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이와 지윤이의 대안학교 두번째 이야기

[당진신문] 대한민국은 모두가 제각각인 학생을 대상으로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당진신문에 아름숲기자단으로, 통일부기자로 기사를 내던 다은이와 같은 학교 선배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육과는 다른 즐거운 공부에 대한 것이다.

서툴지만 궁금해지는 두 친구들의 이야기로 편견 없이 대안적 교육을 경험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대안학교 학부모 김영경  


간디학교 13기 이다은
간디학교 13기 이다은

너의 이름은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선생님이 학생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래서인지 이름을 대신할 번호는 없다. 또 다른 것은 필수 과목을 제외한 수업은 수업 설명회를 듣고 학생들이 선택해 배우며, 배운 것을 시험을 통해 경쟁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존중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열어준다. 또한 작은 일도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결정한다. 결정 후에 통보되는 일은 없다. 

시험이 편하고, 통보가 쉬운 일을 사서 고생하시는 대안학교 선생님들은 어떤 분이실까? 이제 막 사범대를 졸업하고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신 선비 이미지에 랩하는 김용산 선생님을 통해 학교 이야기를 들어 보려 한다. 

Q. 금산 간디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학교,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학교, 그 실패를 자양분 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Q. 페미니즘 교사로도 활동 중이신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교 2학년 때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고, 그동안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많은 페미니즘 책과 독서모임 등을 하면서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간디학교에는 페미니즘 수업이 있는데요.  페미니즘을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미래세대에 특히 중요한 특성이, 공감능력과 경청능력 그리고 관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름을 근거로 타인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타인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인을 존중해야 합니다. 페미니즘은 그동안 부당하게 억눌려왔던 여성인권, 성소수자의 인권 등의 현실을 인식함으로써, 더 이상 타인을 함부로 혐오하지 않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모든 사람 사람 그 자체로 존중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Q.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행복할 때와 힘들 때가 있다면 언제일까요?

아이들이 자신만이 가진 빛을 내며, 한 학기를 정리하는 발표를 멋지게 해낼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힘들 때는, ‘저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여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물을 때 마음이 무겁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으신가요?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해주는 선생님,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생님, 아이들이 힘들 때 묵묵히 있어 주는 소나무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선비의 이미지를 가진 용산쌤은 배려 깊고 따뜻한 분이다. 아티스트의 밤 때는 무대에 올라 랩을 선보여 반전 매력으로 ‘산드래곤’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아프거나 용무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나서주시는 ‘용드라이버’, 산을 가볍게 날아다녀 ‘드래곤마운틴’ 등 여러 별명으로 학생들과 친밀감 있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은 언제나 힘든 친구 옆에 소나무처럼 계셨다. 아마 이 기사가 나갈 때쯤에는 울릉도 도보 기행 중 힘들어하는 친구들 옆을 소나무처럼 지켜 주시고 계시지 않을까. 또 다른 별명이 기대된다. 

인권에도 조건이 필요해? 

지난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페미니즘 캠프는 모두 금산간디중학교 페미니즘 프로젝트 수업에 학생들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졌다. 

학기 초부터 강의해주실 분들을 섭외하고, 함께 할 학교를 모집하는 등, 함께 모여 이야기하며 수정을 거듭해 만들어나간 캠프이다. 이렇게 기획된 페미니즘 캠프는 금산간디고등학교를 비롯해 산청간디, 성미산학교가 함께했다. 소개와 친해지는 게임을 시작으로 여러 강사님의 말씀도 듣고, 관련 영화를 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그리고 작은 퍼레이드를 진행하면서 2박 3일에 시간 동안 우리는 가까워지고, 배우고, 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인권’이었다. 인정받지 못한 인권에 대해 알게 되고, 직접 만나 경험담을 들어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들으며, 무심코 했던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에 주어진 조건은 없다.    

여러 학교 친구들과 토론하고 함께 캠프를 만들어 가면서 많은 것을 함께 했다. 코로나로 인해 소수 인원으로 진행되었지만, 내년 캠프는 코로나가 종식되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지윤 간디중학교 2힉년
이지윤 간디중학교 2힉년

아직 도로의 아지랑이가 뜨겁게 올라오는 8월 말. 평화순례길에 오르기 위해 인제 DMZ생명평화동산에 집결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며 집결한 당일인 23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다. 우리가 머물기로 한 생명평화동산도 군청의 요청에 따라 잠정 시설 폐쇄가 결정되고 우리들의 불안한 도보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확산세와 태풍의 영향으로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기며 우리들의 사기도 꺾이고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강릉으로 출발했다. 그곳에서 있는 3일 동안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많은 논의 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계획대로 도보는 진행하되 최대한 안전하게 확진자의 동선을 피해 걷기로 했다. 비록 걷다가 멈추고 돌아가더라도 내가 걷는 걸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안의 평화

고성-인제-양구-화천-철원을 지나 파주까지. 155마일을 걷는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 끝자락 더위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등에 붙은 가방은 쇠 덩어리를 매단 듯 천근만근이다. 새벽 5~6시 기상해서 대략 하루 12~17Km를 걷고, 길거리에서 밥을 먹고, 불편한 잠자리를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만 했다. 

