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표정으로 잔줄꼬기 대회에 참여한 어르신들. 옛 추억을 살리며 능숙히 줄을 꼬는 실력이 다들 수준급이었다. ⓒ고정호
즐거운 표정으로 잔줄꼬기 대회에 참여한 어르신들. 옛 추억을 살리며 능숙히 줄을 꼬는 실력이 다들 수준급이었다. ⓒ고정호

[당진신문=고정호 기자]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2023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가 5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는 전통의례와 전문대회, 민속행사 등 시민이 참여하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국가무형문화재를 직접 보고 알아볼 수 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첫날 개막식부터 축제 현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김연자를 비롯한 7팀의 가수가 개막 축하 공연이 예정되면서, 축제 현장에 많은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눈에 띄었다. 저녁 7시가 넘어 어두워졌지만,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축제 현장을 찾은 가족들은 각종 체험 부스와 먹거리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자녀와 축제를 찾은 신평면 구자현 씨는 “처음으로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를 찾았는데, 사람이 많아서 놀라웠다”며 “저와 아내는 다양한 것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아이들은 체험할 곳이 많아서 즐거워한다. 주말에 다시 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꼬는거 아니유’ 잔줄꼬기대회에서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 관계자가 방문객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고정호
‘그렇게 꼬는거 아니유’ 잔줄꼬기대회에서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 관계자가 방문객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고정호
뜨거운 햇볕을 막고자 모자를 많이 쓴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끝난 후 오랜만에 열린 축제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고정호
뜨거운 햇볕을 막고자 모자를 많이 쓴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끝난 후 오랜만에 열린 축제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고정호

어두운 저녁에 축제의 빛이 더욱 발하지만, 축제 첫날이었던 19일 낮 축제 현장은 살짝 한산함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장 첫 번째 프로그램이었던 잔줄꼬기대회는 사전 신청을 온라인으로 받았지만, 신청 인원이 적어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축제위원회는 현장 접수를 통해 인원을 모았고, 마을 어르신을 비롯한 주민 21명이 참여해 줄 꼬는 실력을 뽐냈다. 잔줄꼬기 대회에 참여했던 한 고령의 참가자는 “내 어릴적 부모님이 새끼를 꼬으시고 나에게도 알려주셨었다. 농사를 짓는데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였다”고 전했다.

잔줄꼬기 대회가 끝나고, 시민노래자랑이 열렸다. 화려한 기교의 노래는 아니지만, 흥을 돋구기에는 제격이었던 시민노래자랑, 현장에 잠시 들렀던 시민부터 축제위원회 관계자들 그리고 부스 참가자들은 따뜻한 바람 속에 흐르는 음악에 손뼉을 치며, 진정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전통의 축제 명맥 잇다

축제 이틀차를 맞은 20일은 기지시 일원에서 제례의식이 진행됐다. 2023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로서 재난을 예방하고 풍년을 기원하며 지역주민들의 화합을 상징하는 제례의식은 당제와 용왕제, 마을기원제로 구성됐다.

기지시 줄다리기 보존회와 신암사, 대성사가 함께 진행한 전통제례의식은 유교와 불교, 무속 신앙이 합동제로 진행되는 것이 큰 특징이다. 

국수봉에서 진행된 당제에 신암사와 대성사 스님들이 독송 축원을 행하고 있다. ⓒ고정호
국수봉에서 진행된 당제에 신암사와 대성사 스님들이 독송 축원을 행하고 있다. ⓒ고정호
농기와 영기를 하늘 높이 세워 기지시 일원을 이동하는 당제 기수단. 힘들만 하건대 계속된 당찬 걸음이 인상적이었다.
농기와 영기를 하늘 높이 세워 기지시 일원을 이동하는 당제 기수단. 힘들만 하건대 계속된 당찬 걸음이 인상적이었다.

세한대 전통연희학과 학생들의 흥겨운 풍물놀이로 시작한 제례의식의 분위기는 후끈하게 올랐다.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린 풍물공연에 시민들은 연신 카메라를 들고 사진과 영상을 찍기 바빴고, 흥겨운 분위기에 세한대 학생들의 표정도 환했다.

