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신라대 청소노동자의 해고
[오피니언]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신라대 청소노동자의 해고
  • 당진신문
  • 승인 2021.08.13 20:29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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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기 전국대학노조 신성대지부장

지난 6월 26일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2년 사이에 같은 대학에서 사건이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혼자서 감당했어야 했던 엄청난 노동량과 그에 반하는 열악한 휴게시설, 업무와 무관하게 노동자를 통제하는 갑질이 가능했던 조직문화... 왜 2년이 지나도록 이러한 노동환경은 변하지 못했던 것일까?

얼마 전 신라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을 지켜내기 위해 142일을 투쟁해야만 했다. 대학이 재정난을 이유로 청소노동자를 절반 가까이 해고했기 때문이었다. 자본의 위기 상황에서 제일 먼저 희생당하는 것이 취약노동자임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만일 자본의 의도대로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떠난 자리에서 다시 일해야 했을 남겨진 이들은 얼마나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을까? 

도대체 대학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국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청소노동자들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이러한 문제는 과연 대학 내 청소노동자만의 문제인 것일까? 단언컨대 이것은 이제 곧 대학 내 모든 비정규직의 문제로 대두될 것이며 근본적인 해결방안 없는 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위기로 드러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실태와 원인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는 수많은 형태의 비정규직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청소, 경비 뿐만 아니라 산단, 행정조교를 포함한 각종 조교, 각종 프로젝트 사업단 등이 그들이다. 실제 사학 명문으로 알려진 고려대의 경우 용역을 제외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900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물론 이들은 최저임금과 각종 차별로 고통 받고 있다.)이니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 심각할 것이다. 도대체 대학에서 이토록 많은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대학이 자본주의 시장의 운영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이 고등교육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간 경쟁은 처음부터 피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 경쟁에서 사학은 생존과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더욱 효율적으로 통제하며 비용을 점감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증가는 당연한 결과로 귀결된 것이다. 여기에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에 구조적 위기를 가져왔다.

신입생 감소로 인한 재정난을 정부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평가를 통해 우수대학과 부실대학을 구분해 부실대학에 지원금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대학의 폐교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수와 부실을 가리는 평가지표의 타당성은 차치하고 이러한 정부정책은 대학을 더욱 치열한 경쟁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의 시스템에 속한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책임과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사회는 고등교육이 보편화 단계에 이르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대학교육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갈수록 변화하는 산업지형을 고려할 때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렇듯 고등교육의 환경은 이미 보편화시기에 도래했음에도 그 정책은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던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은 고등교육을 더 이상 시장원리가 아닌 국가의 책임아래 사회적 통제에 의한 운영을 필요로 한다. 

이는 중등교육이 보편화 단계에 이르렀을 때와 같은 방향의 정책으로서 사립 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직원인건비와 운영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사학비리로 인해 이러한 주장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나 국가책임 아래 사회적 통제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오히려 사학비리에 대해 더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현재 국내에서 연구된 자료에 의하면 현재 GDP대비 0.6%인 고등교육 예산을 OECD국가 평균인 1%까지 확대한다면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만연된 사학비리의 근절을 위해,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위해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전환을 위한 요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