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가기 싫었는지 붙잡은 손 놓지 못하더니 이제야 힘에 부치는 듯 봄에게 길을 열어 주고 뒤돌아 가는 겨울 한꺼풀 옷들이 벗겨 지고 봄을 맞이하는 대지는 벌써 봄을 토해 내듯 멀리서 아지랑이 아른대고잠자던 만물들이 고개를 내밀면 봄으로의 행진이 시작된다
미명의 문을 열고아무도 모르게 내게로 와서너는한 송이 꽃이 되었다밤이면밤마다비밀한 창문을 열고살포시 다가와별빛처럼 아름다운 얘기로촉촉한 키스를 보내주던 너, ...어느 날내가 잠시 한눈판 사이단 한마디 말도 없이너는봄꽃 지듯 아스라이유성 따라 가버리고 말았다.약력송악읍 거주, ‘76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참여문학, 서석문학 신인상. 사)한국문협중앙위원 사) 심훈: 한국인간상록수시인, 사)학전문학관 관장, 아시아서석문학 경인지회장. 시집『그리운 연석산』외 다수. 당진시인협회원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자 / 인간은 재주가 없어서라기보다는 / 삶의 목적이 없어서 실패한다. / 인생 황혼기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신념으로 / 인생의 여정(旅程) 속에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 삶의 향기로 번질 수 있도록 / 황혼(黃昏)의 꿈을 펼치고자 한다.위 글은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내 삶의 철학이고 지표이기도 하다. 두산리 김 씨 일가인 서예가 다원 선생에게 부탁해서 쓴 족자를 서제에 걸어놓고 가끔 묵상하듯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글 중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사자성어를 마음속에 새겨보기도 한다. 그 뜻에 깊은 신
날씨가 많이도 추워요 한파라 하네요 눈이 녹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흐르고 대동강이 녹는다는 우수인데뉴스에서는 한파라 하네요 봄 날씨인줄 알고 세상을 구경하려고 만물들이 고개를 내밀었다가다시 땅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을까요 그래도 봄은 거울을 밀어내고 한껏 고무된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와서 향긋한 봄의 따뜻한 햇살을 선물할 것입니다
꽃샘추위가 숨차게 달려온 양지바른 소나무 숲길에는 뾰족뾰족한 수선화 새싹이 이른 봄을 깨운다무수동 사거리 신호등 옆엔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 지나고등 굽은 노인의 생명줄 위에지난해 못다 한 겨울 이야기들이버려진 책갈피 속에 떨고 있다까칠하게 누운 꽃샘바람은무딘 손등에 해묵은 각질을 털어내고또 다시 장롱 속에 걸어놓았던패딩을 들고 집을 나섰다약력강원 문막 출생, 계간 「문학고을」 신인상 등단, ‘문학고을’ 공로상, 공저시집 『가슴으로 사는 나무』 외 다수, 순수가곡 : 이종록 작곡 『마섬에 부는 바람』 발표, 한국문협당진지부회원, 당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경기 활황을 구가해 온 당진시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1일 확진자 발생 숫자도 폭증해 오후 4시 기준으로 7일 126명, 8일 141명이 발표되면서 더더욱 외부 활동을 위축시키며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런 가운데 당장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소비를 이끌어 낼 뾰족한 대안조차 없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기만 하다. 시장상황과 경기가 좋을 때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웠어야 하는데 그때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위기가
농촌이 파괴되어 정체성을 잃고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농민들은 물론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느끼는 농촌의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무엇이 파괴되고 소멸된 것인지 농민들조차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나 지방정부도 농촌의 소멸 운운하면서 또 다른 농촌도시의 소멸을 가져올 메가시티 건설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즉 소멸이 파괴인 것을 정치꾼이나 먹물들은 그럴 듯하게 소멸이라 칭하며 피해당사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6~70년대에는 산업발전을 위해 농촌의 젊은 노동자를 싹쓸이 해갔고 8~90년대에는 수출기업을 위해 농축수산물 수
물댄 논에는 수정같은 얼음이 햇빛에 반짝이고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늘진 산 귀퉁이 사이로 아직도 겨울인 듯 움츠리고 있는데 벌써 봄이라 하네요 가슴에는 방 문을 열어 놓은 듯 찬바람이 파고들어 머리는 아직도 겨울인줄 아는데 봄이라고 하네요 냇가의 얼음이 녹아 구멍이 생겨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면 봄의 소리겠지요
칼을 가지고 놀다가 손을 다쳤다무심히 침범한 칼의 경계는 섬뜩한 놀라움으로 흔적을 남긴다한참을 피가 철철 나더니 쓰리고 아프다시간이 지나면서 아픔은 덜해지고 곪고 짓무르다가 서서히 나을 것이다그리고 아팠던 기억도 상처의 흔적과 같이 사라질 것이다내 피가 붉은 것을 확인시킨 상처는 끈질긴 쓰라림으로 시간을 채우고 낫기 위해 근지러울 것이다상처는 내 경계가 거기까지라 말한다다시는 침범하지 말라고 한다.약력 『시사문단』 신인상 등단가톨릭문학회원, 한국인터넷문학상 수상시집 『상체꽃』 『커피보다 쓴 유혹』 공저 『서랍 속에 시간』당진문인협회
명절이 다가오면 마누라는 근심에 쌓여 명절 증후군이 나타난다 명절 마누라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힘에 부친 듯 힘겨운 시간이 아닐까 앉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파김치가 되어 잠시 쉬려고 하면 또다른 객이 찾아오니올 명절에도 아내들은 철인이었다 이제 아내에게 쉼을 주자
