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순 이장(고대면, 당진포2리)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도시인에게는 낯선 나라의 호칭쯤으로 여겨지는 이장. 이장이라는 존재는 마을의 행복을 위한 마을경영을 해오고 있는, 작지만 큰 CEO다. 이에 본지는 ‘이장발언대’를 통해 마을의 불편사항을 토로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잎이 무성한 봄여름에는 벚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위험한 커브길이 더 위험해진다고 설명하는 이장
잎이 무성한 봄여름에는 벚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위험한 커브길이 더 위험해진다고 설명하는 이장

“올 봄, 마을회관 앞에서 오토바이를 끌고 나서던 80대 어르신 한분이 세게 달려오는 차를 미처 발견치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해당도로는 벚나무가 도로 옆 가로수로 심어져있는데 가을겨울과 달리 잎이 무성한 봄과 여름에는 운전자들이 불쑥 나타나는 주민들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맞은편에 반사경이 위치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7,80대의 고령이다보니 맞은편 차량을 잘 보지도 못합니다. 사망사고가 있은 후 시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가로수의 가지치기를 일시적으로 해줬습니다만 차라리 제거를 해주면 안 되냐고 당진시에 건의했더니 시 소유 가로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거를 해줄 수는 없다고 합니다”

고대면 당진포2리 회관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곳곳이 커브길이다. 마을회관도 커브길에 위치하고 있어 운전자들은 불쑥 왼편에 나타나거나 오른편에 나타나는 마을회관을 발견하게 된다. 올봄 사망사고로 마을주민들은 회관을 이용하기보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더 많다. 주민들이 젊었을 때는 커브길이 크게 위험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고령의 주민들이 주의를 해도 아차하는 순간 사고가 난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마을회관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마을안길도 도로가 좁아 농번기 트랙터나 경운기 등 농기계를 이용하는 마을 주민들이 자주 빠지는 곳이다. 2년 전 시에 도로확장을 건의했지만 확실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가로수 소유주의 허락을 받고 건의해주시면 제초·전지작업 일정에 따라 제거 하겠습니다”
“토지소유주와의 토지사용협의를 거치신 후, 건의해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장봉순 이장의 건의에 당진시의 관련부서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주민들이 알아서 승낙을 받거나 협의해 온다면 그제서야 검토해보겠다는 이야기였다.

당진시청 도로과 도로관리팀 정승준 주무관은 “해당도로의 가로수가 당진시 소유가 아니라면 우선 가로수 소유주에게 제거허락을 받고 도로과로 가로수 제거를 문의하면 된다”며 “가로수 소유주의 허락을 받으셨다면 가까운 면사무소나 도로과에 가로수 제거를 건의해주시면 제초·전지작업 일정에 따라 제거 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진시청 건설과 지역개발팀 조정희 주무관 역시 “마을안길은 비법정도로이기 때문에 토지소유주가 도로확장에 사용을 허락하는 선에서만 확장이 가능하다”며 “우선은 토지소유주와의 토지사용협의를 거치신 후, 면사무소나 시로 건의해주시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이나 민원사항에 대해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해 와야 움직인다는 당진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한 자세는 아쉽기만 하다.

농번기 마을안길로 들어서면 사진 왼편인 벼랑으로 농기계가 자주 빠진다.
농번기 마을안길로 들어서면 사진 왼편인 벼랑으로 농기계가 자주 빠진다.

장봉순 이장은 “마을 안으로 통하는 길이 좁다보니까 바퀴가 빠지거나 하는 사고가 농번기에는 허다하다”며 “물론 주민들이 주의해야하는 부분도 있지만 농기계 자체가 크다보니 주의를 한다고 해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차례 당진시에 도로확장과 동시에 낭떠러지인 구간에 옹벽을 설치해주기를 건의했는데 뚜렷한 답변을 받은 적은 없다. 버스운전사들도 시야확보가 어렵다고 말한다”며 “시 소유의 가로수는 아니더라도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민들의 연세와 안전을 위해 가로수 제거와 마을안길 도로를 확장해줄 수 없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업무수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극적인 자세는 행정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진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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