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철 지나고 나면 들판을 떠도는 개들이 어찌나 많은지 요즘 들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 개들끼리 무리 지어 돌아다니면서 번식도 하니까 수는 늘어나는데 딱히 잡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야” 
-석문면에 거주하는 70대 주민 A씨

[당진신문=이석준 기자] 당진시의 삽교호, 왜목마을 해수욕장 등 여름 피서지를 중심으로 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 피서철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당진시 유기동물의 숫자는 2016년 328마리에서 2018년 661마리, 2019년 837마리로 유기되는 반려동물의 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는 1,000마리에 육박하는 976마리의 반려동물이 유기됐다.

당진시의 유기동물이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당진시의 도비도, 난지도, 왜목마을 등 수도권과 가까운 피서지로 각광받게 되면서 해수욕장 등 관광지 주변에서 잃어버리거나,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석문 스포츠센터에 나타난 유기견. 누군가를 찾듯 사람들을 쳐다보다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석문 스포츠센터에 나타난 유기견. 누군가를 찾듯 사람들을 쳐다보다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에서 발표한 ‘2016-2020 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진시 유기동물의 수는 매달 평균 60~70마리대인데 반해 여름 휴가철인 6월~8월에는 83마리, 99마리, 124마리로 2배 이상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석문면 교로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여름철에 관광객들이 다녀간 후면 주인이 버린 건지, 잃어버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휴가철이 끝나면 떠돌아다니는 개들이 많아진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4년부터 반려동물 유실 및 유기 발생 방지를 위해 부터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화 해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추정 등록률은 38.5%에 불과해 사실상 관광지에 반려동물을 몰래 유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유기동물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상황이라 유기동물 입양 문화 확산을 통해 유기동물 발생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0년부터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과 반려동물 입양문화 확산을 위해 지자체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을 입양한 사람에게 입양비를 지원하고 있다.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확인서를 발급받아 동물등록 완료 후 입양비 청구서를 작성해 6개월 이내 동물보호센터가 있는 해당 시, 군에 신청하면 된다. 

입양된 유기동물의 중성화 수술비용, 질병 치료비용, 예방접종 비용, 내장형 동물등록비용, 미용비용 등에 대해 영수증을 첨부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20만 원에서 25만 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유기동물은 매년증가, 입양은 감소

지난 5년간 당진시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총 3,436마리 중 1,085마리가 자연사했고, 389마리는 안락사됐다. 입양동물의 수는 2019년 304마리에서 지난해 286마리로 오히려 감소했다. 당진시에서 매년 발생하는 유기동물 수는 증가하고 입양되는 동물의 수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입양 문화의 확대는 반가운 일이다. 

아파트 앞 유기견.
아파트 앞 유기견.

하지만 당진시는 올해 유기동물 입양비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당진시 축산과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 결과 약 40명 만 입양지원비를 신청하는 등 참여 실적이 저조 했다”며 “따라서 올해는 사업 자체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양 문화 확산을 위한 입양비 지원제도가 지난해 처음 시행됐음을 감안하면 당진시가 성급하게 사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유기동물을 입양할 경우 예방접종, 질병 치료비 등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경우가 많다”며 “입양 초기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입양자들의 부담을 덜어 입양 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지난해 당진시에서 입양된 286마리 중 14%만 입양지원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입양비 지원사업이 지난해 처음 시행됐음을 감안하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봤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물론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당진시의 입양비 지원 사업이 일 년 만에 중단됐다라는 사실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지원금 제도 악용 우려 목소리도

하지만 입양지원비 제도의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분양 카페를 통해 2마리의 반려견을 입양했다는 B씨(28세)는 “실제로 동물분양카페에는 30~40만 원의 책임비를 받고 어린 품종견을 분양하는 사례가 많다”며 “어린 유기견을 입양해서 지원금을 받은 후 카페를 통해 책임비를 받고 분양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또한 “물론 지원금을 안 주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20만 원으로 동물병원의 높은 치료비를 감당하기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라며 “단순히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입양문화가 확산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진시 동물보호소 송완섭 소장은 “지원금이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지출한 비용 영수증을 제출하면 일정한도 내에서 환급해주는 형태기 때문에 지원금을 노리고 반려동물을 입양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꼭 지원금 때문이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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