깨달음에 대한 어느 노(老)스승과 제자들의 문답이 글은 칼럼니스트이며 ‘허허 참 속으며 사는줄 모른다’의 저자인 강정의 법사가 본지에 보내온 새 봄을 맞아 깨달음에 대한 쉬우면서도 진솔하게 쓴 생활철학의 글이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통해 희망을 갖게 하고 평범한 글속에 은유와 해학이 담긴 여운이 있는 글이라 생각되어 게재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해보면 참 안타깝고 불쌍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게 특히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세 사람의 제자 중에 한 제자가 먼저 말했다“예! 스승님. 지금 우리
충남 당진시 송악읍 한진리 95ㅡ14는 한진포구다. ‘이지함’이 탄식하며 한이 맺혀 생긴 포구라 한나루 (한진)라 불린다.1578년 ‘이지함’이 아산 현감 재직 시 하루는 초저녁에 하늘을 올려 보며 천기를 살피던 중 아 큰일 났구나. 개탄한다. 곁에서 수행하는 아전이 사또님 무슨 변괴의 징조가 보입니까? 내일 상오 11부터 하오 1시까지 큰 홍수가 나면 큰 나루터가 생기겠으니 무고한 많은 백성이 피해가 보인다며 지팡일 짚고 현장으로 찾아 나선다허름한 노인으로 변장한 원님이 집집을 찾아. 내일 午時에 홍수가 생기니 피난 준비를 강구
엊그제가 할아버지 제사였다. 새벽부터 일찍 서둘렀건만 선산에 도착하니 열한 시다. 상석을 닦아내고 준비해간 제수를 꺼내 진열했다. 겨울바람 때문인지, 차가운 화강암 바닥 때문인지, 꺼내 놓기가 무섭게 차디찬 음식으로 변했다. ‘따뜻한 집안에서 예를 갖추지 못하고 솔잎도 떨고 있는 산속에서 제사를 지내 죄송합니다.’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렸다. 할아버지께 술을 따르고 절을 했다. 이런 낮 제사는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던 3년 전까지 어림도 없는 예법이다. 아버지는 평생 유교 격식에 맞게 자시가 넘어야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난 동생들을
민들레처럼 흔하지도 않고목련처럼 빨리 지지도 않을무리 짖기보다 외로이장미꽃 나무 아래에서 차분하고도 곱게고결함을 뽐내는 수선화 네댓 송이다른 잡초들과 경쟁하지 않으며 깔끔한 처신으로노란 금잔을 받침에 담아 내민다.많은 것이 으뜸이 아니요크다 하여 좋을 것 없다는 듯이목만 길게 빼들고 자신을 크게 사랑하니 자존감만 충만하다 금잔에 담긴 사랑의 향을80도로 구부려 겸손히 흘려보내니향은 흐르고 흘러 내 집을 넘어온 마을을 덮는다.약력순성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 등단, 국민대 신대철 교수 현대詩 특강,
삽교호에 오시는 손님새해 새 날첫 손님하늘길 구름 타고 오시는 손님여명길에 지친 날 해들갈대밭 숲길에 무슨 이야기로 꽃 피울까?당진시 열 돌 축제이야기서해바다 삽교호에 고기떼 이야기필시 북쪽 고향산천에 차가운 서릿발 찬서리푸념할 때우리 충청도인생 당진시 이야기라면채운들에도 기러기 떼 떼 손님노래춤 춤사위에 꽃무지개 꽃구름피워주는 채운의 멋이며 당진의 평화여
살아가는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날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날들일 것이다 시골에서 오르지 자식 바라기로 살아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그 분들께는 명절이면 큰 길에서 차 만 지나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차가 멀리 사라질 때 까지 눈이 지나가는 차에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벌써 몇 번째 명절을 코로나19로 인하여 이리 흘려 보내고 있는지 올 명절에도 시골 길은 한산 하기만 하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시작된 코로나 민생3법(돌봄기본법, 농민기본법,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이 한달 만에 ‘5만 국민동의청원’이 성사되어 각 상임위에 회부되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경기는 침체되고, 서민들의 고통은 이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는 비정규직 돌봄 노동자, 농민, 노점상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5만 국민동의청원’에 나섰고 소중한 결실을 맺은 것이다.이번 청원이 성사된 ‘돌봄노동자기본법·돌봄정책기본법’은 코로나 19로 드러난 현실은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현재의 돌
우리 동네 작은 텃밭오이 한 고랑고추 한 고랑토마토 한 고랑싱싱하게 자라 유혹했다길을 지나갈 때마다 잘 익은오이 하나, 고추 하나, 토마토 하나주인 몰래 살짝 따 먹을까 하는 생각에발걸음이 자꾸 멈추어진다빨갛게탐스럽게 싱싱하게 유혹했다콩닥콩닥 뛰는 심장소리망설이다가 나도텃밭 몇 고랑 이루는작은 꿈을 꾸며 그냥 지나갔다약력본명 정숙자, ‘18계간 『문학사랑』신인상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한민족통일문예제전 시 우수상, 당진문화원 주부백일장 수상, 국제계관시인한국회원(UPLI), 당진시인협회 작품활동
문화하면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바로 김구선생의 백범일지 중 “나의소원” 마지막 부분인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 나오는 글이다. 백범선생은 사상과 이념 대립이 극심한 해방정국의 혼란시기에도 문화국가로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자신이 행복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는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누구나 사람으로서 대접받기를 원하듯 상대방을 인격
만남이 부담스럽고 스치고 지나가도 서로의 얼굴을 못 알아 보는 날들이 너무 길게 이어지는 시간이 큰 원망으로 쌓이고 얼굴에는 칸막이를 쳐 놓은듯 서로의 얼굴을 가려야 만이대화를 하고 대학생인 딸은 친구들과 한창 재잘댈 시기에 집에서 구들장등에 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