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의회 ‘불협화음’

당진군의회가 지난 달 30일 제2차 본회의를 열고 2회 추경안 등 안건을 처리했다.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았던 이날, 폐회를 앞두고 박장화 의원의 신상발언 요청에 대해 이은호 부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박장화 의원은 “의원의 발언권을 막는 의회가 세상에 어디있냐?”며 강하게 반발, 여기저기서 고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회의를 진행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군 의회는 20분간 정회를 선포하고 기자들과 담당 공무원들을 밖으로 내보낸 채 문을 굳게 잠그고 큰소리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어진 본회의에서도 시정발언에 대해 고성이 나오자 이재광 의원이 “선배의원님들 너무하시는 것 아니냐?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공개석상에서 언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종용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이은호 군의원은 “본회의 전날인 29일 의원들 간 점심식사를 하며 특정사안에 대해 논의를 하던 도중 안석동 의원이 술에 취해 민군수에게 쌀사랑음식축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직원을 대호지면으로 발령을 내라고 요구한데서 비롯됐다"며 이말에 대해 최윤경 의원이 "능력없는 사람을 대호지면으로 보내는 것은 대호지면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안석동 의원이 발끈하며 "어른들 얘기하는데 여자가 어디 끼어드느냐"고 여성 비하발언을 한 것.
이에 안 의원은 더욱이 이를 말리던 다른 의원들에게도 "넌 뭐냐, 뭔데 끼어들어 xx야!"라고 욕설까지 퍼부어 서로간의 큰 마찰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에 안 의원이 오늘(30일)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며 의원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서로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 쉽게 치유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다른 의견도 내놓았다.

실명을 밝히길 꺼려한 김모씨(당진읍)는 “정당간·정책적인 대립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지역현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군 의원들이 추진하는 사업계획이 타의원의 반대에 부딪히는 일도 있어 서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이번일의 한 원인일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군의원 한마음 체육대회라도 해야 될 듯”

2차 추경안 삭감내역을 보면 일반회계 33개사업 중 단 2개만이 전액삭감, 1개 사업 6천4백만원삭감 등 총 3개사업, 추경안 234억원중 10억 9천4백만원이 삭감됐을 뿐,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민감한 사업(본지 731호 게재)들은 삭감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드러난 군의원들의 ‘불협화음’이 2회 추경안심의에서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도 풀이 되는 대목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추경안 삭감결과에 대해 이미 예상했었던 일”이라며 “군의 예산편성문제점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은 커녕 견제 또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군의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본회의는 단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한 것을 공표하는 자리가 아닌, 결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토론하는 자리”라며 “하지만, 이 같은 의원들간 불협화음으로 형식적인 자리로 전락,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군 의원들간의 ‘불협화음’으로 집행부 공무원들은 본회의 후 업무보고를 위해 30여분이상 복도에서 기다리며 “출장나가야 되는데 시간이 늦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 “읍·면민한마음 체육대회처럼 군의원들도 매년 한마음 체육대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꼬집으며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군의원들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한다면 행정부의 불신을 야기시켜 결국은 제대로 된 감시활동을 펼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윤성 기자 psychoj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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