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가족성통합상담센터 “개선되지 않는 성교육..사회의 책임”

당진가족성통합상담센터 100인 토론회 자료. ⓒ함현주
당진가족성통합상담센터 100인 토론회 자료. ⓒ함현주

[당진신문=허미르 기자] 디지털 시대에 무분별하게 성에 노출되는 청소년에게 시대에 발맞춘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당진가족성통합상담센터가 진행한 청소년 100인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질 밖에 사정하는 것으로 100% 임신을 막을 수 있다’라는 질문에 막을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8명이었으며, ‘여성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면 강간을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4명이었다.

성폭행을 당한 이후 대처에 대해 ‘남학생이 성폭력을 당해서 도움받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응답한 학생은 18명이었으며, 성교육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고 대답한 학생이 4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18명이 있었다. 

또한, 22명의 학생은 입맞춤 동의는 성관계도 동의한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일부 학생들은 모텔에 ‘쉬러가자’고 말해서 상대방이 따라간다면, 암묵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또 다른 학생들은 모텔이라는 장소를 사회적으로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답변을 내놨다.

이 외에도 디지털 윤리 의식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자율 참여 설문조사에서 ‘SNS를 통해 불법 촬영 동영상을 가끔 시청한다’라는 질문에 30명의 학생이 응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가볍게 말하던 학생들은 직접 임산부 체험을 해보고, 출산하는 장면을 시연하는 성교육을 받으며, “내가 이렇게 태어나는 것이냐”라며 무거운 표정을 보이며 그동안 몰랐던 성에 대한 인식을 깨닫는 모습도 보였다.

당진에 한 고등학교의 보건교사는 “청소년들의 성 지식이 무지한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잘못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수업은 물론 성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며 “외국의 경우 성적인 미디어를 접하기가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SNS만 들어가면 성적인 미디어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 지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성교육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바른 성 지식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왜곡된 성 지식, 사회의 책임

청소년 성범죄는 해마다 당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당진경찰서 5대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 강간·추행 건수는 △2020년 4명 △2019년 4명 △2018년 0명 △2017년 3명으로 비슷한 수치로 발생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10월 20일 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판매한 A씨(만 18세, 남)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당진에서 구속됐다.

현재 만 18세인 A씨는 2018년과 2019년에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 씨가 당진에서 체포되고, N번방 사건 발생으로 사회적 논란이 컸던 당시 만 14세~15세였다. 청소년기에 버젓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판매했던 것이다. (관련기사:당진서 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판매한 10대 구속,1431호) 이에 당진가족성통합상담센터 신순옥 센터장은 시대에 맞춘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청소년의 성 지식도 시대에 맞춰지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사회적으로 책임을 갖고 성교육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순옥 센터장은 “요즘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동의인데 아이들은 동의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다.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은 옳지 않으며, 꼭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해야한다”며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관계는 성립될 수 없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성관계에는 비장애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장애인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명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이 올바른 성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아이들의 성교육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며 “학부모도 시대에 맞춘 성교육이 필요하다. 예전의 성교육 내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회와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신순옥 센터장은 “토론회로 인해 아이들에게서 빛을 봤다. 지금까지 미디어로 인해 잘못된 성지식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토론회를 통해 성관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하다”라며 “처음으로 토론회 방식의 성교육을 진행해봤는데, 참여했던 학생이 그동안 가졌던 잘못된 성 지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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