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우강면 한갑동 가옥·합덕읍 정자형 가옥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당진 지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문화유적지가 많다. 예산이 투입돼 활발하게 복원되고 관리되는 곳들도 있으나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역사문화유적지도 있다. 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지역의 소중한 자산인 당진의 역사문화유적지를 조명해보려 한다. 지역 내 역사·문화·유적지를 둘러보고, 그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격주 연재)

한갑동 가옥의 서까래와 파란 하늘.
한갑동 가옥의 서까래와 파란 하늘.

우리는 흔히 한옥하면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라든가, 민속촌을 생각한다. 한옥을 보려면 타지역으로 가야만 할 것 같지만, 사실 당진에도 비교적 잘 보존된 한옥들이 있다. 당진시 문화관광과에 따르면 당진 지역 내 이곳 저곳에 남아있는 한옥은 30여 곳. 이중 충남도 문화재나 시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곳은 3군데로, 송악에 위치한 ’송규섭 가옥‘, 합덕의 ‘정(丁)자형 가옥’, 우강의 ‘한갑동 가옥’이다. 

이번호에서는 합덕과 우강에 위치한 한옥 두 곳을 소개한다. 한갑동 가옥은 솔뫼성지 인근에 위치해있고 정자형 가옥은 합덕제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솔뫼성지나 합덕제를 들른 김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찾아가봐도 좋겠다. 다만, 코로나19로 방문객이 반갑지 않은 시기라,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며 개인 소유의 가옥이며 사유지인 만큼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은 지 100년 넘은 ‘한갑동 가옥’

한갑동 가옥 안채 전경
한갑동 가옥 안채 전경

우강면 어리생이길 41-12에 위치한 한갑동 가옥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우강면 원치리에 위치해 있다. 한갑동 가옥은 ‘위례장’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하는데, 이는 백제 도읍지인 위례산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솔뫼성지에서 한갑동 가옥까지는 1.9km 거리로, 자동차로 4분정도, 도보로 29분 정도 거리에 있다. 마을길을 지나 한갑동 가옥에 도착하면 한옥에 대한 안내표지판과 연못이 보인다. 차가운 시멘트 건물 속에서 생활하다가, 따뜻한 봄날씨 속에 목재가 많이 쓰인 한옥에 들어서니 마음이 왠지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 

이 건축물은 한갑동 시인의 조부인 한진하(韓鎭夏,1880~1946) 옹이 1919년 면천 관아의 일부 자재를 이용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진시 문화관광과 남광현 문화재팀장은 “면천 관아는 1910년쯤 철거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갑동 가옥은 면천 관아에서 자재를 가져와 지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들 지역은 나무가 많지 않았고, 함부로 나무를 베서 쓸 수 없는 시기였다”고 전했다. 1910년 쯤 면천 관아 철거 당시 자재를 가져다놨다가 1919년에 이 가옥 건축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자재가 견실하고 안채와 사랑채의 평면 계획이 조선 시대 한옥의 일반적인 형태를 잘 따르고 있다. 한진하 옹의 손자인 고 한갑동 시인은 한국전쟁 당시 참전해, 이곳은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의 집으로 등록돼 있다. 

한갑동 가옥 안채 다락방 창호. 예술성이 돋보인다
한갑동 가옥 안채 다락방 창호. 예술성이 돋보인다

한명우 선문대 교수가 현재 가옥의 소유주이며, 한갑동 가옥에 거주하고 있진 않기 때문에 마을 주민이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갑동 가옥은 1993년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 330호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양식의 전통한옥으로 ‘ㄱ’자형의 안채와 ‘ㅡ’자형의 사랑채가 전체적으로 ‘ㄷ’자형을 이루고 있는 목조 기와집이다. 안채에는 2칸의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안방과 웃방이 있고, 왼쪽에는 건넌방이 있으며, 안방 앞쪽으로는 2칸의 부엌이 있고 그 위에는 다락을 만들었다. 왼쪽의 건넌방 옆에 1칸의 툇마루를 누마루 형식으로 둔 것. 

