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환자가 3월 2일 기준 4,212명을 기록하고, 청정구역이었던 충남마저 뚫렸는가 싶더니 78명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충남도는 뉴스를 통해, 문자를 통해 가급적이면 외출을 자제할 것과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피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말을 맞은 지난 29일 따뜻한 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놀이터가 텅 비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건강한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다 동네에서 가까운 아미산을 오후에 찾아보았습니다.

내포문화숲길아미산방문자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관을 알리는 메모와 함께 굳게 닫혀있었지만 대조적으로 주차장은 가득 찼습니다.

천천히 오르는 길목에 어느 집 누렁이가 폐타이어를 베개 삼아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며 세상 편하게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래서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나왔구나 생각하며 오르는데 가족단위로 찾은 분들이 많습니다.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딸의 손을 잡고 벌써 오전에 나서 올랐다가 내려오는 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집에만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도 산이 가장 안전하겠다 싶었어요. 밀폐된 공간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고, 자연이 주는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아이도 저도 밖에 나와서 마음껏 뛰고 달리고 오르면서 스트레스가 다 풀렸습니다. 시간 될 때마다 아이와 함께 산을 찾아 건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이 아버지와 딸의 상기된 얼굴이 건강한 웃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 나무 좀 보세요. 세상에나 많이 아팠겠다!”

앞서 저만치 달려 나가던 늦둥이 녀석이 한 자작나무 앞에 멈춰 섰습니다. 몸통의 절반 이상을 해충에게 침범 당하고도 원망하지 않고,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는 푸른 하늘을 향해 굳건히 섰습니다. 하찮은 바이러스 앞에 엄살떨고, 걱정하고, 낙심하고, 절망하고, 때로는 부질없는 원망도 서슴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합니다.

헐떡이는 숨도 고를 겸 털썩 주저앉은 벤치 맞은편에 세워놓은 김 억 시인의 아름다운 시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살구꽃이 눈을 틉니다/연분홍 송이송이 못내 반가와 나비는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살구꽃이 나부낍니다/연분홍 송이송이 바람에 지니 나비는 울며울며 돌아섭니다’

작년 봄 연분홍 송이송이 바람에 졌다 울며울며 돌아섰던 나비가 연분홍 송이송이 반가워 너울너울 춤을 추며 곧 우리 곁에 날아오겠네요.

가파른 길을 인내하며 오른 정상에서 만난 아미정에 한 일가족이 앉고, 서고, 눕기도 하며 힐링 하고 있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내리막길 햇살이 쏟아지는 한 언덕 빼기에 쑥이 자잘자잘 올라와 손짓하고, 코로나19 알 바 아닌 누렁이는 눈부신 봄 햇살에 취해 차마 눈을 못 뜨고 낮잠을 이어갑니다.

산 아래 햇살 좋은 찻집, 무심한 듯 툭 내던져 놓은 소파에 걸터앉아 햇빛샤워와 함께 갓 내려 뜨거운 커피 한 사발 들이키며 힐링의 정점을 찍습니다. 자연에서 코로나 뿐 아니라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운을 얻습니다.

“외출하지 말랑 게 하루 죙일 집에 있었제.” 평소에도 움직이는 것 싫어하고 운동이라면 질색 팔색이던 지인이 때는 이때라 핑계가 참 좋습니다.

코로나 핑계로 꿈쩍 않고 집안에만 있다가 코로나 보다 더 한 병을 얻을 수도 있겠네요. 사람 많이 찾지 않는 운동장을 내달리고, 밀폐되지 않은 야산 뒷산을 찾아 오르내리며 심신의 건강을 단련하는 일, 마스크를 하고 손 소독을 해대는 것 이상으로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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