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보니 안개빛 자욱하다어쩌다 새소리만 간간이 들리는데안개로 생긴 물방울 풀잎마다 맺혔네.고갯길 굽이굽이 휘도는 실개천에안개가 피어올라 계곡을 메우더니햇살이 보고자 하니 사라지는 운해라안개 속 소나무는 그림같이 아름답고계곡의 물소리에 내 마음이 정화되네 안개가 걷히고 나니 그림 같은 호수라약력 강원 출생. 계간「예술세계」 시조부문 신인상 등단. 부산 문학아카데미 운영위원 및 이사. 부산시인협회 시인상 수상. 시집 『아라리 아라리요』 시조집 『옛것에 대한 그리움』 당진문협회원, 당진시인협회원으로 작품 활동
아침부터 하늘은 화가 났는지검은 구름으로 덮여 있고온도는 을씨년스럽다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니천둥이 구름을 몰고 왔는지 구름이 천둥을 끌고 왔는지 바람과 함께 요란하다 남편은 거실에서 책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아내는 밖에서 비를 맞으며 몹시도 분주하다 남편이 한마디 한다어여 들어와 비와에이 무심한 남편
할머니 집 마당가 감나무 한 그루잎겨드랑이 밑에서작고 앙증맞은 아기 감꽃주렁주렁 매달렸다어릴 적 그리움노랗게 피어나는 유월꿀벌들이 부지런히 날아들고노란 입술 내민 감꽃은 어린아이처럼천연덕스럽다팔찌 목걸이 만들어 소꿉놀이하던 감꽃하나하나 떨어져 마당에 뒹군다감꽃을 주워 모아손수건 위에 줄지어 놓으니노란 감꽃 무늬 손수건이다손수건에서 추억들이 우수수 떨어진다약력홍성출생,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졸. 월간「문학세계」시부문 신인 등단. 시집『유월의 숲/ 당진문화재단 올해의 문학인 선정』 공저「한국을 빛낸 문인」『당진의 시인들』등. 한국문협당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1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서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꿈만 같았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알려진 한국으로 거의 10여년 만에 다시 오게 되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빨리 빨리의 땅’에 도착해 있었다.비행기에서 내리자 인천공항 내에 다양한 언어로 흘러나오는 항공편 번호와 탑승구 번호를 안내하는 소리가 다소 흐릿하고 뭉개지는 듯 가물거리게 들리며 입국장을 빠져 나왔다. 마침내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막연히 느끼며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 이제 인천국제공항에서 충남 최북서단에 위치한 당진으
잘 있었니나는 여전히 사지 잘 움직이고생각도 잘하고 잘먹고잘도 싼다너는 워뗘잠은 잘 자는겨춥지는 않여건강하게 잘사러그냥 멀리서 기도하는 마음으로안부를 묻는다
天下雖興 好戰必亡(천하수흥 호전필망), 天下雖安 忘戰必危(천하수안 망전필위). 천하가 아무리 융성해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나라가 비록 태평하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 진다. 이는 중국 고대 병법서인 사마법(司馬法)에 나오는 명언이다.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정파 간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새로운 중동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를 보고 얼마전에 미국의 전 국방부 중국 담당국장 조셉 보스코는 “이스라엘전 다음에는 중국과 대만간의 전쟁이 그 다음은 한반도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폼페이오 전
의자로 건물 안이 꽉 차있다무슨 공연도 아니고유명 강사가 와서연설하는 것도 아닌데아침 여덟시 벌써 의자에 앉은 사람과서 있는 사람으로건물 안이 북쩍인다앞에 앉아있는 사람은개인 교사인지한 사람씩 불러서잘 알아듣도록 예쁘게 설명하고 잘 듣고 그러고 나면개인 선생님 만나고자세히 설명하지만뭔 소리인지 반만 알아듣고시키는 대로 하기로 하고고맙다 인사하고집으로 향하는 사람병실로 향하는 사람치료실로 향하는 사람그들의 마음은 고뇌의마음일 거다병원의 저녁은다시 적막 하여간호사 선생들만분주하다
