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숙자

남산공원에 홀로 서 있는
늙은 벚꽃나무가 황홀하다
이삼년 전엔 무척 곱게 피었던 벚꽃
한 해 한 해 색깔이 퇴색되어간다
늙어서 가지가 휘어져도
늙어서 한쪽 가지가 뭉툭 잘려져도
벚꽃은 신부新婦 부케처럼 피었다
벚꽃이 필 때마다
궁금해서 찾아가고
지칠 때 찾아가고
아플 때 찾아가 나무 벤치에 앉아
그냥 바라만 봐도 기쁨 주고
말없이 바라만 봐도 힘을 주던 벚꽃 나무
그 많던 꽃잎 바람에 우수수
새파란 풀밭에 눈처럼 수북이 쌓였다
벚꽃은 질 때도 이토록 곱게 진다


약력

경북 영천 출생, 계간『문학사랑』신인상 등단, 한민족통일문화제전 詩 수상, 당진문화원 주부백일장 수상, (사)한국문인협회. 충남문인협회. 당진문인협회. 호수시문학회, 당진시인협회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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