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가는 날은 봉사가 아닌 아닌 즐거운 추억을 쌓는 기분이예요” 

“가져가셔. 저번에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비오는 화요일, 고대면 장항2리 경로당을 나서는 정은 씨(46)의 한손에는 어르신이 전한 고마움 한통이 들려졌다. 김정은 씨는 올해 마지막 수업을 앞둔 경로당 어르신들의 워너비 건강체조 선생님이자 아이들의 댄스선생님이다.

정은 씨가 건강댄스 선생님이 된 건 6년 전이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가족봉사단을 통해 요양원 봉사를 다니게 된 정은 씨는 청소나 빨래 등 한정적인 봉사를 이어오다가 어르신들이 즐기고 재밌어할만한 무언가를 할 순 없을까 고민했고 건강체조를 떠올렸다. 

“아이들과 같이 요양원을 방문할 때마다 해줄 수 있는 게 많지가 않더라고요. 아이들 재롱도 재롱이지만 어르신들이 몸을 움직이며 웃고 즐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건강 체조를 떠올리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했죠” 

봉사로 시작한 것이 때마침 건강체조이다보니 정은씨의 하루하루는 신명나게 바쁘다. 매주 3회는 송산사회복지관에서 성인과 아이들에게 생활체조와 댄스를 무료로 가르치고 한 달에 1번은 10년 동안 방문한 효제요양원에서 어르신들과 건강체조를 함께한다. 

오랫동안 봉사를 이어오게 된 시작에 대해 묻자 정은 씨는 ‘특별할 것 없는 이유’라며 웃었다. 

“당진에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러다보니 봉사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할머니의 손에 자라 어르신들과는 누구보다 친근했다는 정은씨. 그렇게 자연스럽게 봉사가 시작됐고 한 달, 두 달 쌓인 것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정은 씨는 요양원을 방문하는 날이면 봉사를 간다는 생각보다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어울리다보면 어르신들의 함박웃음에 자신도 덩달아 기뻐 어쩌면 자신이 더 즐거운 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어르신들을 만나는 날에는 오히려 제가 막 더 신나고 시간이 기다려져요. 어르신들 중에는 때때로 주머니에 넣어뒀던 사탕이나 과자를 몰래 챙겨주시기도 하고요, 명절이라고 아이들에게 동전 몇 개씩 세뱃돈이라며 챙겨주는 어르신도 계시거든요. 그럴 때는 봉사를 가는 게 아닌 즐거운 추억을 쌓는 기분이죠” 

정은 씨의 봉사는 요양원방문 뿐만 아니라 송산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독거어르신 점심도시락을 전달하는 일도 있다. 또 여러 경로당의 건강체조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어르신들의 발 빠른 기동력이 되어주는 것도 정은 씨의 또 다른 착한일이다.

“건강체조로 여기저기 경로당을 다니다보면 가까운 거리라서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가는 길이면 태워다 드리기도 하고요. 누구나 흔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용연에 사시는 한복례 어머님은 우리할머님이 생각날 만큼 닮으셔서 자주 안부전화를 나누기도 해요” 

신나는 건강 체조 후면 어르신들은 장난삼아 정은 씨에게 ‘어디서 왔대, 어디서 와서 이렇게 잘해준대’라며 묻는다. 그럴 때면 ‘하늘에서 왔지!’라며 자신을 천사라고 말씀해주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면 봉사로 시작했지만 도리어 어르신들 덕분에 선생님으로서 새로운 삶과 또 꿈을 꾸게 되었다는 정은 씨.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은 씨의 봉사는 오늘도 자신의 좌우명처럼 “돈 스탑(don’t stop)”이다.

“봉사는 시간 많은 사람이 하는 거라고, 자신의 부모에게는 못하면서 남의 부모는 챙긴다며 편견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세요. 그렇지만 살다보면 소중한 내 가족이라도 항상 곁에 있어주기 어려워서 스스로의 가족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죠. 봉사는 자신의 가족처럼 누군가를 대하면 우리가족이 어려움이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봉사를 시작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그런 생각들이 더 많아져서 앞으로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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