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연 당진시의원

[당진신문=조상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이란 말을 했다 하여 세상이 곧 변하겠는가? 하지만 cpu 속도가 매년 2배씩 빨라지는 것처럼 컴퓨터와 관계된 세상의 질서는 확실히 변하고 있다. 

딥러닝으로 스스로 공부한 AI는 이미 바둑에서 조차 사람을 넘어섰다. 최근 국내에서도 음성을 문자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이 스스로 공부하여 그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사람들은 AI의 손발이 되어 살고 있다. 당신은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운전하지 않는가? 한동안 노동자는 기계의 운전자였는데 이제 기계는 AI가 지시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고 사람은 잡기 힘든 부속을 집어주거나 AI의 지시에 따라 기계를 수리를 한다. 
 

AI는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 카카오 대리기사의 수입은 배차에 달려 있는데 배차를 잘 받고 못 받고는 기사가 스스로 AI가 점지할 장소에 있는가가 중요하게 되었다. AI는 사람들의 생각도 지배한다. 작년 말 문제가 되었던 포털의 뉴스 선정을 알고리즘으로 한다는 말은 그 말이다. 

사람들은 일은 AI가 자동화 기계를 통해서 하고 사람들은 소비자로써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고대 로마나 아테네에서 시민들은 노예들로 인해서 남는 시간을 그렇게 썼다고 하니 그럴듯하다. 

과연 그런가? 며칠 전 라디오에서 1970년 디스코 음악을 들려준 디제이가 놀라면서 ‘그 당시에는 직접 연주하였는데 이렇게 완벽하다니요?’ 라고 하였다. 오히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랬다. 그럼 지금은 직접 연주하지 않는단 말인가? 가수의 노래를 분석해서 모창을 하는 AI를 보고 창조의 세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4차 산업은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 직종을 만들었다. 정규직, 무기계약직, 기간제, 지입, 프리렌서 다음에 생긴 이것은 주문형노동이다. 누구나 대기하고 있다가 노동 주문에 응한다. 누구나 시간을 쪼개서 구매하고 판매한다. 

사람은 직업이 없어 가난하다는 개념은 철이 지났다. 이제 사람은 직업이 있음에도 가난하다. 오늘도 나는 식당 키오스크에 화면을 건드리는 노동을 제공하면서 ‘종업원과의 대화라는 서비스를 못 받는데 음식값은 왜 같을까?’의문이 들고, 마트에서 셀프계산대 활용을 돕는 노동자의 안내를 받으며 스스로 목에 밧줄을 거는 사형수를 떠올린다. 

무인 계산대를 운영하는 면천톨게이트를 지나면서 그동안 일자리 유지를 위해 하이패스를 달지 않고 버텼던 세월이 나는 한심하다. 누수율 재고를 위해 원격검침을 도입하면서 그것이 농촌 노인복지에 도움이 된다는 당진시의 괴변에 몸서리쳐진다. 공유경제라고 거짓말 하는 우버경제는 시민들의 짜투리 시간을 헐값에 뜯어 먹는다. 점점 늘어나는 소비자들의 꽁짜 노동의 댓가는 누가 가져가지? 

옛날 소작농들은 온가족이 농사에 매달려야 겨우 살 수 있었다. 해방 이후에 그래도 정규직으로 일하는 가장이 있는 집은 전업주부가 생기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다. 평생직장에서는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여생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그것도 하루를 쪼개서 몇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한다. 

이제 안남은 평생직장인 공무원, 공사에 청년들이 목을 멘다. 결국 최저임금협상은 국민 임금협상이 되고 말았다. 현재의 플랫폼노동도 점점 없어질 것이다. 단순노동을 기계가 못해서가 아니라 아직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당진에도 무인 아이스크림 점, 무인마트가 생겼고 자율자동차는 택시와 대리기사를 위협한다. 

소득은 임금과 사회적서비스의 총합이다. 임금이 작더라도 노령연금등 각종 사회서비스가 충분하면 살 수 있다. 지금의 사회복지, 노동운동의 담론은 1920년대 포드자동차와 함께 만들어졌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공급자위주의 위계조직에 맞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히 사회는 네트워크 조직으로 바뀌고 맞춤 생산으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하나인 세상으로 변했다. 삶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서 뒤늦게 바뀌어 질 것이고 그동안에 사회적 약자는 쓰러져갈 것이다. 이제 정부정책도 노동단체도 바뀌어야 한다. 그것을 막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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