숨 가쁘게 풍물놀이를 하고, 쉬고 있던 세한대 김현수 학생은 “약 두 달간 준비하며 다 함께 연습해왔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저희들의 젊은 에너지가 행사에 도움이 되었길 빈다”며 “남기문 교수님이 많이 고생하셨고 오늘 행사가 잘 진행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후 당제 기수단이 농기와 영기를 하늘 높이 치켜세우고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 농악대와 세한대학교 풍물단이 함께 풍악을 울리며 국수봉으로 이동했고, 이후 국수봉에서 당제, 흥척동 대동우물에서 용왕제를 지낸 후, 틀못 광장무대에 도착한 행렬은 마지막으로 마을기원제를 지냈다.

기지시줄다리기 행렬을 응원하는 시민과 농악대 회원의 밝은 웃음. ⓒ고정호
기지시줄다리기 행렬을 응원하는 시민과 농악대 회원의 밝은 웃음. ⓒ고정호
‘장군님 나가신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와 관계자들이 전통예복을 입고 행렬을 하고 있다. ⓒ고정호
‘장군님 나가신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와 관계자들이 전통예복을 입고 행렬을 하고 있다. ⓒ고정호

기지시 일원으로 이동을 하는 동안 주변 시민들과 상가건물에서 나온 이들은 자연스럽게 박수와 환호를 했고, 초등학생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지만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도로의 차량 역시 제례 행렬을 바라보며, 경적을 울리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기지시와 인근 지역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행렬에 응원을 보내며 음료수를 권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의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고령의 부부가 눈에 띄었다. 고운 한복과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노재학 당주와 그의 부인 정승순 씨는 지역주민의 모범을 보여 당해 제수를 담당했다.

노재학 당주와 정승순 씨는 신령님께 바치는 신성한 술인 당주를 담그고 제례 때까지 약 100일간 당주집에서 지성으로 관리했다. 이들의 노력은 올해 제례의식에서 더욱 빛을 냈다.

정승순 씨는 “저희가 당주 댁이 되어 술을 담그고 제를 지내는 모든 것들이 참으로 감사하다”며 “제례를 하며 가족이 지금처럼 화목하게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소원을 빌었다. 오늘 참석한 모든 분이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빈다”며 덕담을 나눴다.

기지시 국수봉에서 열린 당제에서 푸너리예술단이 무속제의를 하고 있다. ⓒ고정호
기지시 국수봉에서 열린 당제에서 푸너리예술단이 무속제의를 하고 있다. ⓒ고정호
당주댁으로 선정된 노재학 당주님과 부인 정승순 씨. ⓒ고정호
당주댁으로 선정된 노재학 당주님과 부인 정승순 씨. ⓒ고정호

이날 축제는 백여 명이 넘는 제례의식 인원들과 관계자들, 시민들이 모여 행렬을 이뤘고, 안전을 위해 경찰과 소방서, 의용소방대 등이 차량을 통제하는 모습도 장관을 이뤘다.

사실, 요즘 시대는 참 각박하다. 그렇기에 혹여라도 차량 통제나 많은 인파에 누구든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대형 축제가 열려서 일까, 아니면 잠시 어우러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시민들은 서로 양보하며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구슬땀 흘리며 제례의식을 진행했지만 밝은 웃음의 최우진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이수자. ⓒ고정호
구슬땀 흘리며 제례의식을 진행했지만 밝은 웃음의 최우진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이수자. ⓒ고정호

최우진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 이수자는 “오늘 제례의식이 쉽지는 않았다. 준비과정부터 오늘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보존회의 역할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전통의 기지시줄다리기가 현재까지 이어져왔고, 유네스코 등재라는 쾌거까지 얻어냈다”라며 “앞으로도 최선 다해 땀 흘리고 싶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당진시와 기지시줄다리기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3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첫날에 이어 둘째 날, 평일 저녁에도 많은 시민은 축제 현장을 찾아 마련된 음식을 나누며 우리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했다.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 학생들(위)과 열정 넘치는 젊은 이들의 풍물놀이는 의식의 흥을 돋궜다.(아래) ⓒ고정호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 학생들. ⓒ고정호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 학생들(위)과 열정 넘치는 젊은 이들의 풍물놀이는 의식의 흥을 돋궜다.(아래) ⓒ고정호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 학생들의 열정 넘치는 풍물놀이는 의식의 흥을 돋궜다. ⓒ고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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