화진포를 지나 진부령 고개를 넘어갈 땐 끝도 없는 언덕과 마주하며 내 마음속의 화들과 마주해야 했다. 나의 신체에 나약함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 스스로 몸을 컨트롤하지 못함에 감정이 가라앉기도 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잠시 멈춰 서는 시간에 앞으로 걸을 시간들을 버틸 힘을 챙겨 본다. 

발바닥의 통증이 깊어질수록 거북하고 힘들지만 조용히 심호흡을 해본다. 무엇보다 건강한 체력, 나의 행복, 마음의 평화가 먼저고 우선이라는 것을 이번에 경험했다.

심호흡을 천천히 하다 보면 고통은 고통대로 있지만 내 주위에, 내 마음속에 평화가 있음을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이번 도보를 통해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내 안의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안의 평화

도보의 중간쯤. 밀려오는 태풍만큼이나 우리의 짜증도 빠른 속도로 밀려 올라오고 있다. 이 힘든 도보에 대한 불평, 불만에 심지어 자퇴 이야기까지... 식솔회가 열렸다. 안건은 자퇴하고 싶다, 힘들다 등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쌤께서 일찍 일어나서 만들어주신 식사에 투정부리는 것, 쌤들게 예의 없이 하는 행동 등이었다. 모두 빙 둘러앉아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의 생각, 느낌들을 열어 놓기 시작했다. 

“악의가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더 이상하지 않겠다”
“밥이 맛없다고 버리는 것을 보았는데, 안 먹는건 모르겠지만 버릴 거면 차라리 음식을 받지 않는게 만드는 사람에게 예의인 것 같다” 
“자퇴 얘기가 가볍게 나오는게 불편했다. 우리가 하는 활동들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데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질타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느끼는 불편함, 자기 스스로에 대한 반성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다. 이런 투정에도 아침에 입맛이 없겠지만 계속 밥을 안 먹으면 지치니까 걱정된다는 선생님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짐을 옮겨 주시고 우리들을 이끌어주시는 자원봉사선생님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린 모두 다른 걸음과 다른 생각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 어떤 친구는 하늘을 보며 걷고, 어떤 친구는 축 쳐진 친구를 북 돋으며 걷고, 어떤 친구는 혼자 묵묵히 걷는다. 빨리 걷는 친구, 느리게 걷는 친구, 모두 제각각인 속도로 같은 길을 걷는다. 조금 늦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12기와 함께 걷는 이 길이 좋다. 이렇게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일 때 우리 안에 평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모두의 평화

태풍의 영향으로 도보 일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는 쉬며, 배우며 이 길을 계속 걷고 있다. 머무르는 곳마다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사소한 것에서부터 노력하고 있다. 초반의 불평, 불만보다 서로를 격려하며 조금은 더 성숙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잠잠해진 태풍 속, 우리는 연천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불리는 민통선에 갔다. 개발이 제한되어진 탓인지 탁 트인 밭과 산, 아름다운 구름과 맑은 공기, 하늘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개성 공단까지는 불과 10km. 북한을 코앞에 둔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사는 모습은 내가 살고 있는 당진의 시골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이곳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저 넘어 북한의 산들이 보인다. 언제쯤 이 아름다운 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될까? 

통일은 나와는 먼 이야기인 듯 관심 밖이었다. 이 도보를 통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른 채 잘려져 있는 비무장 지대를 보며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지뢰 조심의 팻말을 보며 이 곳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평화는 더 절실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또 나와 같은 학생들이 전쟁과 죽음이 떠오르는 이 아픔의 땅에 대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래서 더디더라도 이 비무장지대가 평화의 지대로 바뀔 수 있도록 함께 어우러져 걸었으면 좋겠다는 꿈도 품어 본다. 오늘은 철조망이 사라진 DMZ를 상상해 본다. 내 안의 평화가 우리의 평화이고 우리의 평화가 모두의 평화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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