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비용 롯데마트 24만8천원...전통시장 21만5천원
“전통시장의 푸짐한 인심으로 저렴한 차례상 차릴 수 있어” 

설을 앞둔 지난 20일 당진재래시장 장날의 모습.
설을 앞둔 지난 20일 당진재래시장 장날의 모습.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설이 다가오면 차례상차림 준비로 분주해진다. 올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통시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다. 

지난 15일 한국소비자교육중앙회 충남지부 당진시지회에서 진행된 '중점관리품목 물가조사표'에 따르면 롯데마트 당진점과 당진전통시장의 설날상차림에 필요한 품목 과일·채소·육류·생선류 등 27가지의 경우 마트에서 구입할 경우 총 24만7천688원이지만 전통시장에서 구입할 경우 21만5천300원으로 3만1천700원정도 저렴하다.

사과, 포도, 바나나 등 과일은 특히 전통시장이 1천~2천원까지 저렴하고 한우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도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최소 9백원에서 최대 2만원까지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전통시장을 방문하면 상인들이 건네는 덤이라는 넉넉한 인심까지 더하니 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 장날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당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나 싶을 만큼 앞서가는 사람에 휩쓸려 장에 들어서면 설 차례 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과일 사과, 배부터 제수용 생선, 꼬마손님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 반찬거리를 사고 파는 풍경이 활기차다.

설 대목장은 상인들에게는 든든한 한 해의 시작을 찾는 손님에게는 설레이던 설날의 추억을 선물하는데 설날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큰소리로 터지는 ‘뻥’이다. 설이면 엄마 손을 잡고 따라왔던 아이는 이제 어른이 돼서 엄마와 같이 설맞이 장을 보고 있다.

새내기 당진사람인 윤서연 씨
새내기 당진사람인 윤서연 씨

당진으로 온 지 3개월 차에 접어든 새내기 당진사람인 윤서연 씨(송악읍)는 “어릴 적 추억의 뻥소리를 장에 와서 들으니 새삼 정겹다”며 훌쩍 커버린 딸아이와 먹는 재미, 보는 재미, 사는 재미로 전통 장에 놀러와 떡, 강정,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등 오늘 저녁 반찬이 될 나물거리를 열심히 구경시켜준다. 

40년간 뻥튀기 장사를 해온 김영순·정운권 부부.
40년간 뻥튀기 장사를 해온 김영순·정운권 부부.

뻥뻥 소리를 따라 찾은 뻥튀기차에서는 40년간 뻥튀기 장사를 해온 김영순·정운권 부부가 손님들에게 뻥튀기 주문을 받는다. 콩, 옥수수, 보리쌀, 율무에 이어 돼지감자, 말린 무, 당근까지 아이들의 간식이 된다고 설명하는 부부는 “몸 안 아프고 나이 먹어도 계속 장사를 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며 건강이 들어온다는 어깨춤을 덩실덩실 춰 보인다.

장날 아침부터는 눈이 내렸더니, 낮의 반절에 접어들자 한 방울씩 비가 내린다. 오고가는 손님 가운데 우산을 든 이도 한 둘씩 보이고 한편에서는 잠시 쉬어가라는 듯 손짓하는 참새방앗간 포장마차가 손님들을 반긴다.

운산분식 사장님의 고향후배 김성식 씨와 고향선배.
운산분식 사장님의 고향후배 김성식 씨와 고향선배.

운산분식 사장님의 고향후배 김성식 씨(65)는 장날이면 고향선배를 만나러 와 두런두런 고향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란히 웃는 그들의 모습은 설맞이 장날의 풍경이 된다. 103세 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지낸다는 성식 씨가 효자라는 사장님의 칭찬에 그는 “장날이면 틈틈이 어머니를 모시고 구경 온다”며 어머니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64년 평생 당진에서 태어나 살아왔다는 김갑진 씨(64)도 친구들과 얼큰하게 약주를 걸치고 “장에 오면 마트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분주한 모습에 생동감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며 설이면 고향으로 오는 자식들 생각에 꽃게만 한아름 샀다고 말했다.

수제강정으로 10년간 터를 지켜온 전창환 씨.
수제강정으로 10년간 터를 지켜온 전창환 씨.

수제강정으로 10년간 터를 지켜온 전창환 씨는 어르신과 아이들의 영양 간식으로 그만이라는 견과류 강정이 오늘 대목장에서 만큼은 날씨가 작은 말썽을 피운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창환 씨는 “예전처럼 제사를 많이 지내지는 않지만 아직 설까지 며칠 더 남아 있어서 손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정성을 듬뿍 담아 준비하고 있다”며 웃는다. 

최만식 ·구자민 씨 부부
최만식 ·구자민 씨 부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잦은 빗줄기에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마주친 노부부 최만식 ·구자민 씨(송산면)는 양손이 무겁다. 단연 눈에 띄는 커다란 상자에는 싱싱한 꽃게가 자민 씨의 손맛으로 꽃게장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만식 씨는 “장에 오면 늘 사는 것이 꽃게”라며 “서울 사는 손주들이 제일 좋아하는 할머니 표 꽃게장을 이번 설에도 바리바리 싸서 보내려고 한다”고 흐뭇한 미소로 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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