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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여성 100인 대토론회를 마치며

[당진공감]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

2019. 07. 06 by 이선우 작가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지났으니 말이지 사실 반신반의 했다. 과연 직접 설문지를 만들 수 있을까? 천명이나 되는 여성들에게 설문을 받는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어렵게 준비해서 뚜껑을 열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그때는 어떡하지?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지난 7월 3일 <당진 여성 100인 대토론회>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당일 새벽까지 종종걸음 하며 토론회 준비를 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여성회 오윤희 회장을 비롯한 모든 실무진의 상태가 그러했다.

이 토론회를 위한 준비는 지난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진어울림여성회 운영진들이 젠더감수성 교육을 받는 것부터 시작 되었다. 그런 다음 이 사업의 실무를 함께 할 회원들을 모으고 다시 젠더감수성 업그레이드 교육을 함께 했다. ‘남자라면 핑크’ 연작을 시작하게 한 바로 그 교육이다.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당진어울림여성회가 진행하는 사업의 일부였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보기>, <젠더감수성 업그레이드>... 강연 제목만으로도 부담스러워 하는 회원도 여럿이었다. 조금이나마 깨어있는 사고를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그동안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한 부분이 많았고 그 때문에 많이 지쳐있던 게 사실이다. 핵심 운영진들은 어떤 확신 같은 걸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당진 여성 100인 대토론회라는 빅픽처는 도전 그 자체였다. 지극히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 낳고 시부모 봉양하며 남편 의지하고 살아가는 대다수 여성들의 삶 속에 작은 돌멩이 하나 던져보는 이 그림이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 조은영이라는 선생님을 만나고 교육을 받으면서도 그 의심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 엄마로서의 하루하루에 대한 고민, 아내이자 며느리이고 딸이기도 한 그 수많은 주체로서의 고민들은 당진 여성 천 명을 향한 설문으로 완성됐다. 몇 번에 걸친 회의와 수정, 자문에 이르기까지 몇 날 며칠이 걸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지만 결국 완성해냈고 우려와 걱정 속에 서면으로, 온라인으로 설문이 시작됐다. 무한 긍정 아이콘인 여성회 핵심 운영진들 역시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시각각 공유되는 설문 진행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진심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단 며칠 만에 목표치에 이를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확인했다. 온라인 설문지에는 주관식 문항까지 꽉꽉 채워 응답해준 분들이 많았다. 당진에 살면서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이토록이나 답답해 하셨구나 라는 반증이었다. 나 같은 비관론자도 의심을 걷어내야 할 만큼 열화와 같은 성원이 이어졌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토론회 당일. 스텝 목걸이를 걸고 한 쪽에 비켜서서 북적북적한 행사장을 둘러보며 다시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이나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찾아와 주저함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기뻤고, 이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내는 자리를 기어이 만들어낸 당진어울림여성회 운영진들의 도전에 다시금 감탄했다. 한 사람이 아닌 함께여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의심 가득한 나 같은 사람을 실무에 투입시켜 많은 반성을 하게 한 그녀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새삼스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남자라면 핑크 연작을 마무리하며, 365일 24시간 사람을 살리는 살림이라는 특수노동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조용한 응원을 전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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