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죽고, 얼어 죽고...근심 가득 찬 ‘당진시 스마트팜’
말라 죽고, 얼어 죽고...근심 가득 찬 ‘당진시 스마트팜’
  • 이석준 수습기자
  • 승인 2021.05.15 18:00
  • 호수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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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유격, 난방시설 등 고장...시설 미비 및 관리 부실 지적
농업용수 공급도 불안정...화장실 수돗물 끌어다 쓰기도 

“당진시의 약속을 믿고 지난해 11월 귀농했는데 마음이 착잡합니다. 물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해 작물이 말라 죽고, 냉해를 입어 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상황이에요. 내일은 또 어떤 설비에 문제가 생길지 생각하면 막막한 심정입니다”

당진시 스마트팜에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육 장애를 입어 상단부의 잎이 말리고 줄기가 마르는 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당진시 스마트팜에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육 장애를 입어 상단부의 잎이 말리고 줄기가 마르는 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당진신문=이석준 수습기자] 2020년 당진시정을 빛낸 10대 성과에 포함되며 주목받았던 ‘스마트팜’에는 최근 근심으로 가득차 있다. 

시설 미비 및 관리 문제로 시작부터 냉해 피해를 주더니, 최근에는 농업 용수 필터마저 말썽을 일으키면서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이 말라죽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시는 지난 2019년부터 청년층 유입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 및 후계농의 양성을 목적으로 사업비 총 93억 원(국비 32억 6천만 원, 도비 2억 5,200만 원, 시비 57억 8,800만 원)을 들여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추진했다. 

이후 시에서 공개모집을 통해 청년 농업인 9명을 선정해 3개동의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지난 11월부터 3동의 스마트 팜에서 딸기, 토마토, 오이를 재배해왔다.

당진시는 지난 2월 26일 ‘스마트 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스마트 팜 사업에 대한 적극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시의 야심 찬 계획과는 달리 현재의 스마트팜은 입주 청년농들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11월로 예정된 준공일보다 한 달 가까이 밀렸던 스마트팜 시설에는 유격이 발생해 시작부터 생장 피해를 봤고 설상가상 난방시설까지 고장 나면서 이식했던 작물이 얼어 죽는 일도 발생했다.

청년 농민은 “준공이 늦어져 시설을 짓고 있는 바로 옆에서 작물을 이식했다”며 “그마저도 난방시설의 고장으로 14도로 유지됐어야 할 실내온도가 3도까지 내려가 작물의 3분의 2가 얼어 죽는 냉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설 유격 및 난방시설의 문제 같은 경우 한 번이라도 시험 운행을 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부담을 안고 들어온 청년들이 왜 시행착오로 인한 부담을 져야 하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장마로 준공이 늦어진 것도 있고 시설 유격 및 난방시설 고장 같은 경우는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며 “처음 시행한 사업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발생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농업용수? 화장실 수돗물 끌어다 쓴다

당진시 스마트팜에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육 장애를 입어 상단부의 잎이 말리고 줄기가 마르는 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당진시 스마트팜에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육 장애를 입어 상단부의 잎이 말리고 줄기가 마르는 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팜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필터에 문제가 자주 발생해 농업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날이 많다는 것이다. 흙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인공토양에 양액을 주입해 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에서 물 공급의 불안정은 치명적이다.

청년 농민은 “급한 대로 화장실 수돗물을 끌어다 쓰고 있지만, 농장에 물을 한번 댈 때마다 몇 톤씩 사용하는 상황”이라며 “물을 채우는 속도보다 사용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청년 농민 농장의 토마토는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생육 장애를 입어 상단부의 잎이 말리고 줄기가 마르는 현상이 발생한 상태였다. 피해를 본 작물은 현재 더 성장하지 않는 상태고 아래쪽에 남아있는 줄기에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최소 2주~3주 정도는 작기가 단축된 상황이다.

농업용수로 하천수 사용 설계...전문가 “부적절”

스마트팜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정수시설의 필터 교체 비용을 청년 농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청년 농민 B씨에 따르면 석문면 삼화리에 위치한 스마트팜의 농업용수는 농장 바로 옆에 위치한 하천수를 끌어다 정수작업을 마친 후 사용한다.  

하지만 이곳이 간척지이다보니 물에 염분이 포함돼 있고 염분 외에도 생활하수에서 나오는 각종 유기물이 포함돼 있어 마이크로 필터로 정수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이 비용 또한 만만찮게 들어간다는 것.

청년 농민은 “타지역 온실에서는 필터를 6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진은 2일마다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한번 교체하는 비용이 14만 원씩 소모되는데 이 비용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며 “애초부터 정수시설이 아닌 상수도를 끌어다 사용하는 편이 안정적이었을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당진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하천수의 탁도, 상태에 따라 응집제를 적절하게 투입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며 “상수도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비용 문제와 하천이 가깝다는 지리적, 위치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업용수로 하천을 사용하도록 설계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온실재배 농가를 운영 중인 21년 경력의 전문가 A씨는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오염 등 변수가 많아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적절치 않다”며 “큰 하천 주변이라면 관정을 파서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오염물질이 일차적으로 걸러지기 때문에 응집제와 고도 정수시설 등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농민들은 당진시가 제공하는 시설과 담당 공무원, 관계자들의 지원 등 사업 취지는 좋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속도 등 사후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년 농민들은 “청년들이 적은 자본금을 가지고 농장을 경영 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기회인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농장 일을 해야 할 시간보다 설비를 유지, 보수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다음 기수에게 스마트팜 추천?...선뜻 추천하기는 힘든 상황”

생장피해를 입은 작물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당진시 스마트팜 청년 농민.
생장피해를 입은 작물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당진시 스마트팜 청년 농민.

당진시는 차후 다음 기수 청년 농민을 모집할 계획으로 충남 천안에 위치한 연암대학교와 협약을 통해 스마트팜 역량 강화 교육생을 모집, 4월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년 농민은 “다음 기수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청년 농민은 “스마트팜은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노지재배에서 발생하는 불안 요소를 통제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 불안 요소가 컨트롤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기대보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과 막막함이 크기 때문에 경험자의 조언이 중요한데 불안 요소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음 기수에게 선뜻 추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작물이 이미 피해를 입어 수익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시설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주기 어렵다면, 필터 교체 비용 등 예상치 않게 발생한 비용의 최소 20%~30%라도 시에서 분담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 A씨는 “스마트팜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시에서 스마트팜 정책을 수립할 때부터 즉각적 대처가 중요한 농업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아직 시행 1년 차인 사업이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다수 발행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예산도 한정돼 있어 농업기술센터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처 간 협의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사후조치가 오래 걸리는 것은 빠르게 조치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당진시는 농촌소득 및 인구감소, 농업 후계자의 부재 등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성장 동력 확보 계획의 일환으로 스마트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청년 농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초기 투자 비용 지원, 청년 주거 지원 등 적극적 지원책도 시행했다.

당진시의 약속을 믿고 타지역에서 당진시로 전입한 청년들에게 시설 및 운영 시행착오로 인한 부담이 가중된다면 향후 어떤 청년이 당진시를 믿고 귀농 할 수 있을까. 당진시가 청년들이 농업경영 부담 없이 정착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 공언했던 만큼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