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 인근 마을로 유출
강알칼리성에 농경지 벼 노랗게 변하고, 물고기 떼죽음
현대제철 “배수로 확장, 약품 투입 등 피해 줄일 것”
조상연 의원 “법령 없어도 재발 방지 위한 자체 규정 만들어야”

지난 6월 말 현대제철 송산2산단에 복토한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석문호 내수면과 인근 농지에 유출돼 농경지의 벼는 노랗게 변했고, 석문호 내수면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물고기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지난 6월 말 현대제철 송산2산단에 복토한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석문호 내수면과 인근 농지에 유출돼 농경지의 벼는 노랗게 변했고, 석문호 내수면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물고기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현대제철이 송산2일반산업단지에 복토한 슬래그 골재에서 강알칼리성의 침출수가 유출돼 주민 피해 민원이 제기됐다. 

현대제철은 슬라브(두꺼운 강판) 보관을 위해 송산2일반산업단지(2-1공구, 현대제철 옆) 약 12만 8700㎡ 면적에 슬래그 골재를 복토했다. 

슬래그는 쇳물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로, 폐기물관리법에 명시된 일정 기간 보관해 독성을 뺀 뒤에 사용하는 조건으로 환경 표준 인증을 받아 슬래그 골재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무게가 있는 슬라브를 맨땅에 보관할 때 지면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 역할로 슬래그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슬래그 성질상 물과 섞이는 경우 수소이온농도(pH)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폐기물 수준으로 농도가 올라 생물이 살 수 없는 강알칼리성을 띠게 된다. 즉,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흘러나와 주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슬래그를 사용하는 업체에서는 방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슬래그에서 나오는 침출수의 pH 농도에 대한 법적 규정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의 침출수가 인근 마을로 유출되는 예견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말 현대제철 송산2산단에 복토한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석문호 내수면과 인근 농지에 유출돼 벼는 노랗게 변했고, 석문호 내수면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물고기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침출수가 유출된 물에 미꾸라지를 넣었더니, 몇 분이 지나자 미꾸라지는 모두 폐사했다.

지난 6월 말 현대제철 송산2산단에 복토한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석문호 내수면과 인근 농지에 유출돼 농경지의 벼는 노랗게 변했고, 석문호 내수면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물고기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6월 말 현대제철 송산2산단에 복토한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석문호 내수면과 인근 농지에 유출돼 농경지의 벼는 노랗게 변했고, 석문호 내수면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물고기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당시 리트머스 종이를 이용해 침출수가 유입된 석문호의 물에 직접 알칼리성(pH) 농도를 확인한 결과 농도 pH14를 확인한 석문호 내수면어업계와 가곡리 일부 주민들은 지난 7월 5일과 19일 그리고 8월 8일 세 차례에 걸쳐 당진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가곡리 주민 최준영 씨는 “예전부터 침출수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지난 6월 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인근 논과 석문호로 유입됐다”면서 “보통 pH7~8은 나와야 정상이라는데, 석문호 물에 리트머스 시험지로 직접 확인해보니 농도가 14였다. 이후에 수치는 내려갔지만, 그래도 강알칼리성의 침출수가 유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동안 석문호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어민들이 민물 새우의 양이 줄었다고 했을 때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침출수 유출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면서 “앞으로 현대제철과 당진시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 주민들은 현대 본사를 찾아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방제 조치 이행할 것”

사고 발생 이후 현대제철 관계자는 “침출수 유출로 인해 주민 민원이 발생한 만큼 방제계획을 잘 이행해 향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주민들이 피해를 주장하는 만큼 슬래그 부지내 배수로를 확장하고 정비하고, 산단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유입 및 pH 농도를 조정하기 위한 중화약품을 투입해 하루에 3~4회 농도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슬래그 성질상 pH가 높다는 점을 알고,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환경부의 지침이 개선되면 그에 맞춰서 시설 재정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그동안 침출수는 조금씩 나오고 있었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침출수가 마을로 유출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침출수가 나오는 경우 마을 이장님과 협의해서 배수로를 준설해 드리고,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계속 공유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민원이 발생하고 현대제철은 부지 내 기존 배수로를 깊게 다시 팠으며, 산단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거쳐서 내수면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변경했다”면서 “pH를 낮추기 위해 중화약품을 투입하고 있으며, 하루에 3~4번씩 농도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약품 주입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은 이르면 11월에 갖춰질 예정이어서 그 전까지는 수동으로 주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제가 된 해당 슬래그 약 20만 톤은 회수할 예정”이라며 “환경부에서 현재 슬래그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여진다. 환경부에서 정확한 기준이 나오면 그 기준에 맞춰서 시설 정비 등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진시 “환경부 규정 개정 제안 예정”

슬래그 침출수 유출 사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슬래그 관리 지침이 허술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석문호 내수면어업계의 1차 민원이 발생 이후 당진시의 대응에서도 지침 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6일 당진시 자원순환과와 금강환경청은 환경부에서 강알칼리성 농도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며, 공사현장과 하천을 방문해 pH 농도를 리트머스 용지로 간이 테스트만 실시했을 뿐 더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현대제철 송산2산단에 복토한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석문호 내수면과 인근 농지에 유출돼 농경지의 벼는 노랗게 변했고, 석문호 내수면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물고기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6월 말 현대제철 송산2산단에 복토한 슬래그에서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석문호 내수면과 인근 농지에 유출돼 농경지의 벼는 노랗게 변했고, 석문호 내수면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물고기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당진신문 지나영 기자

이후 석문호 내수면어업계와 주민들이 재차 민원을 제기했고, 업무를 이관받은 기후환경과 수질관리팀은 법적 효력을 낼 수 있는 측정 기계로 pH 농도를 다시 측정했다. 측정 결과는 pH12.52였다. pH12 이상이면 폐기물로 볼 수 있으며,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다. 

이에 당진시는 현대제철에 물환경보전법 제15조 및 시행규칙 제26조의 2에서 정하는 기준 이상으로 공공수역으로 유출 또는 배출되지 않고, 생태 독성 물질을 포함한 침출수로 인한 공공수역의 오염을 방지하고 제거하는 조치를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당진시 기후환경과 관계자는 “자원순환과에서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1차 현장 조사를 실시했던 것이고, 이후 기후환경과에서는 수질과 관련된 부분에서 수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pH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게 된 것”이라며 “농도가 높게 나온 만큼 현대제철에 방제조치 이행을 명령했고, 향후 환경부에 정책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하지만 수질 차원에서는 분명히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에 있는 업체에서 슬래그 골재를 사용하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수생태계의 건강성 측면에서 사업자들에게 방제계획을 세워주기를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상연 당진시의원은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앞으로 슬래그에서 나오는 침출수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에 당진시와 현대제철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환경부의 부족한 법령 기준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하겠지만, 법령에 없어도 시와 업체 측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자체 규정을 만들야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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