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당진신문=윤승원]

수필가 중에는 시인도 많다. 수필을 먼저 쓴 게 아니라 시작(詩作) 활동을 하다가 수필을 쓰게 된 분도 많이 보았다. 시와 수필은 장르 상 구분일 뿐, 담고 있는 요소와 글의 속성은 <문학>이라는 크고 넓은 화단에서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꽃과 열매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예쁜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처럼 인상적인 글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예쁜 꽃을 만나면 ‘참 예쁘다’라고 감탄 한마디 해 주어야 만이 ‘꽃에 대한 예의’이듯이 인상 깊은 글을 만나면 ‘좋은 글 잘 읽었다’라고 혼잣소리라도 중얼거려야 작가에 대한 예의가 될 것이다.

카카오스토리에서 이득주 수필가(대전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의 시를 우연히 발견했다. 시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득주 수필가가 어떤 작가인지 인물 소개가 먼저다.

이득주 수필가는 손주를 본 할아버지 연세로 ‘늦깎이 등단’한 지 몇 해 되지는 않았지만,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기성 문인들이 배울 점이 많은 문학인이다. 늘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문인이다.

선배 문인을 깍듯이 존경하는 예의 바른 문인이다. 문학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등단 문인들이 한국문인협회에 가입하는 것을 당연한 절차로 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절차도 이득주 수필가는 남달리 귀하게 여기는 걸 최근에 목도했다.

한국문인협회에 가입한 소식을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개인사 특종>과 같이 소중하게 소개하여 수많은 독자로부터 열렬한 축하를 받았다. 그만큼 문인으로서 자부심을 당당하게 느끼고, 겸손한 인사말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는 문인은 처음 보았다. 축하 댓글이 꽃바구니와 함께 끝없이 달렸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남의 시를 평가할만한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에 대해 주제넘은 분석이나 해설을 덧붙이려는 문학이론가도 아니다. 순수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에 등장하는 <생소한 충청도 토박이말>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으니, 이득주 수필가의 인물 정보까지 살펴보게 된 소이(所以)이다.

똑같은 충청도 토박이 언어가 몸에 밴 독자의 한 사람이지만 <생소한 당진 토박이 언어>를 보면서 마치 초등학생 언어 학습하듯 글공부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쓴다. 우선 이득주 수필가의 시를 살펴보자. 카카오스토리에는 최근에 알고리즘에 의해 올라왔지만, 당진신문에 이 시가 소개된 날짜는 2014년 10월 23일이니, 꽤 오래전에 발표한 시다.


그리운 고향 - 이득주 

꽃게, 준치, 강달이, 꼴뚜기의 고향
완행버스를 꽉 채운 생선 고무다라
통로에 흐르는 비린내 

멀리 검게 보이는 시욱지가
저녁 바다를 지키고
물 빠진 갯벌엔 농게들의 질주 

초등시절의 동심이 묻어나는 곳
밴댕이, 새우젓, 갯비린내가 코를 찌르던 곳
부서진 고깃배가 밤을 지키던 곳 

외롭다는 생각이 들던 날!
멀리 수평선 너머 누군가 달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에도 난 그곳에 가고 싶었다. 

동심을 묻어둔 추억의 바닷가
50년 전의 그리운 바다 맷돌포
오늘은 문득 그곳에 가고 싶다.


내 고향은 충남 청양이다. 다 같은 충청도이지만 내륙 산간 지대다. 바다가 다소 멀다. 그러다 보니 시에 등장하는 해물이나 바다 관련 용어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시에 등장하는 <시욱지>가 궁금했다. ‘시욱지’ 관련 정보를 찾아보려고 백과사전을 뒤져보기도 했다. ‘시욱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대전일보 오융진 부국장의 칼럼(대전일보 2011.09.15.일자 <‘시절’과 ‘시욱지’>)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전략] 당진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중략] ‘시욱지 같은 놈’이란 표현도 있다. 사전에 ‘시욱지’는 복어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상괭이, 쇠물돼지, 알락돌고래를 일컫는다고도 본다. 머리 가운데가 움푹하고 주둥이는 둥글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복어도 뜯어보면 그리 편한 생김새는 아니다. 상괭이라면 기름을 내어 상처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 복어도 맛과 영양은 그만이다. 그렇다 치고 둘 다 보기에 썩 훌륭하지는 않은 것이 연유다. 어쨌든 당진에서는, 시욱지나 상괭이의 모양이 그러했는지, 행동이 미련해 보이거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시욱지 같은 놈이라고 혼꾸멍낸다. [하략]>


'시욱지' 관련 가장 최근의 기사 정보도 찾았다. <세계 자연 보전연맹, ‘웃는 돌고래’ 상괭이 보전 결의안 채택> 제하(한겨레 2020.11.12.)의 기사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한국 토종 돌고래이자 세계적 멸종위기종 ‘상괭이’를 보전하자는 결의안을 공식 채택했다. 세계 약 600개 나라와 기관에서 한국 서해와 남해 연안에 사는 상괭이 보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중략] 상괭이는 한국, 북한, 중국 등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주로 사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이 정하는 부속서 1급에 속하는 보호종이다. 조선시대 정약전의 책 <자산어보>에도 ‘상광어’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 상괭이는 ‘상쾡이’, ‘쇠물돼지’, ‘시욱지’, 돌고래라는 이름의 ‘곱시기’로도 불렸다. 마치 표정이 웃고 있는 것 같다고 해 ‘웃는 돌고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충청남도 ‘당진신문’에 실린 이득주 수필가의 시를 다시금 눈여겨 살펴본다. <그리운 고향>에 담긴 향토색 짙은 언어 ‘시욱지’는 그리하여 당진 사람들만이 아닌, 온 국민이 ‘바다 풍경’을 묘사한 절묘한 시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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