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당진 지역 경로당 운영 재개...경로당에 피어난 웃음꽃
“누구네 감자 어떻게 됐데?” 이야기 보따리 풀어내는 어르신들

그리웠던 수업 지난 21일부터 당진에 경로당 343개소가 재개됐다. 23일 정미면 사관리 마을회관(경로당)에서는 미술심리수업이 진행됐고, 마을 어르신들과 선생님은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어르신들은 백신 접종을 했지만,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 줄로 앉아 수업을 들었다. 
그리웠던 수업 지난 21일부터 당진에 경로당 343개소가 재개됐다. 23일 정미면 사관리 마을회관(경로당)에서는 미술심리수업이 진행됐고, 마을 어르신들과 선생님은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어르신들은 백신 접종을 했지만,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한 줄로 앉아 수업을 들었다.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 지역내 경로당 343곳이 21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다만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용 시간의 제한은 있지만, 그동안 경로당을 이용하지 못해 외로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르신들에게는 기쁜 소식이었다.

지난해 2월 마을회관 폐쇄 소식이 전해지고 마을 어르신들의 안부를 매일 챙길 수 없어 아쉬움이 가장 컸다는 강종순(70세) 사관리 부녀회장.

강종순 사관리 부녀회장.
강종순 사관리 부녀회장.

“매일 마을회관에서 이야기 나누고 밥 먹는 재미로 지내던 동네 어르신들이 하루 아침에 코로나19로 바깥 외출도 자제하며 집에서만 있으시니 엄청 답답해했어. 나이 많은 어르신들 마을회관에서 뵈면서 안부 챙겼는데 그것도 못하니 속상했고...”

봄이 지나면 나아질까, 겨울이 되면 다시 모일까. 동네 주민들과 마음 편히 모이기를 기다리며 한해가 지났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 어르신 대상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마을회관 재개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 23일 정미면 사관리 동네 어르신들은 오후 1시가 지나면서 활기찬 걸음으로 경로당을 향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어르신들은 체온 체크와 명부 작성을 하며 오랜만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 바쁘다.

어르신들은 “누구네 감자 농사 어떻게 됐댜?”, “그 할머니는 오늘 왜 안온댜, 어디 간겨?”, “지난번 장에 나가서 뭘 샀는디, 별로잖어”라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최복례 어르신.
최복례 어르신.

최복례(85세) 어르신은 집에 가기 위해서는 마을회관 앞을 지나야 한다. 그렇기에 그동안 문이 잠기고 불이 꺼진 조용한 마을회관 앞을 지나갈 때마다 아쉬움이 많았다고.

그래서 누구보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가장 먼저 경로당에서 동네 이웃을 다시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일을 마치고 다른 어르신들보다 늦게 마을회관에 도착한 최복례 어르신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기뻐했다. 

“밭에서 일하거나 동네 오가면서 마을 이웃들을 마주치기야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오래 얘기도 나눌 수 없었슈. 예전에는 각자 밭일을 하다가 밥 시간이 되면 경로당에 함께 모여서 밥 먹고 이야기 나눴는디, 그걸 못허니께 참 서운했더라구. 마을 사람들 대부분 백신 접종하고 건강하게 만나니까 참 반가워. 이렇게 경로당에 나오니까 얼마나 좋댜? 시끌한게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나잖유”

김혜순 어르신.
김혜순 어르신.

김혜순(87세) 어르신도 경로당 운영 재개 소식보다 경로당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가장 기다리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갖고 있어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로당은 소통과 정보 교류의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이웃이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마을에 갈 데가 어디있댜. 동네 사람들하고 놀고 싶으니까 운동하는 셈치고 집과 경로당을 걸어댕겼지. 근디 경로당도 못가고 어디 나가지도 뭇허니께 집에만 있었지. 그래서 동네소식도 제대로 모르고 살았어. 가까이 사는 주민들 소식은 알 수 있어도, 조금 멀리 사는 사람들 소식은 못 듣지. 이제 경로당에 나올 수 있으니께 함께 수업 들으면서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 많이 할라구유”

그동안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기며 조용하던 마을회관에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졌고,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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