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임 순경, 매헌 윤봉길의 가르침을 되새기다
[오피니언] 신임 순경, 매헌 윤봉길의 가르침을 되새기다
  • 당진신문
  • 승인 2022.04.26 15:26
  • 호수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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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경찰서 신평파출소 순경 하용봉

당진경찰서 신평파출소는 최근 파출소장을 필두로 시골길 마스터라는 자체 시책을 선정해 이행 중이다. 구석구석 농로를 순찰하며 길을 익히고 치안도 함께 살피는 것이다. 

봄 기운 충만한 4월의 어느날이었다. “무슨 꽃이냐?” 소장님이 연분홍색 꽃나무를 가리키며 물었다. 답은 매화, 벚꽃 중에 하나였다. 한번 훑어본 후 매화라고 답했다. 소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벚꽃이라는 것이다.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의견에 차마 동의할 수 없었다. 느닷없이 매화와 벚꽃을 나누는 ‘매벚논쟁’이 시작됐다.

매화라고 답한 이유는 크기와 꽃망울의 위치 등 겉모습의 특징은 차치하고 매화를 향한 평소의 관심 때문이었다. 그 매개는 1932년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군 수뇌부를 향해 수통 폭탄을 투척하고 같은 해 순국한 매헌(梅軒) 윤봉길이다. 매헌의 매는 매화를 뜻한다. 

대학생 시절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교양 강의 때 매헌을 알게 됐다. 매헌은 알던 바와 달리 민족애와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독립과 공동체의 부흥을 이끈 위인이었다. 그렇게 매화는 한번 훑어보면 틀림없이 알아볼 수 있는 꽃이 됐다. 

매헌은 몽매한 한 청년이 저지른 ‘묘패사건’을 계기로 계몽 운동을 전개한다. 그리고 상하이 망명 전까지 야학과 강연회를 개설하는 등 농촌부흥운동을 이끈다. 이러한 매헌의 행적과 숭고한 사상은 자필이력서 등 여러 기록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의거 전 작성한 서신 형식의 유서에 뚜렷이 드러난다. 그중 동포에게 보내는 글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 동포여! 더 살고 싶은 것이 인정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하여야 할 오직 한 번의 가장 좋은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백년을 살기보다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오직 이 기회를 택했습니다. 안녕히, 안녕히들 계십시오”

더 살고 싶은 것이 인정이라고 한다. 100년을 덧없이 사느니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삶을 살겠다고 한다. 25살의 매헌은 그렇게 두 번이나 동포의 안녕을 기원하며 글을 맺었다. 특별한 존재였던 독립운동가가 이웃처럼 가깝게 느껴진 그래서 더 서글픈 마지막 인사였다. 

‘매벚논쟁’은 사실 내적 아우성으로 종료됐다. 벚꽃과 매화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매년 봄 같은 모습으로 피어날 매화처럼 경찰관으로서의 정체성과 마음가짐도 변치 않아야 함은 자명했다. 백 년을 살기보다 국민의 신체 생명 재산을 지키는 이 기회를 택했다. 오늘도 시골길에서 마주하는 매헌을 보며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