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진보당 당진시위원회 위원장

김진숙 진보당 당진시위원회 위원장
김진숙 진보당 당진시위원회 위원장

며칠 전 탑동 사거리에서 자건거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어린이가 우회전하는 트럭에 치어 피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탑동사거리 주변은 당진에서 교통량이 많고 번잡한 교차로이자 학교가 많아 어린이와 학생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다. 그 만큼 사고의 위험이 높아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았던 곳이다.

그렇기에 이 사고는 비단 한 아이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지난 10년간  횡단보도, 스쿨존,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최소 357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3년간 교통사고로 부상과 사망에 이른 어린이가 1500여명에 이른다고도 한다. 어린이 교통안전시설을 확충한다고는 하지만 어린이 교통사고는 좀체 줄지 않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차량 운전석에 앉은 어른의 눈에 아이는 지나치게 굼뜨거나 갑작스러운 존재이다. 일부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초라니(초등학생과 고라니를 합쳐 부르는 말),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라고 부르며 비난한다. 이는 어른들의 시선일 뿐이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어른들은 아무 곳이나 불법주차를 하고, 신호등이 초록색인데도 빠른 속도로 횡단보도를 지나간다. 무시로 불법 유턴을 하고, 경적을 울려댄다. 아이들은 차들이 무섭다. 아이들 입장에서 갑툭튀는 자동차와 운전자들이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시간대는 주로 오후 3~6시 사이이다. 탑동사거리 사고도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발생하였다. 오전 등굣길은 교통지도를 하는 사람들이 학교 앞 횡단보도, 스쿨 존에서 아이들의 통행을 지도하고 차량을 단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굣길은 좀 다르다. 하교 시간대에는 등굣길만큼 보호망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차 가게 빨리 비켜줘라”, “애들 때문에 차들이 가지를 못해.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고”, “이 길이 위험하긴 한데 그래도 시속 30km는 너무 심하지 않아요? 소달구지도 아니고 ...” 어느 잡지의 인터뷰 글을 읽고 눈을 의심했다. 사람의 안전보다 자동차의 흐름이 더 중요한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어린이는 이 땅의 미래’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도로에서 어린이는 그저 흐름을 막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설치물들도 사실은 어른들의 시선에 맞춰져 있다.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는 오히려 아이의 눈을 가려 건너편이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다. 가로수, 신호등 기둥, 대형 화분, 현수막 등 아이들의 시선을 가리는, 어른 눈높이의 설치물들은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것들이 많다. 아이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이 눈높이에게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길을 건너다, 학교에 가다, 집으로 돌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학교 주변 신호등 기둥이나 설치물들, 길바닥에 색을 입혀 잘 보이게 해야 한다. 오렌지 존이라 불리는 이런 조치만으로도 교통사고를 9%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인천 송도처럼 특정시간대에 대형 화물차는 학교 통학로 주변을 통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당진탑동사거리는 차량들이 고가도로 때문에 좁아진 도로사정으로 밀려 서 있다가 고대방향으로 우회전할 때는 교통섬 뒷길을 초록색 신호임에도 주변을 잘 살피지 않고 빠르게 운행하기 일쑤이다. 이미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었으나 당진시는 “이미 설치해야 할 시설은 충분히 설치했다”고 할 뿐이다. 정말 그럴까?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 길이 안전한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30km 단속카메라는 왜 학교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설치되어 있는지? 학교 앞 도로에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다니는데 이런 위험을 줄일 대책은 왜 세우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망 사고를 계기로 시청, 교육청, 학교, 학부모, 학생, 관련시민단체 등이 모여 안전한 등하교길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정책으로 반영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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