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수(채송화)
가정심리 상담사
당진수필문학회 외원

[당진신문=박용수]

아버지!
열 번을 불러보고 백 번을 불러봐도 아쉽고 그립기만 한 나의 아버지.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신 지도 어느새 십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인 지 오늘은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지네요.
평생 그럴싸한 옷 한 벌 입어보지 못하고 손발이 갈라져 피가 나도록 고된 일만 하시다 가신 나의 아버지.
보람이라는 걸 느끼던 못 느끼던 이웃과 주변까지도 쉴 새 없이 보살피다 가신 나의 아버지.
이런 아버지께 자식 노릇 옳게 한번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아버지를 보내 놓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너무 불쌍하고 죄송해서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서
우울한 무력감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하나님도 제 마음을 아셨는지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어요.
무지무지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얼굴에 멋지게 차려입은 백목련 색깔의 바지와 사파리, 목을 덮은 폴라 티.  TV속 어떤 할아버지한테서도 볼 수 없었던 멋진 모습으로 태양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를 보고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 지요. 마치 칼 날 위에 맨발로 올라섰다 내려앉은 기분처럼 그동안 힘들었던 제  마음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아! 
아버지가 천국에 가셨구나.
불쌍한 우리 아버지가 지금 천국에 계시는구나.
거기서 엄청 근사한 모습으로 살고 계시는구나.
하나님이 보여준 모습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손을 잡고 하나님께 믿음의 고백을 올렸던 응답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아버지!
전 기억합니다. 
아버지를 마지막 뵙던 날 아버지는 예감이라도 하신 듯 다음 주에 오겠노라고 일어서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지요.
“가지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 아버지의 눈망울을 뒤로 하고 전 방문을 닫고 말았어요. 
전철 안에서 아버지의 눈빛이 자꾸만 떠올라 내릴까 내릴까 갈등하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결국 또 집으로 오고 말았어요.
다음 주에는 아이들 단도리 잘해 놓고 꼭 자고 와야지...
이 다짐으로 위로 삼으며 주말을 보냈지만 아버지는 그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셨고 끝내 저는 불효자식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눈빛이 우선이어야 했습니다.
아버지 용서하세요.
평생 자식위해 일만 하시고, 희생하셨기에 “가지마라. 다들 모이거라” 당당하실 만도 한 데 말 한마디 못하시고 눈치만 보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일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라는 지론으로 살얼음이 얼 때까지 양말도 신지않고 볏단을 나르셨던 아버지의 평생 모습이 지금 제겐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가뭄에 땅 갈라지듯 깊이 갈라진 아버지의 손과 발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훈장으로 제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초등 2학년 때 8.15광복절 기념식에서 아버지는 당진군 대표로 장관상을 수상하셨지요. 그 때 어미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온 동네가 잔치를 하고 막걸리 한잔에 붉그스름해진 아버지의 표정이 어린 딸을 얼마나 기쁘게 했는지 모릅니다.
자랑스런 나의 아버지,
아버지!
얼마 전 누가 제가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저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나의 부모님이라고..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막내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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