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의정활동 위축 이유로 단 한번도 감사 안 이뤄져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지난 4월 당진 최초 의회사무국 감사
예산 연간계획 미수립, 입찰 추진 부적정 등 11건 적발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시의회와 당진시는 소위 말하는 갑-을 관계다. 당진시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시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진시 감사법무담당관 입장에서도 의회 업무를 보좌하는 당진시의회 사무국은 갑의 위치다. 감사할 근거가 되는 감사 규칙이 있음에도 시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자체감사에서 항상 열외 되어 왔기 때문이다.

당진시의회의 2019년 본예산은 16억6198만원에 이른다. 전년도 대비 3억5844만원(27.5%)이나 증가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다보니 당진시의회 사무국에게 방만한 예산 집행 행태를 지속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월 국민권익위의 감사 권고로 당진 역대 최초로 실시된 2019년 당진의회사무국 자체종합감사에 의해 여실히 드러났다.

당진시 감사법무담당관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지난 2월 국민권익위에서 당진시의회 사무국을 대상으로 감사를 하라는 권고가 내려와 실시된 것”이라며 “사전에 김기재 시의장과 감사의 필요성에 대한 사전 교감도 충분히 이뤄짐에 따라 의회사무국에 대한 감사가 최초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돈 쓰는데 계획도 없다?...연간계획 미수립
의회사무국 예산은 각종 회의, 행사 등에 소요되는 의회운영 경비, 의정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여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예산 대부분은 연간계획을 수립해 집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는 지켜진 적이 없다.

월별 또는 분기별로 균형 있게 집행해야 하는 업무추진비의 경우 3년간 연간계획이 수립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의회운영업무추진비도 마찬가지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예산결산위원회 활동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결위 운영논의를 위해 동료 의원과 간담을 한다는 목적으로 예산이 지출된 적도 있다.

공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의정운영공통경비 집행에서도 문제점은 드러났다. 통상적 의정활동과 관련성이 적은 시간 및 장소에서 개인적 경비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곳에서 집행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연간계획 자체가 없다보니 원칙이 지켜졌을 리도 없다. 분실이나 훼손시 유상으로 재지급되어야 할 의원 배지 10개가 신고도 없이 일부 의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됐다. 금액으로 27만2천원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당진시민의 혈세다.

또 △공적심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의 위원에게만 서명을 받고 공적심사의결서도 없이 포상대상자를 결정하는가 하면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기술등급도 없이 임의감독하는 등 공사와 관련한 업무에도 소홀했다.

특히, 의회사무국에서는 입찰을 추진하면서 가격비교도 없이 1개 업체의 견적서를 문서로 접수 받아 결재도 없이 설계내역으로 반영하고 견적업체에 낙찰률 100%로 계약하기도 했다. 다수의 다른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아 간 것이다.

이외에도 △세출예산 집행기준 미준수 △각종사업 부적정 △수의계약 인터넷공개 업무 소홀 △충청남도 지역개발 공채 미징구 등 총 11건에 달하는 방만한 운영사항이 적발됐다.

이 같은 감사내용에 대해 지난 7일 열린 당진시의회 의원출무일에서 최창용 의원이 감사법무담단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창용 의원은 본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감사에서 적발된 바와 같이 일부 의원들이 분실한 배지를 사달라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무국에서 배지 재교부시 유상이라는 사실을 고지를 안 해 잘 몰랐던 것”이라며 “의원들이 알면서도 배지를 공짜로 받았겠나? 사전에 알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진시 감사법무담당관도 문제다. 너무 적발위주 건수 위주로 하다보면 사무국 직원들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감사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배지 같은 경미한 사항까지 적발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당진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사상 처음으로 시의회 사무국에 대해 감사를 한 것인데 시의원이 그 감사결과에 대해서 어떤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감사법무관실의 감사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시정에 대한 견제기능을 하는 시의회를 보좌하는 의회사무국이 오히려 감사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