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최종결과 보고서 제출한 한전
별첨자료 등 세부자료 누락...책임기술자 날인도 없어
한전 “수직구 공사 일부 구간에 영향...나머지는 자연침하”
당진시 “최종보고서로 보기 어려워...불가피할 경우 법적대응”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한전이 부곡공단 지반침하의 원인규명에 대한 용역결과 보고서를 실시하고도 제대로 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최종보고서에는 책임기술자의 날인도 없어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 

부곡공단 지반 침하는 올해 1월 4일 부곡공단에 위치한 업체들이 긴급 민원신청서를 발송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지반 침하로 의심되는 구조물 손상이 심각한 상황으로 계단이 주저앉고 벽에 금이 가는 등 건물 붕괴 우려를 낳고 있었다. 

원인으로 지목된 한전의 수직구 공사는 지난 2월 19일 최종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현재 한전과 비대위가 각각 원인규명 연구용역(12월 예정)을 진행했다.

원래 한전 측은 6월 15일경 완료예정이었던 원인규명 보고서 제출을 여러 차례 연장하다가 11월 말에는 12월까지 연장을 요청했다. 특히 최근 제출한 최종결과 보고서에는 전체 내용이 아닌 일부만 제출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제출된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한전측은 당진시에 비공개를 요청했다. 

당진시는 한전이 제출한 최종보고서를 검토 중이지만 보고서가 별첨자료 등 세부자료가 추가되지 않는 등 부실하다고 판단, 최종보고서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한전중부건설본부 조현준 차장은 “본래는 최종결과 보고서로 제출했지만 시에서 부족한 자료에 대한 제출요청이 있어 시의 의견을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을 반영시키기 위해서 날인이 없는 것”이라며 “시에서 부족하거나 미제출로 판단되는 내용 및 자료는 추가적인 요청에 따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일부구간만 인정...나머지는 자연침하” 
당진시 안전총괄과에 따르면 용역결과 보고서에 한전의 수직구 공사가 부곡공단내 지반 침하에 극히 일부구간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머지 구간은 한전의 수직구 공사와는 관련 없다고 결론 지었다.

즉, 한전은 일부 영향구간에 대해서는 수직구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를 인정하고 보수를 진행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전의 보고서 결과에 당진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최종보고서가 수직구 공사에서 지하수 유출 수량이 아닌 수직구 내 수위로만 계측된 점, 공사 중 지표침하계 계측수치의 미제출, 최종보고서의 책임기술자 날인이 없는 점 등이 이유다.

특히 지반침하의 원인을 수직구 공사 진행에 따라 유출된 지하수량에 중점을 맞춘 당진시와 달리 한전 측의 제출 자료가 지표에서 정상화 수위를 토대로 용역결과를 제출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당진시 안전총괄과 김기철 팀장은 “지하수가 하루 300톤 이상 유출 시에는 저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2018년 6월의 수직구 공사에서 하루 평균 700톤 규모의 지하수가 유출됐지만 한전은 전혀 저감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또 2016년 토지과에서 실시한 지하정보시스템 측량에서 2019년 같은 지점을 측량한 결과 부곡공단이 40cm이상 침하됐다는 점은 수직구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조현준 차장은 “당진시에서 말한 지반침하구간은 보고서 내용에 나온 공사영향 구간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하수유출에 대한 저감대책수립은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대한 법이다. 공사안전법이 아니다”라며 “서울숲역은 하루 8000톤의 지하수 유출이 있지만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땅 속 지형은 다 다르기 때문에 200톤이 나와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8000톤이 나와도 괜찮을 수도 있다”며 지하수량은 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차장은 “용역 결과에 대해 의문도 많고 동의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가의 기술적 검토를 가진 용역결과 내용에 따라서 일부 영향구간은 보수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보통 지반침하는 수직구 깊이의 최대 2배 영향을 미치는데 그보다 넓게 나오긴 했다. 결과 밖의 침하구간은 매립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상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안전총괄과 김기철 팀장은 “한전의 자연 침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부곡공단의 침하가 자연 침하일 경우, 같은 시기에 준공된 고대공단도 침하가 발생해야 맞다. 또한 자연 침하는 매립후 10년 이내 발생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소견”이라며 “우선은 한전이 추가 제출한 자료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모든 자료에 대해서는 공개를 원칙으로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부곡공단 지반침하문제는 당진시민의 안전이 관여된 점에서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며 불가피할 경우 법적대응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당초 용역결과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시와 민원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지고 부곡공단 지반침하문제에 대해 수습에 나서려고 했지만 시의 추가요청자료에 따라 설명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조현준 과장은 “당초 계획은 보고서가 나오면 전체 시, 민원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지려고 했다. 현재 제출된 자료의 비공개를 요청한 건 한전의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를 해도 한전이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설명회 때 자료배부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었으며 현재 시가 추가적으로 궁금한 내용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설명회를 계획 하겠다”고 밝혔다.

부곡공단은 2000년도에 준공된 매립지로 전체 80만평 가운데 현재 30만평이 크고 작은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이후로 부곡공단내 공장가동률은 60%미만으로 떨어졌다. 당진시는 기업 내 피해액과 도로, 인도, 가로수 등 시의 공동시설물 피해액을 추산하면 약 1천억대로 보고 있다. 앞으로 시는 부곡공단 30만평을 침하중점관리지역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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