남이섬 길 없는 숲을 걷다나뒹구는 참나무 등걸에 앉아나뭇가지 사이로 난 하늘을 본다.새처럼 날아든 청설모 한 마리무엇인가 감추는 듯, 몸짓하고나뭇잎 하나 폴짝 올려놓고 달아난다.낙엽이 지천으로 쌓인 숲그가 머물렀던 자리새로운 세상 열어 보듯 조심스레 가랑잎 한 장씩 들춰본다.썩은 낙엽이 있을 뿐아무것도 없다.돌아서려다 안압지 신라의 비밀을 캐듯손끝으로 검은 흙의 역사 헤쳐 본다.앗, 이것은 밤 한 톨탱탱한 밤알에 빛살 내리고쌩긋 그가 웃는다.바라보는 내 눈이 시리다.낙엽 속 작은 우주더는 다가설 수 없는 세계떡갈나무잎 하나 도로 올
눈이 내린다순백의 산야가 눈부시다들끓던 삶 속에서깊어진 심장의울음도 사라지고아름다운 설경 위로유년이 뒹군다그리움눈처럼 쌓여가는눈 오는 풍경 하나 약력 계간 「한국문인」 신인상 등단, 한국문협 평생교육 시낭송가., 시집 『또 하나의 추억(21올해의 문학인 선정)』 출간. (사)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당진문인협회 이사. 당진시인협회원
며칠 전 20만 자족도시라는 말이 당진시의 언론브리핑에서 나왔다. 당진시장은 각종 행사장에 가서 20만 자족도시를 말하고 있다. 아마도 당진시는 2040년 인구목표를 20만으로 잡을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인구 50만을 논하던 때가 있었다. 2008년 발표한 ‘2025 당진 도시기본계획’에는 50만이였고, 2013년 발표한 ‘2030년 당진 도시기본계획’에도 45만이였다. 이 이해가 되질 않는 인구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형계수가 어떠니 사회적 증가요인이 저쩌니 하면서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당진시가 중앙정부에 제출한 이 도시
당진시의회는 지난 10월 5일부터 20일까지 16일간 지역내 14개 읍·면·동에 이·통장과의 간담회를 갖은 바 있다. 이번 이·통장과의 간담회는 지역 주민과의 소통강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이번 간담회에 참여해 주신 283개 마을 이·통장님과 해당 읍·면·동장을 비롯해 행사를 준비해주신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특히 바쁜 일정 속에서도 격이 없는 간담을 해주신 동료 의원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지역의 기초의회와 주민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을 대표하는 각 마을의 이·통장들과의 간담회를 통
온도계의 수포가 갑자기 밑으로 쑥 하고 내려 갔다 바깥의 공기가 써늘 하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아내가나무를 넣고 불을 때는지 나무를 때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새벽에는 된서리로풀들이 흰머리가 되었다 마당에는 어제 따다 놓은 배추가 수북하다 빨간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날씨다
굳이 불 밝힐 필요 있을까밤도 필요한데모두 낮이 좋을까아무도 볼 수 없는 밤은스스로 내가 되지아무런 간섭없이스스로 발에 족쇄 채울까밤은 밤대로낮은 낮대로 좋으니까물에 솜을 닿듯새벽에 이슬 내리면밤은 끝나고아침이 찾아오니까약력동국대 경제학 전공, 계간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현대계간문학」작가회 행사분과위원장, 시집 : 『누름』 출간 외, 공저 『당진의 시인들 17』 당진문인협회, 당진시인협회원
가을이라고 말하기엔외투가 두껍고겨울이라 말하기엔왠지 민망한 11월 가을과 겨울의 징검다리들판은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 왁자지껄 잔치를 하고 산들은 고운 단풍들이 자태를 뽐내고 멀리서 뱃고동이 울리면 아이야우리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자
