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시설, 관내 초등학교에서 책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재능기부
“더 나이가 들어도 책읽어주는 안경잡이 할머니로 남고 싶어요”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들어보셨어요? 눈으로 책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르거든요. 특히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그림책은 책을 읽어줌으로써 그림에 먼저 집중이 되고 또 귀로 듣는 상상의 재미가 더해져서 집중을 안 하던 아이들도 귀를 쫑긋하게 되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원유영 씨(52)는 13년 전 어린이책시민연대의 회원이 되면서 1주일에 1번은 장애아동시설 하람어린이집을, 1달에 2번은 당진 관내 초등학교를 방문해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유영씨는 지금과 달리 처음에는 학교마다 일일이 공문을 보내거나 도서관을 통해 방과 후 수업으로 책읽기를 이어왔다. 또 시 외곽에 위치한 전대초, 상록초 그리고 서산성봉학교 등을 방문해 평등한 책읽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책을 좋아해서 책읽기를 시작했지만 우리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와 책읽기에 열성적인 가정도 있겠지만 어려운 가정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책을 접하기 어려운 친구들에게 재밌는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영씨의 책읽기는 성봉학교에서만 6년간 이어졌다. 현재는 같이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들이 줄어들어 이어오지 못하고 있지만 1주일에 1번, 오랜 시간 방문했던 책 선생님인 유영씨를 아이들은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고 했다.

“그때는 아이들을 삼삼오오 불러 모아서 자유롭게 책을 읽어줬죠. 꼭 바른자세로 앉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들려주기만 했어요. 물론 처음에는 관심 없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1주일마다 방문하다보니까 책 읽는 시간이 되면 그냥 보통의 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 서로 교감하면서 친해지게 되더라고요”

유영씨의 요즘은 교육청을 통한 ‘빛 그림’수업이 한창이다. 그림책을 직접 슬라이드 형식으로 제작하고 상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작년에는 1주일 한 번씩 한 학교를 대상으로 1년간 들어갔었지만 올해는 신청한 학교의 반을 격주로 들어가고 있다.

유영씨는 책읽어주기 활동을 해오면서 학교마다 학부모의 책읽기 수업이 늘고, 기관마다 다양한 책읽어주기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그의 책 읽어주기 활동이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13년 전과 달리 요즘은 책을 읽어줄 때면 ‘안경은 필수’가 되어버렸다는 유영씨. 하지만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도 책읽어주는 할머니로 남고 싶다며 웃었다.  

“책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하잖아요? 예전의 저는 편견이 심하고 정형화된 사람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책에도 여러 가지의 독특하고 다양한 생각이 나올 수 있더라고요. 우리아이가 행복하려면 우리아이의 친구들, 이웃들도 행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책읽어주기를 계속 이어오려고요. 안경잡이 할머니가 되어서도 말이에요!”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