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농업용수로에 물 새고, 농사 망쳐 근심
농민들 “노후 농업용수로 피해 7년째..호소해도 묵묵부답”

속에 묻힌 수로가 터져 늘 물이 차는 고추밭 구간. 물에 잠겼던 흔적이 역력하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속에 묻힌 수로가 터져 늘 물이 차는 고추밭 구간. 물에 잠겼던 흔적이 역력하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신문=김진아 PD] 지독한 가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부 농민들은 곧 들이닥칠 장마도 걱정해야 한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노후화된 농업용수로에서 물이 흘러넘쳐 지금껏 일구어 둔 농작물이 수해를 입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1979년 삽교천 방조제가 준공되면서 당진지역 곳곳에는 논밭으로 통하는 길마다 삽교천 물을 보낼 수로가 설치됐다. 그 덕분에 농가에서는 농업용수를 걱정하지 않고 농작물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시 놓인 수로를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용하는 만큼 현재의 농업용수는 상당히 노후된 상태다. 

문제는 낡은 수로를 통해 아슬아슬하게 물이 운반되다가 물이 가지않아야 할 곳에서 물이 새버려서 정작 물이 닿아야 할 곳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물 한 방울이 아까운 극심한 가뭄철에는 그 피해가 더 심각하다.

연결돼있어야 할 관이 분리된 모습. 벌어진 틈 사이에서 논으로 흘러야 할 농업용수가 새어 나온다.
연결돼있어야 할 관이 분리된 모습. 벌어진 틈 사이에서 논으로 흘러야 할 농업용수가 새어 나온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이 때문에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각 마을마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주민 중에서 수감이라는 계약직 근로자를 두고 동네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도록 했다. 농어촌공사의 인력만으로는 지역 곳곳의 산재되어 있는 시설을 수시로 관리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의 그러한 노력에도 노후 된 농업용 수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농가는 여전히 많다. 여러 개의 수로가 지나가는 밭을 경작하는 최종록(71/면천면) 씨도 여러 해째 피해를 입고 있다.

최종록 씨는 “밭 아래로 지나가는 농업용수로가 땅속에서 터졌는데 삽교천에서 물이 흘러들어올 때나 장마철에는 온 밭이 물에 잠긴다”며 “며칠 전에도 고추밭에 물이 차서 장화를 신고 들어갔다. 밭이 질면 트랙터도 못 들어갈 뿐 아니라 밭에서 작물들이 자랄 수가 없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공적인 일을 처리하기가 어려워서 수로시설에 관한 문제가 생기면 수감한테 얘기한다. 그런데 저 관에서 물이 샌 지가 7년이 넘었고, 수감이 몇 번 바뀌는 동안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서 사비로 굴삭기를 불러 물길을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그도 소용없는 것이 산에서 계속 흙이 쏟아져서 도랑을 막고 밭 아래에 묻힌 또 다른 관도 터져서 밭 속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만들어진 물길이 온 밭을 덮는다. 언제까지 매번 도랑만 여러 갈래로 만들어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꾸만 새는 수로를 고쳐주지 않자, 사비를 들여 굴삭기로 만들어낸 물길. 하지만 뒤편 언덕으로부터 흙이 자꾸 쏟아져 도랑을 막는다.
자꾸만 새는 수로를 고쳐주지 않자, 사비를 들여 굴삭기로 만들어낸 물길. 하지만 뒤편 언덕으로부터 흙이 자꾸 쏟아져 도랑을 막는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지사장 김재선)에서는 당진지역의 농업용수시설 노후화를 인지하고 있으며 피해사실을 알려도 조치가 지연된다면 수감을 통하지 않고 농어촌공사로 직접 연락을 달라는 입장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 수자원관리부 관계자는 “해당 지번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인계과정에서 누락이 된 것 같다”며 “하지만 수로가 처음 놓인 이후 한 번도 교체 되지 않은 곳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노후된 곳도 많을 것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신고가 접수된 곳부터 절차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농촌에 계시는 분들께서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본인 경작지가 아니더라도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면 언제든지 수자원관리부로 신고를 부탁드리며, 이미 피해가 발생한 곳은 긴급조치 대상으로 공사를 우선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삽교천 물을 공급해야 해서 공사가 어려우니 사례지역은 가을 이후에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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