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수
저녁이면 마당에 모기불을 지피고
마당 한 귀퉁이에선 우리집 가장 큰 일꾼
큰 소가 꼴을 먹고 되새김질하며
하품을 하고
강아지는 자기 세상인 양 뛰어놀고
마당 가운데에 밀짚 방석을 깔고
온 식구가 모여 별을 보며 저녁을 먹고
밥상이 물러나면
어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 꽃피우고
어린 나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을 보니 북두칠성과 북극성
은하수가 눈 속으로 가득히 몰려들고
할머니는 옛날이야기를
참 구수하게도 하시면
나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
깊이 빠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이 들어
아침이면 할머니의 온기를 느끼며
잠에서 깬다
육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 시절의 아련함이 늘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당진신문
dj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