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부로 소문난 당진시 고대면 ‘안교순’ 씨
“잠시라도 도움을 주는 것이 봉사...가족은 가장 중요한 일부분”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우리는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칭찬릴레이를 진행한다. 

안교순(왼쪽) 씨와 그녀의 시부모님(강병준, 심금택 어르신)
안교순(왼쪽) 씨와 그녀의 시부모님(강병준, 심금택 어르신)

고대면의 효부로 소문난 안교순(51세) 씨는 25년 동안 청각장애 시어머님과 몸이 불편한 시아버님을 정성으로 모시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도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그녀의 하루는 참 빠르게 흘러간다.

25년 전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안교순 씨 부부는 결혼 10개월여만에 남편의 고향 당진으로 왔다. 결혼 전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안교순 씨는 시부모님과의 생활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여기며 흔쾌히 남편과 당진에 왔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살던 안교순 씨에게 낯선 지역인 당진에서 시부모님과의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청각장애인으로 수화를 하지 못해 소통이 쉽지 않았고, 평생 가족에 헌신한 어머니는 안교순 씨에게 집안일을 넘기는 것을 어려워 했다고.

“어머님이 그동안 살아오던 생활 방식이 있었을 건데, 제가 하루 아침에 집안일을 맡아 하겠다고 하니까 속상하셨겠죠. 어머님과 제가 생활방식에 관한 갈등을 극복하는데 꼬박 10년이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에 저도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힘들었죠. 다행히 가족들이 사랑과 정 그리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먼저 보여줬고 덕분에 저도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이제는 떨어질 수 없는 한 가족이 됐고요”

안교순 씨의 시부모님을 향한 마음은 25년 동안 늘 한결같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님과 항상 병원에 동행했고, 수화를 못하는 어머님과는 두 사람만의 제스처를 만들어 소통했다. 

시부모님에게 그녀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디에 있든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왔다. 부모님의 식성과 투약 시간은 다른 가족들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안교순 씨는 여행을 제대로 다녀온 적이 없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호탕하게 웃어보인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두 분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두 형제를 키우다보니 20여년간은 오롯이 부모님의 며느리, 남편의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로 살았죠. 그래도 지치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제게 웃음을 주고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거든요”

요즘 안교순 씨는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근무하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시부모님에게 아침 식사를 챙겨드리고 이후에는 맡고 있는 장애 아동의 오전 일과를 함께한다. 그리고 시부모님 병원 방문이나 다른 일정이 없는 오후 시간에 안교순 씨는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러 나간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안교순 씨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가진 재능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인으로부터 장애 어르신이 오랫 동안 누워있어 욕창이 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장애 어르신 댁으로 간 안교순 씨는 힘든 욕창 소독을 거리낌 없이 직접 했고, 집안을 치우며 꾸준히 그의 집을 살폈다.

그리고 손맛 좋기로 유명한 안교순 씨는 3년 전 인연 맺은 장애아동의 돌잔치에 음식을 준비했고, 지금도 해당 가정에 직접 만든 반찬을 갖다 주고 있다.

“남편은 봉사활동을 인정해주고 심적으로든 물적으로 후원을 아낌없이 해줘요. 아버님과 어머님도 제가 ‘저 볼 일 보고 올게요’라고 말하면 봉사하러 가는 줄 알고 뭐라 안하세요. 가족들이 제가 하는 일과 봉사활동을 인정해주고, 최고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가족 간에 배려와 사랑이 있었기에 저도 봉사활동에 더욱 집중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안교순 씨의 소원은 부모님이 건강하고 가족들과 앞으로도 더 행복하게 살아가며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다.

“오랜 시간 후원하고 도와주는 것 만이 꼭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능력이 필요한 사람에게 잠시라도 도움을 주는 것도 봉사잖아요. 저 역시 남은 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봉사하는 거에요. 그리고 봉사와 일하는 시간 외에는 가족에게 집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저만의 힐링을 하고 있죠. 이제 가족은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일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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