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원칙...당진시보건소장, 백신 접종 특혜 지시 논란
무너진 원칙...당진시보건소장, 백신 접종 특혜 지시 논란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1.06.12 18:00
  • 호수 136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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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보건소장. 특정인 A씨 해외 출장 이유로 ‘화이자 접종’ 지시
원칙 어긋나 담당자 접종 거부하자 “폭언, 압박” 갑질 의혹도 제기
보건소장 “ 당진시와 관련된 출장이라 판단...강압 한 적 없다” 부인
시민단체 관계자 “백신 접종은 사회적 약속...사실관계 소상히 밝혀야
※이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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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원칙이 무너졌다. 당진시보건소장이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가 아닌 특정인 A씨(30대)에게 접종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백신 접종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접종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건소장의 접종 지시를 거부한 보건소 관계자에게 폭언과 압박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갑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 당진시보건소장은 ‘A씨가 해외출장을 가야하니 화이자 백신을 접종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A씨는 해외 출국시 코로나19 예방접종 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필수적 공무 또는 중요 경제활동 사유로 국외방문이 불가피한 경우 질병관리청에 의한 승인 후 보건소 등 접종기관 통보 절차를 거쳐야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설령 절차를 거쳤다 할지라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원칙이기 때문에 화이자 접종은 불가하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보건소장의 지시에도 A씨에게 접종을 실시하지 않았고, 이후 보건소장의 폭언과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이틀 후인 26일 A씨에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실시하게 됐다는 것.

제보자는 “해외출장이라면 절차를 밟고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면 되지만 절차도 밟지도 않고 콕 집어 화이자 접종을 지시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며 “접종 원칙에도 맞지 않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지시를 따르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압박에 결국 접종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5일 접종현장인 송악문화스포츠센터에서 보건소장이 접종 지시를 거부한 담당자에게 “어디다 대고 지금, 목적이 충분히 있는 사람을 갖다가 지금... 어디다 대고 지금 나한테 (지침을) 그렇게 얘기를 해”라며 소리를 치는 장면을 목격한 목격자도 있다. 당시 현장에는 백신 접종을 위해 방문한 다수의 당진시민들과 근무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음날인 26일 당진시보건소 B과장이 송악문화스포츠센터를 방문, A씨에게 화이자를 접종할 것을 종용하면서, 담당자는 결국 A씨에게 화이자를 접종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는 “A씨는 접종대상자도 아니고 예비명단에도 없는 사람인데 누가 봐도 특혜를 준 것 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백신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국가의 공공재인데도 원칙을 무시하고 접종을 지시한 것은 당진시민은 물론 국민에게도 피해를 주는 불법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진시 공익을 위한 것이라 판단해 지시”

당진시보건소 전경.
당진시보건소 전경.

이러한 논란에 대해 당진시보건소장은 “A씨는 모르는 사람이며, 소장으로서 당진시와 관련된 출장을 가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접종을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진 C기관 직원 A씨는 6월 5일부터 19일까지 물품 수입과 관련해 미국 출장을 앞두고 있었으나, 사전 접종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C기관에서 당진보건소에 접종 문의를 했고 보건소장이 화이자 잔여 백신 접종을 지시했다는 것.

보건소장은 “A씨를 전혀 알지 못하고, 단지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해 도와줬을 뿐”이라며 “화이자 수급이 불안정한 기간은 끝났고, 75세 어르신들도 대부분 접종이 완료됐기에, 버려질 수 있는 잔여 백신을 활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화이자 접종 이유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접종 이후 2차 접종까지 11주에서 12주를 기다려야 하지만, 화이자는 3주 후에 접종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화이자를 접종하고 미국에서 2차 접종을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압박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부분은 (제가)잘 했어도 상대방은 이렇게(강압적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며 “이것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접종대상자도 아니고 예비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A씨의 화이자 예방접종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현재 화이자 접종 대상자는 △75세 이상 어르신(46년생 이전) △요양시설 종사자, 입소자(나이제한 없음) △로스 발생시 예비명단 대상자(미접종자가 발생한 읍면동 접종대상 어르신, 송악문화스포츠센터 인근 읍면동 접종대상 어르신, 송악문화스포츠센터 근무자나 당일 센터 예방접종지원인력(이,통,반장, 자원봉사자 등)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 뿐이다. 이외는 모두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접종 대상자다.

화이자 접종 특혜논란에 대해 충남도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해외 출장자인 경우 각 부처(해수부, 산업부, 중기부 등)에서 신청서를 받아 중앙에 올리면 대상자가 거주하는 지역 관할 보건소로 정보를 보내고 있다”며 “이후 보건소에서는 일정을 잡아서 중앙으로 올리면, 이후에 최종 승인을 받아 아스트라제네카로 접종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화이자는 1차,2차 접종 간격이 3주이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원칙상 11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말 불가피한 경우, 가령 급하게 가야한다거나 장기 출장인 경우에는 화이자로 접종하고 있지만, 이는 중앙이 컨트롤 하고 승인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만약 화이자 접종군에 포함되지 않고,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접종한다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즉, 중앙질병본부에서 수급조절을 하고 있는 백신을 독단적으로 판단해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당진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위를 이용해 상상도 못할 일을 했다.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혀 방역수칙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지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접종 순서와 종류는 정해진 사회적 약속인데 이러한 신뢰를 저버리고 갈등을 야기하는 행위는 이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