누가세월은 물같이 흘러간다고 했나나무는 물 마시고 거름 먹어도세월이 와서 쌓여야꽃피고 열매 맺어사람도 쌓이는 세월과 친해야잘 닦은 구두처럼 빛나지쌓이는 세월 받아쓰는 나무는천년을 넘겨 살기도 하지만쌓인 세월 두고도 당겨쓰는 사람은백년을 넘기기 어려워세월은 흘러가지 않아한 생애가 끝나는 날쌓인 세월은 모두 가지고 떠난다약력순성 출생. 월간 「순수문학」 신인상 등단. 전) 당진교육장. 공저 『당진의 시인들』 외 다수, (사)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원. 한국미협당진지부회원. 당진시인협회원
은행잎이 내 발 밑에서나에게 올라오려고 발버둥 치듯바람에 나부끼는 오후잠시 땀을 식힐겸은행나무 밑에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눈다 부지런히 정성껏 키운 곡식들이 벌써 다 성장을 하여곡식 창고를 채우고 있다 밭에서는 마늘 양파를 심고들깨를 거두어 털고논에서는 벼 탈곡이 한창이다무심코 인사차 여쭙는다일은 다 끝나셨슈뭔 소리여 죽어야 끝나지하긴 농부는 정년이 없다숨 쉬는 동안손에서 일이 계속이다
덕숭산(德崇山)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덕산도립공원으로 수덕산이라고도 불린다. 차령산맥 줄기로 북으로는 가야산(伽倻山), 서로는 오서산, 동남간에는 용봉산(龍鳳山)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중심부에 서 있다. 계곡을 끼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있고 정상에 오르면 안면도와 서해도 눈에 들어온다. 등산은 매표소-일주문-이응로 사적지 수덕여관-대웅전을 보고 왼편 담장을 끼고 돌계단을 오른다. 정상까지 1.91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계단등산로를 따라 사면불(백제 때의 유일한 사면불인 약사불, 아이타불, 석가모니불, 미륵존불 재현)
숲은 고요 속에 잠들라 말하지 않았다숲은 장대한 울림 속에고요를 붙잡고 낮과 밤을 주는 에너지를 키우지때론 계곡에 수면이 차오르고딱따구리 산새를 불러와 산울림을 채우니홀로 사는 자연인이 아니다고요 속에 숲은 자연이 주인야생동물에게 휴식과 안식처를 주고 삶을 품어주는 어머니 품안자연은 환경이 우선, 생명의 에너지를 주니숲속엔 비밀이 커 맑은 산소를 물안개처럼 양지를 펴는 은혜로움 숲은 자연인이 사는 안식처는 아니지만편백나무나 자작나무 숲을 가꿈이 꿈이고 비밀이지 약력 池松. 명예문학박사. ‘90 〈문학세계〉 〈시조문학〉 등단. (사)
지난 10월 6일 당진시는 2024년 조직개편 용역결과 요약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시장이 어떤 분야를 중시하여 시정을 운영할지 보여주는 첫 결과물이다. 역대 시장은 조직진단용역 결과를 대체로 수용하고 특히 용역 수행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늘 강조해 왔다. 그래야 공직사회의 불만을 용역사에 넘길 수 있으니, 인사권자가 전문가 뒤에 숨는 셈이다. 그래서 4억 5000여만원의 조직진단 용역비 속에는 공직사회와 시민들의 원성 감내비도 들어있다. 시민들은 조직개편엔 관심이 없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맨날 자리를 바꾸어보는 원숭이 합창단을
필자는 당진 구룡리에서 1948년에 출생해 성당국민학교, 당진중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비포장도로를 걸어다니며 즐겁게 학업을 마쳤다.이후 대전 지역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활동했는데, 1993년 5월 8일 고향인 당진에서 열리는 한국가곡축제에 초대됐다. 그렇게 도착한 당시 무대에는 조명이 없어 연주자의 얼굴이 안보이고, 객석의자는 철제의자이며, 무대뒤편 대기실에는 쥐가 돌아다니고, 대기실에는 등불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속에 연주회를 끝마쳤음에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오히려 다음부터 당진에 연주가 있으면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