앞쪽에 온돌 아궁이의 함실을 만든 것이 독특하다. ‘ㅡ’자형으로 된 사랑채에는 오른쪽 끝에서부터 1칸의 툇마루, 2칸의 대청, 1칸씩의 사랑방, 중문, 고방이 있으며, 고방에는 ‘면주관(沔州館)’이란 현판을 달려있다. 지붕은 홑처마 팔작지붕이고, 종도리에는 ‘세재 기미년 삼월 십사일 입주 상량’이라는 상량문이 걸려 있다. 기미(己未)년은 1919년으로 3·1운동이 있던 해다. (당진시 미래문화유산 구축사업 자료집, 한갑동가옥 안내표지판 등 참고)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정(丁)자형 가옥’

정(丁)자형 가옥의 모습.
정(丁)자형 가옥의 모습.

정(丁)자형 가옥은 합덕읍 덕곡큰말길 101(대합덕리 471-2)에 위치해 있다. 합덕제에서 정자형 가옥까지는 2.2km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도보로 33분, 자동차로는 5분 정도의 거리다. 합덕제에서 신리성지로 향하는 길 중 ‘덕곡리 큰말길’이라는 마을 표지석 쪽 길로 조금 걸어서 들어가면 위치해 있다.

고무래 정(丁)자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 건물의 연혁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소유주의 증조부가 이미 건립돼 있던 이 집으로 이주했다는 것을 보아 늦어도 조선 후기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한다. 

건물의 형태가 ‘丁’자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정자나 왕릉의 제사를 위한 건물인 정자각에서만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즉 주택이 ‘丁’자로 되어 있는 것은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 한다. 이 건물 역시 원래는 민가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관련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 

정(丁)자형 가옥의 모습.
정(丁)자형 가옥의 모습.
정(丁)자형 가옥 화방벽 모습
정(丁)자형 가옥 화방벽 모습

전체적으로 길이 7칸, 측면 1칸의 동서방향 건물을 중심으로 중앙부분에서 남쪽으로 길이 3칸, 측면 3칸의 건물이 덧달리고, 서북쪽에 길이 2칸, 측면 1칸의 건물이 덧달린 복잡한 형태로 돼있다. 정자형 가옥은 아기자기한 배치구도와 모든 실이 외부로 개방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민가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합덕현의 현청터로 짐작하고 있을 뿐 정확히 알 수 없다. (가옥 안내표지판 발췌)

남광현 문화재팀장은 “정자형 가옥은 형태상의 특이성에 가치가 크며, 대합덕리가 합덕의 중심이었던 시기에 관청건물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 된다”며 “소통이 잘 되는 구조인데 이것은 민가에는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향토사학자들이 정자형 가옥의 중요성과 가치를 조명하면서 향토유적으로 지정됐었고, 당시에는 목재가 썩는등 많이 노후화돼 시에서 정비를 했었다”고 전했다.

정자형 가옥은 2005년에 당진시 향토유적 제9호로 지정됐으며, 2013년 당진시가 대대적으로 수리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소유주 김관식 씨가  정자형 가옥 인근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가옥, “살아 숨쉬는 문화재”

한옥은 습기에 약해 사람이 살면서 불을 때느냐 안때느냐에 따라 보존의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옥에 사람이 거주를 안하는 경우 유지관리가 어렵고 보수 주기가 빨라질 수 있다.

남광현 문화재팀장은 “개인 소유의 문화재나 향토유적은 보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문화재 지정이 된 경우 소수선은 소유주 본인이, 대수선은 시와 도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변화하는 여행트랜드로 인해 소소한 여행지로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해선복선전철의 개통 후 당진합덕역과 가까운 합덕제와 솔뫼성지 등의 발길이 늘어날 수 있다. 솔뫼성지 인근의 한갑동 가옥, 합덕제 인근의 정자형 가옥에는 합덕 지역을 방문한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어, 당진시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시 관계자는 “지역에 남아있는 전통가옥들은 살아 숨 쉬는 문화재”라며 “한옥들은 개인소유이지만, 지역의 미래 유산인 만큼 당진시가 유지관리 보수를 지원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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