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가족을 만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매순간 불안함에 떨어”

“드라마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10% 정도다. 미디어는 자폐 장애인을 특별한 능력이 한 가지씩 있는 초능력자처럼 그리지만 현실은 다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는 “안녕하세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고 말한다. 이는 자폐증상 중 하나인 상동행동으로, 의미 없이 같은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사진은 블록을 쌓으며 상동행동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는 “안녕하세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고 말한다. 이는 자폐증상 중 하나인 상동행동으로, 의미 없이 같은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사진은 블록을 쌓으며 상동행동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당진신문=허미르 기자] 당진장애인가족지원센터 한숙자 회장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를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드라마속 우영우는센터에 있는 아이들과 너무 다를 뿐더러 존재한다 해도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최근 성황리에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의 대사다. 이 대사는 자폐증상 중 하나로 상동행동이라고 해서 의미 없이 같은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우영우가 변호사가 되어 한바다 로펌에 들어가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우 박은빈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부터 큰 화제성을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전 국민에게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병명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자폐 장애인은 이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 종종 등장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뛰어난 뭔가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부 자폐 장애 가족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아니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드라마 속 우영우를 생각하면서 자폐 장애 가족들에게 ‘얘는 뭘 잘해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자폐 장애 가족들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30대 자폐 장애인 A군은 어릴 때부터 말이 느리고, 다른 아이들이 손짓, 발짓하면서 의사소통을 시작하려 할 때 반응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다. 신발을 줄 세워두기도 했고, 화장실 물을 반복적으로 계속 내려 경비아저씨가 물이 새는 줄 알고 스패너를 들고 올라온 적도 있다. 

A군은 초등학교 2,3학년 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녔고, 사춘기가 지나고 성장하면서 자해 행위가 심해져 손등의 살점이 떨어져 나간 적도 있다. 

A군의 어머니는 과거 아팠던 병마가 되살아났지만, 쉴 수가 없다. A군의 어머니는 “내가 몸이 많이 아픈 와중에도 아이를 24시간 케어해야 한다. 내 아이가 자폐 장애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행동 하나를 볼 때 이해하면서 봐주는데, 자폐 장애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행동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쳐다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가 말을 못하는데 아빠라는 단어를 말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아빠라고 말 할 줄 안다고 이야기하는데 뜻은 모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하는 것”이라며 “이때까지 나아졌던 것처럼 행동교정이라도 됐으면 한다. 복지관에서 전화라도 한 번 오는 날이면 불안함이 먼저 찾아올 정도”라고 그동안의 힘듦을 쏟아냈다.

초등학생 자폐 장애인 B군은 두 돌 때쯤 언어가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그저 남들보다 조금 느린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8살 때 장애 판정을 받았다. B군은 엄마와 간단한 상호작용이 되는 아이이지만 본인이 말을 듣고 표현할 줄 알아 선생님이 움직이기 전 먼저 이동해 선생님들을 걱정시키기도 한다. 

특히, 잠을 자도 새벽녘이면 계속 깨는 탓에 B군의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B군의 어머니는 “지금은 어리지만 나중에 사춘기 때가 되어 성욕이 생길때가 걱정이다. 해소를 해주지 않으면 폭력적으로 표출된다고 하는데 그때는 어떡해야 할지 깜깜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는 “안녕하세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고 말한다. 이는 자폐증상 중 하나인 상동행동으로, 의미 없이 같은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사진은 블록을 쌓은 아이의 모습. ⓒ당진신문 허미르 기자

B군의 어머니는 둘째를 갖고 싶었지만 B군과 같은 자폐 성향이 있을까 두려워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B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잠을 잘 자고, 무탈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다. 학교에서 전화가 올 때면 마찬가지로 불안함이 먼저 든다”며 “상호작용은 되어도, 학습능력이 없으니 걱정이다. 나중에 아이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어머니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월급 전체를 아이의 치료에 쏟아 붓다보니 생활비가 모자라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아이를 케어해야하기 때문에 프리랜서 일이나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정도가 최대다. 복지 시설에 맡긴다고 해도 아이에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집중할 수가 없다.

지난 24일 대구에서 2살 자폐증 아들을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엄마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동일한 사건으로 지난 5월, 인천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어머니가 중증장애가 있는 30대 자녀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두 어머니는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훔쳤다. 

“장애인 자녀를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들이 종종 나타나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가 되고, 남일 같지가 않게 느껴진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는 생각에 막막할 때가 있다. 아이를 시설에 보내는 것 또한 이해된다. 하지만 그러려면 어렸을 때부터 보내야 하는데 그 작은 아이를 어떻게 떼어낼 수가 있으며, 성인이 됐을 때도 엄마와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아이를 보낸다는 게 쉽지 않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화에 나오는 ‘정훈’과 같은 자폐 장애인은 사회에 많지만 우영우는 드라마에만 나올 수 있는 해리포터 같은 캐릭터다. 

한숙자 회장은 “우리 시설에만 보면 자폐 장애인 중 뛰어난 것을 가지고 태어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10명 중에 1명 정도 있거나 아니면 아예 없을뿐더러 교육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게다가 우영우처럼 사회성까지 갖춘 경우는 거의 없어 부모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 드라마에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들이 녹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은 본인의 권리를 찾기 힘들다”며 “아이들은 평생 케어해야 하는 부모님들은 항상 몸에 병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를 온전히 믿지말고 현실을 보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복지를 늘리는데 힘써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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