “현대제철 문화센터 수영장은 개인 레슨도 있지만, 직장인 강습도 있으며, 여러 수업을 맡고 있는 만큼 제가 쉽게 할 수 있다고 답할 수는 없었다”며 “그러나 어머니는 간절했고, 당장 재경이가 훈련을 하지 않아 코치의 필요성이 많다고 생각해 최종적으로 코치를 맡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강향선 씨는 “장애인 선수를 위한 지원도 좋지 않고, 당진에는 전문 코치님이 없으니까, 그동안 수영장을 찾아다니며 연습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해 현대제철 문화센터의 구지혜, 박진모 코치님을 만나 재경이의 실력이 늘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지혜 코치는 가장 먼저 재경이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위해 재경이를 만날 때마다 안아주며 스킨쉽을 나누며, 친밀감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서로의 노력 덕분일까, 재경이는 물속에 들어가면 코치들의 가르침을 따라 자유자재로 수영했다. 구지혜 코치 역시 재경이가 물속에 있는 동안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도록 눈을 떼지 않고, 칭찬과 격려를 가득 전해줬다.

이재경 선수는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에도 훈련했으며, 훈련을 하는 동안 구지혜 코치는 속도에 맞춰 걸으며, 이재경 선수의 안전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지나영
이재경 선수는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에도 훈련했으며, 훈련을 하는 동안 구지혜 코치는 속도에 맞춰 걸으며, 이재경 선수의 안전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지나영

현재 이재경 학생과의 의사소통은 쉽지 않다. 남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재경 학생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내비친 적이 없었지만,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는 한마디는 또렷하게 말했다.

이에 구지혜 코치는 재경이의 사회성 훈련을 위해 일반 학생들이 연습하는 시간에도 참여시키고 있다.

구지혜 코치는 “비장애 아이들과 재경이는 물속에서는 똑같이 훈련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시키려고 한다. 비장애 아이들 역시 재경이를 ‘수영 잘하고, 빠른 선수’라고 생각하며, 장애인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듯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장애라는 편견을 벗어던지고, 재경이는 장애를 극복해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재경이의 재능을 알아주고, 끌어내는 구지혜 코치와의 인연으로 강향선 씨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나가고 있다.

강향선 씨는 “장애인 생활 체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예산 등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코치님을 만나며 저와 재경이는 더욱 높은 꿈을 꾸게 됐다. 장애인 선수에게 국가대표는 가장 큰 목표이자, 이루고 싶은 꿈인 만큼 우리 재경이가 그 꿈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당진 #당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