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수확률 20~30%에 그쳐
이상기온과 바이러스 등으로 피해

이강신 지부장이 빈 벌통을 보여 주고 있다. 벌집에 꿀은 차있지만 벌은 보이지 않는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이강신 지부장이 빈 벌통을 보여 주고 있다. 벌집에 꿀은 차있지만 벌은 보이지 않는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신문=김진아 PD] 당진지역 양봉농가가 이상기온과 바이러스 등의 이유로 꿀 수확량이 평년의 30% 수준에 그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단법인한국양봉협회충청남도지회당진시지부(지부장 이강신, 이하 양봉협)에 따르면 지난겨울 당진의 전업 양봉농가 132곳 중 26곳에서 폐사, 실종 등의 피해를 입었다.

당진에만 꿀벌봉군 1천 630군이 소멸한 것으로 확인 됐으며, 이 때문에 폐업을 고민하는 양봉농가들도 적지 않다. (봉군=여왕벌 한 마리와 1~3만 마리의 수벌 등으로 이뤄진 벌 무리)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특히 딸기, 수박, 사과, 살구, 참외, 오이 등 과채류에서 꿀벌 의존도가 높으며, 그 중 수박의 경우는 꿀벌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이처럼 꿀벌은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2018년도부터 꿀벌 폐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꿀벌 폐사가 앞으로 지속될 경우 농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어 식량 위기와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꿀벌 폐사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꿀벌응애, 이상기온, 바이러스, 등검은말벌의 습격과 논·밭·과수농가 등에서 살포한 농약이 묻은 먹이를 섭취하는 등 복합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양봉농가에서는 그 중 이상기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4월 고온 현상과 5월 비바람 및 저온 현상으로 양봉농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올해에도 이상 기온으로 개화가 앞당겨지며 양봉 농가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양봉협 이번용 사무국장은 “올해만 해도 갑작스럽게 기온이 상승해 빠른 개화를 맞았다. 벌은 이 꽃이 지면 저 꽃으로 활짝 핀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벌들이 꿀을 모으고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꽃이 차례로 피고 져야하는데 한꺼번에 피었으니 한꺼번에 질까봐 문제다”라며 “그래도 꽃은 피었는데 이렇게 피자마자 비가 온다. 비바람으로 인한 낙화피해도 있지만 꽃이 빗방울을 맞으면 멍이 들어 꿀샘에서 꿀이 나오지 않게 된다. 올해도 벌과 농가의 고생길이 훤하다”라고 말했다.

숨겨진 피해 농가 많을 것으로 추정

양봉협은 실제 피해 규모를 집계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양봉 농가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는데다가 괜스레 피해사실을 알렸다가 ‘꿀벌을 잘 못 키우는 사람’으로 인식돼 판매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양봉협에서는 농가차원의 해결보다는 정책적인 해결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강신 지부장이 빈 벌통을 보여 주고 있다. 벌집에 꿀은 차있지만 벌은 보이지 않는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이강신 지부장이 빈 벌통을 보여 주고 있다. 벌집에 꿀은 차있지만 벌은 보이지 않는다. ⓒ당진신문 김진아 PD

양봉협 이강신 지부장은 “당진시의 여러 가지 지원을 고맙게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한시적인 지원이라 매번 도움을 구걸하는 것 같아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무상 지원되는 밀원수도 좋지만, 4~5km를 날아가 먹이를 먹는 꿀벌에게 충분한 밀원수를 심을 만큼 넓은 땅을 가진 농가는 몇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까운 서산·태안은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시의원들이 양봉농가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당진시도 녹지정책으로 나무를 심을 때 수종을 밀원수로 선택하고 타지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직불금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농업기술센터 축산기술팀 신지영 팀장은 “원인을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기후문제 외의 다른 원인들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응애방제교육 등 양봉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는 밀원수종으로 좁은 곳에도 심고 가꿀 수 있는 초화류 식물을 시범적으로 추가 생산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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