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 충남문화재전문위원

이인화 충남문화재전문위원. ⓒ당진신문
이인화 충남문화재전문위원. ⓒ당진신문

당진에는 타 시군에 비해 많은 문화유산이 없지만 그 나름대로 좋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잘 가꾸고 살필 필요가 있다. 

승전목은 바로 그런 곳이다. 당진읍 구룡리와 면천면 사기소리 경계지에 있다. 1894년 11월 21일 내포지역 동학혁명군 2만이 기관총으로 아까마즈(赤松國封) 소위가 이끄는 일본군 89명을 공격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곳이고, 일부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듯 <서기>에 기록되는 백제부흥운동과 관련된 역사의 현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역사현장을 무책임하게 골재개발사에게 허가해줌으로써 무자비하게 훼손시켰고 아직도 쓰레기처리장 운운하는 말들이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임은 이 업무를 담당한 당진시 업무 책임자들, 그리고 그 주변에서 막지 못한 우리들이 져야 할 것이다. 

본 필자는 1997년 동학농민전쟁을 추적하던 중 승전목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그곳을 역사의 현장으로 개발하자고 1997년부터 여러 차례 논문, 칼럼 등을 통해 의견을 제기했다.

그곳은 말발굽을 두 개 겹쳐 놓은 것과 같은 지형적인 요세지이기에 일본군이 동학군에게 패해 도주하는 장면이 시간대별로 보고되어 있고, 이배산 중턱에 있는 고려시대 절터, 이배산 용주봉 기우제장, 승적목 장승과 도깨비 바위, 민백준 청덕휼민비, 천주교 교우촌과 새터말 천주교 공소(지금은 소실되어 안타까움) 등이 있다. 

이처럼 이곳은 자연경관과 함께 청소년들의 심신수련장이 되어야 하는 곳으로 지역문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곳이다. 

여름철 장마에만 있는 <이배산 폭포>지만 양수기 몇 대를 이용해 사철 떨어지게 한다면 절경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하천변을 정비하고 벤치 몇 개만 설치해 놓아도 검안천의 깨끗한 물과 함께 가을철 절벽에 어우러진 단풍을 즐길 만한 경관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여기에 역사적인 각종 유적이 산재해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산업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올 장소로 생각들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필자는 당진의 젊은이들이 빼어난 경관과 함께 동학농민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워 승리한 자부심을 가슴에 담게 하고 일제가 동학군들을 무참히 학살한 나라 잃은 민족의 아픔을 배우게 하는 장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진 현감 민백준 현감의 애민정신, 장승과 도깨비 바위, 아들 기원 바위, 기우제 등을 통한 민속교육자료로, 새터말 천주교 공소와 구룡리 공소, 고려시대 절터 등을 엮어 자연 속에서 역사도 배우고 자연경관도 즐겼으면 한다. 

그나마 당진향토유적으로 지정되고, 모개발사의 2차, 3차, 4차(무려 2040년까지) 개발계획을 무산시켰지만 승전목은 아직도 무참히 훼손되고 있어 원형을 살려내기가 어렵다. 우리는 무책임하게 훼손에 대하여 반성도 하고 교훈도 삼아 더는 무책임하게 승전목을 개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의 현장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역사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주변 경관을 부수고 무슨 보존이 가능하겠는가.

승전목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장소다. 장마철마다 내려오는 폭포수도 만들어 더 빼어난 장소로 만들어 역사체험의 장으로 남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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