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판기 편의점 ‘머물다’ 장윤희 대표

무인 자판기 편의점 ‘머물다’ 장윤희 대표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무인 자판기 편의점 ‘머물다’ 장윤희 대표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당진신문=김정아 시민기자] 최근 비대면 무인점포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곳곳에 생겨난 무인점포가 가출 청소년의 쉼터로 악용되고 있는 사건사고 역시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가출 청소년들이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빨래방이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밤을 보내는 일이 잦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각종 범죄가 일어나면서 무인점포 점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만, 당진 유니클로 후문 맞은편에 ‘머물다’ 무인 자판기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생각이 좀 다릅니다. 

“청소년들이 정말 갈 곳이 없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마음 편하게 게임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안전하게 있다가 귀가했으면 좋겠다”는 장윤희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Q. 사장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헉헉대면서도 언제나 20대를 꿈꾸는 40대 아줌마사장 장윤희입니다. 충남 당진에서 초,중 고등학교 졸업이후 대전으로 대학을 갔고 시댁인 공주에서 당진으로 이사온지 벌써 18년이 되었네요.

Q. 무인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친정아버지의 권유로 오랫동안 비어 있는 상가를 임대받아 무인 자판기 편의점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개업식도 하지 않아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지나가는 분들마다 창문 틈을 살피면서 가게 안을 살펴보더라고요. 그런데 학생들이 정보가 빠르다보니 오전 8시만 되면 가게로 들어와 물이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를 구매하고 등교하더라고요.

메이크업을 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볼 때면 막내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나 너무 예뻐보입니다. 이렇게 부담 없이 편하게 왔다가는 학생들이 있다 보니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무인 자판기 편의점 ‘머물다’ 내부 모습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Q. 무인점포에서 도난당하는 사례들도 있는데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요?

가출 청소년들이 점령한 무인점포는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잖아요. 최대한 범죄가 이루어지는 일이 없도록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정면은 통유리로 안이 잘 보이도록 하고 CCTV설치 및 지폐교환기, 동전교환기 대신 바코드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자동판매기를 놓았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청소년들의 범죄가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점포를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당진에 청소년들이 정말 갈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Q. 학교폭력 예방 인형극도 하신다고요.

학교폭력은 대처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인형극으로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쉽고 학교폭력예방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2021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준비기간을 갖고 올해 4월부터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극을 시작했습니다. 

무인 자판기 편의점 ‘머물다’ 내부 모습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Q. 자판기 메뉴 재고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최대한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소매로 물건을 사고 유통기간 확인 후 유통기간 임박 2~3일전에 매점에 오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재고도 줄이고 동시에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눌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되기도 합니다

Q.학생들이 먹고 싶은 메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많이 먹는 상품을 구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좋아하는 불닭은 치즈와 먹어야 제맛이라고 해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치즈를 소분한 치즈팩을 세트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떡볶이는 두가지 맛 치즈를 첨가해 맛난 떡볶이컵을 판매중입니다. 그램수를 정해놓지 않고 듬뿍듬뿍 넣어 판매하고 있고, 학생들 주머니사정을 고려해 3천원 이하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Q. 공간대여도 가능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현재는 교육지원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계시고요. 미리 연락만주시면 1층~ 2층 에서 회의나 또는 학습토론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여름방학,겨울방학동안엔 수험생들에게 공간대여를 무료로 오픈하고있습니다.

Q.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와 지역 센터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질문중 하나가 “좋아하는게 뭐야? 뭐가 되고 싶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이 “없는데요” 라며 대답하더라고요. 

아이들이 대단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작은 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동네가게 사장님이 되고 싶은 아이가 신세계몰이나 이마트같은 CEO가 될 수도 있고, 공부를 못하더라도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페이커처럼 프로게이머가 될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행복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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