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 가운데 성매매 등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A씨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후에 서비스직 일자리를 잃고, 남편과도 사이가 나빠지면서 화물 운전자들과 조건 만남을 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위기가 발생하면 여성들은 사회와 가정에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증거다. -익명의 제보자

#2 B씨의 남편은 코로나19로 일을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가정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평소 남편은 술을 마시면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온종일 집에 있으면서 경제적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무조건 화풀이를 아내에게 했다. 폭력이 무서웠던 B씨는 남편 몰래 상담소에 전화를 걸었고, 현재 임시보호를 받고 있다. -당진시 폭력예방상담소 상담 내용 일부

“코로나19로 사회적 위기가 가정 해체로 이어지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여성과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도 증가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높다. 이에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당진시의회 최연숙 의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하늘은 푸르고 주위는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해지는 5월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가정의 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가정의 달로도 불린다.

이렇듯 5월에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으로 가득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족의 울타리는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실직과 폐업 등이 발생하며 가정 내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졌고, 아이들 역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부모와 자녀 간에 갈등도 끊임 없이 유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 구제금융 당시 이혼율이 늘어났던 사례에 비춰볼 때, 경제 위기와 환경 변화는 가족 문제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가족의 울타리가 단단할 수 있도록, 지금 문제점을 파악하고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이 알려주고 있다.

당진시의회 최연숙 의원은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이후에도 건강한 가정을 지켜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해마다 돌아오는 가정의 달이 단순한 행사의 달이 아닌 가정의 문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허울뿐인 가족 울타리, 변화된 가족

위에 거론된 사례(#1)와 같이 A씨는 경제적 위기에 빠지자 그동안 사회적 범죄라고 생각했던 영역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당진시 여성가족과 임정규 팀장은 “사회가 위험해지는 만큼 여성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인프라도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발생한 사례”라며 “위기의 상황에서 가족이 함께 의지하고 보호해야 하는데, 전혀 그럴 수 없다는 현실적인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흔히 코로나19로 가족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대적으로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늘어나면서 가정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여성들은 가정에서 경제적 위기와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당장의 문제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곪고 곪아서 가족해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가족 해체가 단순히 이혼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당진시에 접수된 이혼신청건수는 △2019년 375건 △2020년 341건 △2020년 4월30일 기준 115건으로,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임정규 팀장은 “흔히 가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이혼 건수는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다”며 “이를 보고 ‘큰 문제가 없네?’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정 폭력 등)가 발생하며 정서적인 가족해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염병 확산하면 가정폭력도 증가 

또 다른 사례(#2)와 같이 가정폭력은 심리·정서·경제·사회·환경적·음주·부부 관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은 가정폭력의 발생 원인이 된다는 자료들도 제시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기간에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유엔인구기금 역시 “코로나19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이 2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2020년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늘어났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예년보다 40% 증가했는데, 배우자가 58.3%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 19.4% △형제·자매 6.1% 순이었다.

당진시 폭력예방상담소 강정아 소장은 “가정폭력은 예전부터 계속 문제가 되어 왔고,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였다”며 “다만 코로나19로 가족이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이 늘어났고, 그러면서 상담 사례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가족이 하루종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은, 가정폭력을 당해도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가정폭력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정폭력은 단순 물리적 폭력 뿐 아니라 위협·협박, 자녀를 이용한 위협, 고립 및 경제적 학대도 포함된다. 이는 꼭 때려야만 폭력이라 할 수 없고, 상대방을 위협해서 두렵게 만든다면 그것도 폭력이라는 의미다. 
음성적으로 은밀히 이뤄지는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주위 이웃들의 관심, 성평등 교육,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정아 소장은 “꾸준히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면서 인식은 높아졌지만, 정작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낮은 상황”이라며 “가정폭력은 성평등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필수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소장은 “코로나19와 같은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반복되더라도,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방안과 정책이 마련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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