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8명으로 구성된 동극단 봉사단체 ‘무지개보따리’
2018년 6월 창단...지역 영유아기관, 초등학교 무료공연 펼쳐
단원 배미희 씨 “늙어서도 아이들 앞에서 공연 펼치고 싶어”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동극단 ‘무지개보따리’의 단원 배미희 씨(40세)는 단원들과 매주 수요일이면 영유아 기관과 초등학교로 아동극 공연 봉사활동을 1년 3개월 째 하고 있다.

“첫째 어린이집에서 동화를 사랑한 엄마들의 모임에 가입해 활동했었지만, 셋째와 넷째를 임신하면서 그만 뒀었죠. 그러다 아이들이 좀 크고, 우연히 모임에서 함께 했던 언니가 아동극 공연을 해보지 않겠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고민 끝에 하겠다고 했죠” 

2018년 6월 창단한 당진YMCA 산하 동극단 ‘무지개보따리’는 정은회 단장을 포함한 주부 8명으로 구성된 동극단 봉사단체다. 그리고 창단 이후로 꾸준히 지역 내 영유아 기관과 초등학교로 무료 공연을 나가고 있다.

배미희 씨가 소속된 무지개보따리가 펼치는 공연 작품의 주요 내용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주 보고, 많이 사용하는 것에 주의를 주고자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등 아이들의 바른 습관을 만들기 위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보면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저희가 분장을 해야 해요. 주로 바닷속 친구들이 스마트폰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어서 의상이며 분장을 바닷속 동물처럼 꾸며야 해요”

무지개보따리 단원들(왼쪽부터) 오봉신. 정은회. 송영미. 배미희. 강현아. 박진경. 박종선. 가현재 씨
무지개보따리 단원들(왼쪽부터) 오봉신. 정은회. 송영미. 배미희. 강현아. 박진경. 박종선. 가현재 씨

배미희 씨를 비롯한 단원들은 직접 무대에서 입을 의상을 만들고 꾸민다. 아무래도 주부이고 연극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던 배미희 씨에게는 동화 구연보다 동극 공연이 어렵기도 했을 터.

“처음 동극을 시작할 땐 쉽게 생각했었던 부분이 있었죠. 하지만 대사를 외워야 하고, 다른 단원들과 동선과 동작을 맞춰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많이 어렵긴 했어요. 첫 공연은 YMCA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청소년을 상대로 했었는데,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있어요. 무대가 끝나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해냈다는 성취감도 들었어요”

지금은 실수도 없이 베테랑 연극 배우처럼 하는 그녀에게도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실수를 하며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동화를 읽어주는 것과 다르게 동극은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 상당히 어려웠죠. 무엇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극은 어른과 다르게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아이들이 보일 때가 많아요. 초보였던 제가 대사를 말한건데 관람하던 아이는 대답을 하며 저에게 말을 걸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머릿속이 하얘지며 대사를 까먹고 넘어가버린 적도 있었죠”

그렇게 몇 번의 공연을 하고 단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제는 공연 도중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겨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배우게 됐다는 배미희 씨. 그러면서도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반응도 안하고 공연을 봐주는 것 보다, 연기자를 당황시키더라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며 모든 아이들이 공연을 보며 크게 호응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봉사활동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단원들이 모여 연습과 공연을 병행하기까지 무엇보다 그녀 가족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그녀가 동극을 하는데 적극적인 응원을 해 주고, 그리고 시간과 경제적인 부분에서 남편은 무조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배미희 씨는 무지개보따리의 공연을 보고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늙어서도 아이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말했다.

“집에서만 있지 않고 무언가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으로 지내는 요즘, 저는 정말 행복해요. 동극을 하면서 뒤늦게 제 적성을 찾은 것 같아 행복하지만, 제 공연을 보며 아이들이 좋아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상상하면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돼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갖고 지속적인 공연 봉사활동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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