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근로조건 공개하고 현장직 채용 진행
노조, 도지사 면담 진행 등 조직 강화...조합원 4천 넘길 듯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현대제철이 자회사 설립을 전격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 측의 직접고용 투쟁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노조는 한 주 동안 기자회견, 집회를 연달아 개최했으며,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직접 만나 직접고용 관철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7일 현대제철이 자회사 현대ITC 설립을 공식화하며 채용 공고 등의 절차를 시작한 이후(관련기사: 소송 시작에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직접고용 회피 꼼수”, 1366호) 노조 측도 전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강근)는 13일 오전 현대제철 당진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 파견 은폐! 자회사 꼼수 자행하는 현대제철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이제 대놓고 용역회사를 차려 중간 착취를 하겠다고 한다”면서 “(현대제철은) 불법파견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꼼수를 부려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을 야기시키고 생존을 위협해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관련기사: 현대제철 노조, “자회사 꼼수 말고,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라!”, 온라인 1367호)

다음날인 14일 오전에는 순천공장의 비정규직지회와 함께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당진공장에서 진행했다. 
특히 이 날 결의대회를 마친 현대제철비지회 대표들은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면담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 지사에게 △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불파소송 경과 △일방적인 자회사 추진 △소취하, 부제소 동의서 작성 조건으로 입사지원의 부당성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지사의 역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양승조 도지사는 권한상의 한계를 설명하는 한편 자회사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노사 3자 간의 간담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7알 양승조 도지사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의 면담 모습(사진제공 금속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17알 양승조 도지사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의 면담 모습(사진제공 금속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현대제철 사측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선 14일 결의대회 당시 예정된 장소에 대형버스를 주차해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정규직 노조인 현대제철지회(지회장 김종복)가 나서 버스를 철수시켜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자회사 설립 절차 역시 계속하고 있다. 현대ITC는 15일 신규채용인원들을 대상으로 근로조건을 공개했다. 현대제철 측은 “임금뿐만 아니라 복리 후생에 있어서도 상당히 개선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기존 비정규직보다 복지는 상향됐으나, 임금수준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기술직 채용 공고 역시 7월 4주 차에 진행할 예정이며, 9월 초부터 현장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파업 준비하나

현대제철 노사 양측은 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모양새다. 우선 노조는 현대제철 측에 대화와 교섭을 요구하고는 있지만 사측이 직접고용의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현대제철비지회의 한 간부는 “조합원들의 총회 등을 통해 투쟁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결정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현대제철이 직원들에게 현장을 점검하게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비해, 정규직 직원들을 투입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

 

특히 주목되는 것은 늘어나고 있는 노조 조합원 수다. 자회사 추진 전 3,700여 명이던 조합원 수가 불과 2주 만에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노조 간부는 “대의원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해 주고 있다. 기존에 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던 노동자들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단결해야 한다는 분위기여서 조합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자회사 설립과 관련한 현대제철 노사의 갈등은 최악의 경우 길게는 수년을 예상할 정도로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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