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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순교미술관...조선의 천주교 역사를 배우다 “신리는 조선의 카타콤바...미술관도 상징적인 무덤의 모양”

[길 가온 미술관] 신리의 역사를 품은 신리성지 속 ‘순교미술관’

2019. 03. 16 by 배길령 기자

“일부러 신리성지 내에 나무를 심지 않았습니다. 평야지대라 여름에 쑥쑥 자라는 벼들이 푸르면 신리성지도 같이 푸르지요”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 합덕읍 신리에 위치한 신리성지로 들어서는 길목은 길과 평야와 철탑뿐이다. 김동겸 주임신부는 주변 경관에 성지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라며 오늘의 신리성지를 조성했다고 전한다.

신리성지 속 순교미술관은 ‘순교’라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순교자들을 기리는 미술관이다. 조선의 카타콤바(로마교회의 지하무덤)로 불렸던 신리를 시·도와 협의하여 순교자공원을 조성하기로 계획하고 한 쪽에는 고증에 따른 천주교의 역사를 미술관화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7년 3월 국내에서는 최초로 순교 미술관이 탄생했다.

“신리가 조선의 카타콤바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고대 로마의 신자들이 지하무덤에 숨어 신앙생활을 이어온 것처럼 조선의 천주교 신자들 역시 박해를 피해 신리에 숨어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술관의 모습도 상징적으로 무덤의 모양을 하고 있고, 미술관 역시 지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 신부의 설명처럼 미술관 전체를 건물 밖에서 바라보면 언덕배기에 우뚝 솟은 십자가가 미술관보다는 어느 교회인 듯 인상적이다. 미술관의 높이는 5층으로 꽤 높은 편인데 올라가는 길목마다 다섯 성인의 말과 지하무덤을 상징하는 돌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꼭대기 층에 오르면 신리성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하늘 전망대가 십자가 아래 위치하고 있다.

지하에 전시된 미술품 대부분은 일랑 이종상화백의 봉헌작품으로 그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수많은 순교로 자생한 기독교 문화와 역사가 그 가치를 알릴 순교미술관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당진 신리에 순교미술관이 생긴다는 소식에 묵상하고 기도 후 4년에 걸쳐 순교성화를 그려냈다”고 김 신부는 이종상 화백의 말을 대신 전한다.

순교 미술관은 다섯 성인의 영정화와 13점의 순교기록화 뿐만 아니라 과거의 천주교 신자들이 몰래 돌려본 천주교 서적인 ‘한국천주교 회사, 성찰기략, 성교요리문답’ 등을 자손이 대대로 지녀오다가 기증한 서적들도 자리하고 있다. 또 다블뤼주교의 십자가 역시 천주교 신앙생활을 6대째 이어오는 한 신도가 미술관의 개관과 함께 기증품으로 전달했다.

김 신부는 순교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서 “과거 신리는 물길을 따라 수탈이 빈번한 지역이었지만 그 물길을 따라 천주교를 쉽게 받아 들일수도 있었다”며 신리 지역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러한 배경 속에 미술관의 역할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신리를 천주교박해의 핵심지역으로 만들었고 이곳 신리에서는 이름 모를 천주교인들이 순교를 바쳤습니다. 물론 미술관이 신리의 모든 역사를 담을 수는 없지만 종교화를 통하여 조선의 천주교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미술관으로 그 역할과 의의가 있습니다”

무료로 운영되는 순교미술관은 천주교 신도들의 순례 길에 옛 신앙인의 삶과 모습을 되새겨보고 울림을 전하는 종교시설이기도 하지만 공공의 선(善)을 위한 미술관이다.

김 신부는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순교미술관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는 항상 열린 미술관”이라며 “월요일은 휴관이기 때문에 걸음 하시는데 꼭 참고해 달라”고 활짝 웃으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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