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주 로컬에디터 현장 멘토, 가주스페이스 대표

박향주 로컬에디터 현장 멘토, 가주스페이스 대표. ⓒ당진신문
박향주 로컬에디터 현장 멘토, 가주스페이스 대표. ⓒ당진신문

참 오랜만에 시 한편 쓸 여유를 냈다. 실은 이 한편을 쓰는 동안 여유가 찾아왔다는 말이 더 맞다. 작년 6월 1일 ‘로컬에디터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 참가자로 당진에 첫발을 딛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묵은 바람을 꺼내 든 날이었다. 따뜻한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모든 이들에게 생소한 직업 ‘로컬에디터(지속가능한 식탁을 위해 쓰는 사람, 농부의 목소리를 글 사진 등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사람)’가 농촌과 농부에게 필요한지 검증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땅을 살리는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이야기는 건조했던 마음에 풍요를 안겨주었다. 그 만남으로 인해 농촌의 모든 것이 귀해 보이기 시작했고 뛰어 놀고, 살고 싶은 가능성의 땅이 되었다. 

어린시절 “밥 한 숟갈 떠 먹을 때 마다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꼭꼭 씹어 먹으라”는 엄마의 말이 진부한 잔소리가 아닌 진리였음을 깨닫는 시기였다. 건강한 쌀 한 톨 공기 한 모금도 누군가의 노력의 산물임을 체감하게 되었다. 

가능성이 보이니 함께 할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 기대감으로 올해 5월 9일 당진 ‘로컬에디터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2기 현장 멘토로 6개월간 함께했다. 

11월 8일 184일간의 공식적인 살아보기 사업은 매듭지어졌지만 4명 중 3명의 청년이 당진 정주를 선택했다. 각자의 빈 스케치북에 그려나갈 그림들이 서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농촌과 농부의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생긴 것만으로 가능성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당진에서 농촌을 오가며 농부를 만나게 된지 530일이 되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거칠고 무심해보여도 누구보다 섬세하고 사랑의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바로 ‘농부’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만난 농부의 손끝에는 농작물에 대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존중이 베어 있었다. 한번씩 농사 권유를 받곤 하는데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다만 그 큰 일을 하는 농부를 알리고 팬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선택’이란 시는 내게 보내는 반성과 격려의 마음을 담았다. 돌아보면 좋아하는 것은 순간의 감정이었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사랑의 마음이었다. 농부가 사랑하는 방식은 ‘기다림’. 부모의 마음처럼 진득하게 바라보고 돌봐준다. 그간 식물을 키우면 번번히 미안함만 전했다. 사랑의 마음으로 작은 생명 하나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


선택 -박향주

꽃을 좋아해서 
꽃을 꺾었다

꽃을 사랑해서 
꽃을 심었다

아름다움을
손에 쥐고 싶은
찰나의 소유

아름다움을 
오래 보고 싶은
기다림의 시간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매 순간 

내 생각
내 마음
내 시선
내 손끝에

사랑이 깃들길
향기로운 삶이 되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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